최근 두 사람이 남북대화 재개와 그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보 임동원 씨와 가수 김연자 씨다. 이달초 임동원 특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김용순 비서와 6개항에 이르는 공동보도문을 이끌어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연자 씨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하여 세 차례의 대형공연을 하고 역시 김정일 위원장과 환담하고 또 만찬도 함께 했다.

◆ 임동원 씨가 통일.남북관계 특사라면, 김연자 씨는 예술.문화 특사인 셈이다. 두 사람은 "과연 특사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자의 영역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다소 건조하게 말한다면 임동원 씨나 김연자 씨 모두가 나름대로 자신의 고유한 영역과 역할을 통해 남북 교류와 관계개선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넓은 의미에서 두 사람이 민족화해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통일운동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규정한다면 이는 지나친 평가일까?

◆ `상부의 뜻을 받든` 임동원 특사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 특사 방북을 통한 가장 큰 의의는 북한의 `의도`를 알았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표현한 `민족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임 특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이번 방북의 핵심이었다. 북한은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민족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임 특사도 서울 귀환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쟁점사항은 민족공조냐, 외세공조냐 양자택일하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 언행에 극도의 조심성이 몸에 밴 임 특사가 이 정도로 표현했다면, 이는 평양에서 남북이 `엄중한 사태`의 원인과 본질이 되는 `미국`을 사이에 두고 엄청나게 `충돌`한 것으로 봐야 한다. 좋은 뜻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것이다. 그래도 판이 깨지지 않은 것은 `엄중한 사태`의 대처방식인 `민족공조냐, 외세공조냐`를 놓고 남북이 어느 하나로 합의해서가 아니라, 그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간 상호이해와 상호신뢰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민족의 앞날을 위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민족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를 서로 이해했기에 남북대화 재개를 의미하는 6개항의 공동보도문은 일사천리로 합의봤을 터이다.

◆ 북한에서 `명가수`란 평가와 함께 특별대우를 받은 김연자 씨 역시 나름대로 `특사` 역할을 충분히 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자 씨는 대중가수이기에, 즉 비정치적이기에 오히려 정치적으로 자유로왔다고 볼 수 있다. 김연자 씨의 `비정치성`의 가치는 `그녀의 평양공연 시점이 김일성 주석 생일행사 기간이라는 점, 정치적 무리를 감수할 수 있는 가수로 선택된 점, 그리고 남한 대중가수지만 북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다는 점` 등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이 원했든 김연자 씨가 잘 했든 이번 공연도 적지 않은 의미와 성과가 있었다.

◆ 특히 김연자 씨는 `정치적 무리를 감수할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했다. 김씨는 지난 6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나된 조국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9일 `아리랑`의 일부 연습장면을 참관한 뒤에는 "정말 장쾌하고 황홀하며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다...저희는 항상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그 생각 하나로 노래하고 있는데 오늘도 아리랑을 보면서 남한주민들도 많이 와서 구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더 나아가 김씨는 "앞으로 저뿐 아니라 남조선의 많은 가수들이 인류 공동의 명절인 태양절을 맞으며 성대히 열리는 4월의 축전무대에 올라 절세의 위인 송가, 통일의 노래, 민족의 노래를 부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의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립서비스 차원을 넘어 민족화합과 통일을 향한 예술.문화 특사다운 `용기`로 봐야 하지 않을까.

◆ 특보 임동원 씨와 가수 김연자 씨. 이들은 모두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영역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성공한 영역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펼쳐진 거대한 통일운동의 흐름에서 `특색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에 의해 남북대화 재개의 물꼬가 터졌으니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통일운동은 민족구성원 누구나 그리고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고유한 역할을 통해 `특색있는` 통일운동을 한다면, 그 자체로 통일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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