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이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미관계 진전에 관하여 세계언론들의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유럽언론들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음을 가장 뚜렷이 보여 주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였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25일, 미국의 외교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매달리지 않고 불과 2주일의 준비만으로 올브라이트 방북준비를 마쳤다고 논평하였다. 이 신문은 미국의 용의주도한 외교를 대북 수교여부 수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대조시키면서 유럽국가들의 늑장외교를 꼬집었다. 신문은 미국의 이같은 대북 접근은 워싱턴 당국이 북한문제를 긴급사안으로 다루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와 달리 영국의 <더 타임즈>지는 북한의 우호적 외교개선 노력이 진심인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며, 따라서 서방세계도 신중하게 대북관계를 진정시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25일 말했다. 워싱턴 당국은 최근의 급격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 잘못된 안도감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순진하게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한 유럽국가의 "전철"을 밟지도 말아야 할 것이고 경고하였다.

한편, 일본 대부분의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경계하는 논조를 보였다. <동경신문> 25일자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간부는 북한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 클린턴 대통령이 11월 11일 방북할 가능성이 높으며 평양체류기간은 6시간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북한은 미사일 개발동결의 대가로 매년 3억달러의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자 사설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첫 방북실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 방북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동반해야 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 성과도 도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닛께이신문>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너무 방북성과를 서두르지 말고 일본 및 관계국들이 안고 있는 현안을 배려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삭감으로 이어지는 길을 확립해 달라고 주문하였다. 신문은 아직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본질적 문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올브라이트-김정일 회담에서도 미사일 개발중단문제가 명확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하였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은 실적만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북한과의 관계개선 조건을 낮추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산께이신문>도 25일자 사설에서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미접근은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으나, 일본으로서는 한미 및 유럽과 연대하여 "대북 포위망"을 구축하고 일본이 그 중심에 서는 발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유력언론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일정한 조건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즈>는 25일자 사설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은 미사일 문제 등을 놓고 구체적인 결과가 미리 보장만 된다면 평양 방문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문은 그 이유로 북한을 상대하는데는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있음을 강조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의 역사적인 회담에서 미사일 프로그램 억제를 위한 합의 "구상"을 받아들였다고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24일 밝혔다고 보도하였다. 이 신문은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이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의 공식, 비공식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고 말한 점을 지적하면서 올브라이트가 "(북-미 정상간) 직접 대화의 중요성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하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도 사설에서 북한의 매력적인 공세는 이미 외교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서방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원조를 얻어냈다고 지적하면서도 북한의 미소는 올브라이트가 평양에서 본 카드 섹션처럼 쉽게 변할 수가 있음을 환기시켰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해야 할 일은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의 원천적인 해소라고 강조하고 북한이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실천에 옮긴다면 서방으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방정책을 쓴다면 그의 권력을 지탱해 주는 정치체제가 뒤엎어질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 기타 외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디까지 움직일 것인가 하는 것이 수수께끼라고 논평하였다. 이 신문은 또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실현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