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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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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2.2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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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가는 문화

가끔 방송이나 신문지상에 나오는 대중문화비평을 보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십대취향 일변도의 대중음악을 비판하기도 하고, 저질 개그나 선정성이 강한 TV프로그램을 제법 근엄하게 꾸짖고 있지만 판단기준이 뭔지를 알 수가 없다.

대중문화는 상업성을 목적으로 한다. 돈이 되는 일은 발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쇠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돈을 벌지 말고 망해가면서 고급문화를 만들라고 하는 일은 억지주장이다. 대중음악이 유치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획자나 가수들이 주로 10대를 겨냥하여 만들고 마케팅하기 때문에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성숙의 차이만큼이나 촌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얼마 전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다는 영화에 대해 줄거리도 빈약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평을 본 적이 있는데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10대를 겨냥해서 만든 영화에서 줄거리나 메시지를 중요시하고 유치한 감성적인 요소를 빼면 흥행이 되겠나.

대중문화는 그야말로 10대부터 5~60대까지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10대가 즐기는 문화와 20대, 30대, 40대가 즐기는 문화의 총칭을 말하는 것이다. 10대 문화는 있는데, 어른들의 문화가 없는 것이 대중가수나 연예인의 책임은 아니다. 그것은 어른 자신들의 책임이다. 어른이 괜히 어른인가. 자기세대의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애들 문화에 끼여들어 이러쿵저러쿵 핀잔을 늘어놓는 일이야말로 유치한 짓이다.

일명 어른들의 대중문화라고 볼만한 것이 도심근교 고급카페의 통기타 라이브공연이다. 자가용이 없으면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분명 10대는 없다. 30~40대 성인들이 비싼 음료수나 식사, 혹은 술을 먹으면서 즐기는 곳이다. 여기에서 한물간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어떤 이는 통기타 문화를 살리고, 무명가수들을 발굴하는 좋은 문화라고  한다. 일면 수긍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새롭게 작곡된 노래나 통기타 특유의 저항문화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과거 추억을 소비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와 미래가 있는 문화가 아니라 어릴 적 문화에 집착하는 일종의 퇴행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일반사람들의 문화는 뽕짝이 흘러나오는 짜장면 집에서 노래방과 짝을 이루는 숯불 갈비집이나 횟집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에 자가용과 라이브카페라는 문화를 즐기고 있다. 물론 이런 순서는 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착실히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대충 올 때까지 왔다. 자가용과 라이브카페 이후의 문화는 뭘까? 미국이나 일본의 문화를 보면 짐작이 간다. 그것은 미술, 국악, 오페라, 연극 따위의 예술로 발전하든지, 아니면 그룹, 아동, 교환 따위의 변태적인 섹스나, 마약중독, 폭주, 경마, 경륜 따위의 도박에 빠져들며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을 끝가지 따라가면 대부분 나쁜 문화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돈 많은 사람들이 다스리는 사회가 예술이 발전하고 높은 정신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지도층은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전쟁과 탄압, 협박을 불사하고,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좋은 문화 나쁜 문화의 기준은 명확하지가 않다. 하지만 좋은 문화가 전쟁을 부추기고, 힘없는 나라와 국민을 협박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인민군 초병

▶홍철웅/초병/습작/유화/1994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평양미술대학의 학생이 습작으로 그린 <초병>이라는 제목의 유화작품이다. 이 작품을 그린 미대생은 홍철웅이란 학생인데, 작품의 수준이나 완성도로 봐서는 고학년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나라를 지키는 어린 병사가 잠깐 쉬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직접 모델을 앉혀놓고 그린 것인지, 사진을 참고해서 그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평양미대가 북한의 최고 미술대학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직접 모델을 보고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은 유화 특유의 깊은 맛과 질감의 표현이 잘 표현되어있다. 약간 가벼운 느낌의 조선화와는 확연히 다른 육중한 맛이 느껴진다. 깊은 명암을 사용한 것이나 무채색 계열의 색상을 두껍게 표현한 것은 조선화에서는 잘 쓰지 않는 기법이다. 모자나 외투의 털의 표현도 유화에 걸맞게 표현되었다.

평양미술대학의 전체 수업과정은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인민군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은 확실히 우리의 미술대학과 차이가 있다. 물론 평양미대에서도 석고인물상, 꽃병 따위의 정물화, 풍경스케치, 크로키(속사), 여인상, 소녀, 어린이모습, 노동자 따위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연습을 한다.

우리 나라 미술대학의 경우는 정물, 크로키, 풍경, 야외스케치, 석고상, 여성, 남성누드, 인물상 따위를 습작하는 과정이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북한미술대학의 경우는 노동자, 농민, 여성일꾼, 인민군 따위가 있고, 여성누드는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습작과정에 북한사회에서 추구하는 내용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인민군을 그리는 것은 북한의 군사력중심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유화는 조선화에 비해 열세이다. 나이든 작가들의 유화를 보면 조선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화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거기에 비해 이 학생의 습작은 기본기가 튼실하고, 유화의 맛도 잘 살리고 있어 앞으로 북한의 미술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는데 한몫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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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2)
김미숙 () 2002-12-22 12:00:00
몇년 전 본 JSA가 다시금 떠오르는 그림이다. 모자와 어깨를 덥고 있는 털들의 생생함은 컵에서 나오는 김과 빨개진 귀,손들과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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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 2005-04-21 12:5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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