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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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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3.0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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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문화의 끝

사람살이와 마찬가지로 문화도 태동해서 발전하고 그 역할을 다하면 소멸한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라고 하더라도 영원하진 않다.

또한 고립되어 다른 문화와 교류를 하지 못하는 문화는 썩어 버린다. 하나의 문화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소화한 다음, 더 나은 것으로 발전한다. 과거의 문화에 집착해 새로운 문화를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국수주의적인 형태이다. 반면 과거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무조건 새로운 것만 찾는 것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대주의적 관점에 불과하다.

우리 문화는 근대화 과정에서 주체적인 자기 변신을 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새로운 근대문물과 사상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그것은 기존의 문화와 충돌했다. 기존의 문화를 지배하던 세력은 이미 썩어 있었고, 새로운 세력은 힘이 없었다. 거기에다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틈바구니 속에서 지배세력은 생존을 위해 민족과 백성을 저버렸고 조선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었다.

일본문화는 친일세력들에 의해 지배문화로 받아들여졌고, 식민지 기간 내내 민족문화는 말살되고 말과 글과 예술은 일본화 되어 갔다. 일본이 패망하고 해방이 되었을 때, 친일세력들은 재빨리 미국에 빌붙어 자신의 생명과 권력을 유지했으며 그 대가로 독립운동가와 민족 자존을 팔아 넘겼다.

그리고 미국문화를 자신의 지배문화로 받아들였다. 팝송과 영어, 바베큐와 햄버거문화는 50여 년 간 우리의 정신을 지배해 왔다. 상품, 교육, 사상, 언어, 예술 따위의 모든 부분에서 우리 것은 촌스럽고 미국의 것은 우월했다. 친일파에서 친미세력으로 변신한 이들은 차라리 우리나라가 미국의 한 주에 포함되기를 바랬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일본에서 장사가 될만한 것들을 독점해서 베껴오고, 돈과 권력을 이용해 자녀들을 미국에 유학시키고, 그 자녀들이 돌아와서 또다시 지배계급이 되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자신의 친일, 친미행각을 숨겼다. 그래서 가끔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국산품 애용 따위를 선동했다. 분단구조는 이들이 숨을 수 있는 좋은 방패이다.

이제 우리가 50여 년 동안 무작정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과 미국문화는 우수한 문화전통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걸러지고 다듬어졌으며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아름다운 전통이 하나 둘씩 복원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서구의 문화와 결합해 독특한 우리만의 성격의 문화가 되었다.

이런 조짐은 생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으로 무장하고 자기주장 강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벤처기업 따위를 통해 자본을 결집하고, 다양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일본과 미국문화를 지배문화로 여기는 극우보수세력들이다. 지배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세력의 교체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의 친일, 친미행적과 민족과 국민을 팔아 넘긴 죄상이 낱낱이 들어 나기 때문에 전쟁을 통해서라도 분단구조를 연장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듯이 그것은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것의 정점은 남북의 통일과 통일문화가 될 것이다. 


달밤의 금강산

▶류정봉/금강산팔담의 달밤/유화/142*110/1995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북한화가 류정봉이 그린 <금강산팔담의 달밤>이란 유화이다.
이 작품을 그린 류정봉은 1942년 평양출생으로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한 공훈예술가이다. 또한 조선화가 주류인 북한미술에서 유화로 공훈예술가의 위치까지 올라간 화가이다.

금강산 팔담은 구룡폭포의 원천이 되며 여덟 개의 못이 나란히 모여있어 팔담이라고 부른다. 실제 금강산을 다녀온 사람들은 팔담 골짜기에 안개나 구름이 끼면 마치 하늘나라에 올라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한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팔담의 야경을 그리고 있다. 도시의 야경이야 전기 불이나 밝은 상업간판의 빛 때문에 표현이 가능하지만 일반 풍경의 야경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도 자연 풍경의 야경을 그린 작품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공훈예술가답게 류정봉은 전기 불이나 네온간판 대신 달빛을 이용하여 팔담 풍경을 표현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 보름달이 뜰 때 야간산행을 즐긴다고 한다. 낮에 보는 산의 풍경과 밤에 보는 풍경은 큰 차이가 난다. 사실 금강산의 풍경을 찍은 사진도 거의 낮 풍경이다. 화가의 능력이 아니라면 결코 금강산 팔담의 야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대단히 매력이 있다.

전체적으로 코발트 블루의 은은한 색조로 처리되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화폭을 세워 팔담 전체의 풍경이 들어오도록 구도를 잡은 것도 뛰어나다. 이 팔담에는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어디선가 신비한 여인이 알몸으로 목욕을 하고 있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작품은 류정봉이 50대 중반에 그린 것이다.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 정도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금강산은 통일을 위한 민간교류가 활발한 곳이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경치 좋은 금강산에 모여 민족의 앞날을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좋은 곳에서 좋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 우리에게 금강산은 통일의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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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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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2)
김미숙 () 2002-12-22 12:00:00
모든것이 허락치 않아 금강산을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그런데 이그림을 보고 있으면 달빛을 받고 계곡을 따라 올라 가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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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2003-01-05 12:00:00
너무나도 멋있는 그림이네여...
금강산이 아름다운것은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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