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동행 취재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밸러리 레이트먼 기자의 평양발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일몰직전 평양의 큰 거리에는 지동차와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고 김일성(金日成) 주석을 기리는 많은 대형 기념물과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 사람들은 스웨터와 재킷을 입고 있었다.

도시 변두리엔 세워진 몇몇 콘크리트 아파트들은 전기가 없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평양 시내 중심가의 고층 아파트들은 어두웠지만 불이 커져 있었다. 마치 모두가 40와트 전구를 켜놓은 듯했다.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金正日)의 사진들이 많은 아파트의 벽에 걸려 있었다. 오후 9시가 되자 외국기자들이 투숙한 40층짜리 호텔을 둘러싼 평양시내 거리들은 인적이 끊겨 음산함마저 느껴졌다. 낡은 시내전차들의 덜커덕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깰 뿐이었다.

외신기자를 담당하고 있는 한 북한 관계자는 사진촬영시 안내원에게 물을 것, 가이드 없이 저녁에 호텔밖 출입을 하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을 구두로 일러줬다. 외출금지 이유를 묻자 이 관리는 `범죄발생률은 매우 낮지만 당신들은 모두 외국인이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호텔에서 국제전화료 및 인터넷 접속료는 분당 26달러다. 베이징(北京)-평양간을 운항하는 북한 고려항공 여승무원의 월급이 80달러라고 하니까 4분도 채 안돼 그녀의 월급이 날아가는 셈이다.

인터넷 접속이 느리고 상태도 좋지 않다. 일부 기자들은 접속을 시도하는 데만 수백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40분 사용에 1천달러 정도가 든다.(북한 관리들은 외신기자들로부터 압수한 위성.휴대전화를 북한 출발시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원 1명이 기자 몇명씩을 맡고 있다. LA 타임스의 가이드는 28세의 대학 영문학교수로 영어가 유창하다. 그는 (기사 등에) 자기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여객승무원에서 호텔직원, 거리 시민들 모두가 94년 사망한 김주석의 초상화가 달린 배지를 달고 있다.

안내원은 `모든이가 배지를 단다. 우리의 신체 일부와 같다`면서 북한인들은 잘 때나 심한 노동을 할 때만 이 배지를 떼어놓는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열흘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이 안내원을 놀라게 했다. 북한인들은 세계 1면에 보도된 이 뉴스를 알지 못했다.(북한 TV는 일요일 아침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후 5-10시까지만 방송된다) 안내원은 `김정일 동지는 어떠한 보답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 인민들이 잘 살고 평화롭게 살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말은 `상투적인` 말이라 하더라도 안내원들은 북한의 기아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해보였다.

한 안내원은 `우리는 가뭄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작년에 140만t의 쌀을 잃었다`고 말했으며 다른 안내원은 식당들에서도 종종 음식이 부족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식량과 다른 구호물자의 제공여부가 어쩌면 김정일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 서방 화해 및 개방 정책의 한가지 배경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고려항공 여객기가 평양에 착륙할 때 넓은 들판의 풀들은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연합2000/10/24)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