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우(독도찾기운동본부 일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이번 21일-23일 한국을 공식방문한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이다. 고이즈미는 이번 만남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4번째 만나게 된다.

고이즈미는 부시와 같은 사명을 띠고 등장

고이즈미는 3월 22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월드컵 공동개최에 따른 문제, 한일국민교류의 해 성공적 추진을 논의하는 외에도 경제4단체장과 정당대표를 만나며 일본세의 침투관문인 부산을 방문하고 경주를 방문하여 불국사와 천마총을 구경한다고 한다. 지난번 서대문 독립공원을 방문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고이즈미와 김대중 회담에는 어떤 의제가 오를까. 아니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은 만날까. 그전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얼마전 일본왕이 느닷없이 일본왕실과 백제의 왕실사이에 인척관계가 있었다는 언급이다. 일본에서는 보도조차 안되고 말았다는데 왜 일본왕은 느닷없이 이런 지난 이야기를 끄집어내었을까.

미국 대통령으로 부시가 당선된 후 세계는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9·11테러로 부시는 클린턴이 언급한 "수백년간 미국이 저질러 온 악행의 결과"라는 교훈을 얻을 대신에 `악의 축`이니 뭐니 해서 없는 흠집을 만들어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집어넣을 궁리만 해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가 부시와 같은 사명을 띠고 등장했다. 고이즈미는 일본을 얽어매고 있는 패전과 침략의 족쇄를 걷어내고 당당한 군사대국으로 세계무대에 등장시킬 방도로 고심하고 있다. 일본은 아프가니스탄에 테러를 응징한다는 핑계로 당당하게 자위대를 파견해 일본군의 실체를 세계에 과시했다. 그런 일본에 대해 지금 미국은 필리핀 이슬람 무장반군 아부사야프 토벌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해놓고 있다. 고이즈미로서는 기다리던 기회들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입으로는 싫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일본은 몇 가지 장벽을 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일본경제가 갈수록 시원치 않다. 그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지만 일본 경제가 풀릴 기미가 없다. 고이즈미는 미국식으로 기업을 개혁해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수상으로 나섰지만 체질을 바꾼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고 그런다고 해결될지도 의문이다.

결국 경제처방과 군사처방 양쪽에 틀림없이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일본내에서 모두가 인정한 처방이 바로 한국통합이다. 한국시장을 확실하게 일본시장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그 힘을 바탕으로 큰 단위의 경제와 군사력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통합의 핵심사안이 경제통합인데 그 실천방도가 한일자유무역지대 창설이다. 그것을 전제로 우선 시행되는 것이 바로 한일투자협정이다. 언론에서는 보통 한.중.일이라 해서 중국을 양념 삼아 집어넣는데 중국에서는 제대로 논의된 일이 없다. 이런 투자협정을 한국측에서는 비밀리에 추진하여 국민에게는 그 실체가 드러난 일이 없다.

정부에서는 화려한 포장만 소개하는데 언제 포장과 내용물이 비슷한 적이라도 있기나 했던가. 문제는 지금 그림으로 보여주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날 때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괴선박과 노구교 사건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기술적으로 일본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일본부품 조립공장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점이다. 또한 생성된 이윤이 종속적 구조를 통해서 그 이상으로 일본에 재흡수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국은 이런 종속의 굴레가 숙명처럼 굳어져 버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방할수록 협조할수록 더욱더 종속의 굴레는 강하게 죄어 왔는데 지금 그것을 풀 방도도 없이 더욱 심각한 종속의 굴레로 자진해서 들어가겠다는 태도를 국민된 자들이 보고 있어야만 하겠는가.  

또 다른 문제로 얼마전 언론에 괴선박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북한 공작선이라고 일본이 일방적으로 규정, 선전한 작은 배를 일본 군함이 중국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까지 들어가 침몰시켜버린 사건이다. 이 배가 북한 배인지, 과연 공작선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 시점에 북한이 무슨 이유로 무슨 여유가 있어 그렇게 먼 곳까지 공작을 벌이는지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그런 의문을 비집고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른 상념은 1937년의 노구교 사건이다. 일본이 중일전쟁을 벌일 구실을 만들기 위해 벌인 자작사건이다.

괴선박 문제가 발생했던 시점이 바로 미국이 아프간에서 기염을 토하며 다음 대상을 물색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일본은 아시아 코밑에서 무슨 불집이건 만들어 일본을 옥죄고 있는 철쇄를 모조리 걷어치울 것은 물론 일거에 군사력을 세계 최강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경제부진도 전쟁경기 덕분으로 만회하여 끼니때마다 반찬이 달라졌다던 지난날 조선전쟁의 특수경기를 누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그 대상으로 북한을 지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본의 정서이다. 일본은 식민지시절부터 지금 북한의 수뇌부와 전쟁을 하고 갈등을 겪어왔다. 그 동안 쌓인 앙금도 너무나 깊다. 북한이라는 조선의 일부를 완전히 거덜내어 세력권으로 삼으면 남한도 쉽게 완전히 동화의 길을 걸을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도 종속성을 벗어나 거의 대등한 동반자 관계로 달라지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의 조어도문제를 비롯해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일거에 다른 차원으로 이전될 것이다.

과거 일본이 청일, 노일전쟁으로 강대국의 길을 열었던 그 정황이 일본으로서는 무척이나 그리운 것이다. 그때도 일본은 지금처럼 내부문제가 얽히고 설켜 고전할 때였지만 그때마다 전쟁으로 돌파구를 열어 국운을 개척했던 것이다. 그때마다 조선이 제물이 되어 일본을 살려낸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국운을 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일본전체에 충만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군을 중국군으로 위장시켜 사건을 만들었듯이 이번에도 북한 괴선박을 만들어야 할 너무나 절실한 필요성이 일본과 고이즈미에게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응으로 일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언제건 괴선박은 다시 쓰여질 소재로 살아날 것이다.

고이즈미의 색다른 연출 경계해야

이런 내외정황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공동개최를 매개로 고이즈미는 한국을 다시 찾는다. 그런데 그의 연출은 일본왕의 백제 교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데 한국 텔레비젼 카메라와 신문논조는 고이즈미의 발걸음이 미치는 신라를 비추고 국악을 비추고 국립묘지를 비추고 한국악기 연습장면을 비추게 될 것이다. 한국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에 흠뻑 젖어있는 작은 부시, 고이즈미의 이미지를 한국민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 순간 한국인의 정서는 "일본은 내가 꽉 잡고 있어. 하시모도가 나를 형님으로 모시거던"하며 의기양양했던 순진을 넘어 유치의 극을 달리던 김영삼과 동일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시공간 속에서 한일관계를 비극으로 끌고 갈 사태들이 김영삼에게 다가온 IMF처럼 찾아올 것이 두렵다. 간을 빼자고 등을 치는데 그게 안보이는 치매국가의 현상과 미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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