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3일 오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것은 백화원 초대소를 직접 찾아가 회담을 가졌던 것보다 더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경우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사의 숙소를 찾아 회담을 가진 적은 눈에 띄고 있지만 회담 상대측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생존했을 때도 외국 고위관리와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단체조는 국가수반을 비롯한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기본 의전행사의 하나로 정례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 집단체조를 관람한 적이 수 차례 있지만 이는 내부 행사가 전부이다.

지난 95년 3월 평양체육관에서 실시된 `영원히 높이 모시리`, 96년 2월 음력설에 즈음해 진행된 `장군님따라 붉은기 지키리`, 지난 98년 2월 열린 `조선아 너를 빛내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단체조 공연석상에는 외국 방문객들이 배석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초대` 차원이며 같은 자리에서 공연 관람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 중인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특히 집단체조 관람석상에 국가원수급이 아닌 외국 관리와 함께 자리한 것도 의전상 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부분이다.

집단체조가 북한의 기본 의전행사의 하나일지라도 김 주석은 생전에 중국.캄보디아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의 국가원수급이 올 때만 집단체조를 같이 관람했을 뿐이며 그외 고위관리가 왔을 때에는 부주석(98.9 헌법 개정시 직책 폐지) 등을 내보냈을 따름이다.

`순치`(脣齒), `혈맹`(血盟)의 관계인 이들 나라와 달리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던 나라의 경우 국가원수가 방문했을 때도 함께 집단체조를 관람한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집단체조 관람 장소에 그동안 상대해 왔던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나 백남순 외무상 등을 내보내지 않고 직접 나타난 것은 대미(對美)관계 개선에 걸고 있는 김 위원장의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200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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