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김현희 KAL 858기 사건의 공범인 김승일(당시 70세)의 사체를 부검한 황적준 박사(고 박종철 열사 부검 집도의)는 기도와 식도에서 독약 앰플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워크샵을 통해 참석자들은 KAL 858기 사건전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19일 오후 4시 반부터 천주교 인권회관 3층에서 열린 김현희KAL기사건진상규명시민대책위(준)가 주관한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당시 당국이 발표한 KAL 858기 사건전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으며 특히 김승일의 죽음에 대해 짙은 의구심을 표했다.

KAL 858기 사건을 개인적으로 15년간 추적해오고 있는 현준희씨는 이날 워크샵에서 당시 정부발표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승일은 5개국어에 능통한 고도의 첩보원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70 노객으로 위도 잘라내고 신장도 하나밖에 없으며 다리를 절며 폐병까지 있는 중환자이며 일본어 외에는 어떤 외국어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KAL858기 희생자 유가족들. 왼쪽부터 임옥순, 김호순, 차옥정씨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워크샵 참석자들 역시 독약 앰플 조각이 기도와 식도에서 동시에 발견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고, 김승일이 사용했다는 액체 청산가리는 독성이 강해 앰플을 깨트리는 순간 기화해서 사람을 즉사시키므로 김승일이 앰플 조각을 삼켰다든지 김현희가 조금만 깨물어 살아났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대체로 수긍했다.

또한 현준희씨는 MBC의 밀착취재 과정에서 김승일 부검과 관련된 파일을 촬영한 내용 중에 김승일의 50세때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그가 북한공작원이라면 50세때 사진이 어떻게 정보기관의 문건에 첨부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따라 대책위는 김승일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당시 부검의였던 황적준 박사에게 질의서를 보내는 등 진상규명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준희씨는 최근 자신의 주장에 대한 『월간조선』의 반박에 대해 『월간 인물과 사상』에 기고한 글들을 소개하며 김현희의 귀 모양에 대한 문제제기를 비롯해서 김현희가 중국 조선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현희와 김승일의 신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현준희씨.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현준희씨는 그 증거로 음성의 특성을 연구하는 성문분석 전문가인 일본인 스즈끼 마쓰미씨가 김현희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조선족에 가깝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점과 조선일보 87년 12월 2일자에 실린 KAL 858기에 탑승했던 박길영 승무원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현희가 기내에서 식후에 담배를 피웠다고 진술한 점을 들었다. 현준희씨에 따르면 87년 당시 북한의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행실은 상상하기 어려운 반면 중국에서는 식후 연초의 풍습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워크샵에서 `KAL기 사건 진상규명활동의 현재적 의의`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심재환 민변소속 변호사는 사건해결을 위해 △진상규명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배상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조치 등을 제시했으며 최근 `수지 킴 사건` 등을 통해 볼 때 반인권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와 재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반북반공이라면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일도 서슴치 않는 범죄집단`인 국가 정보기관에 대해 사회 여론화를 통해 재수사와 재심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국민여론을 통한 역사적 심판을 내릴 수 있는 `민간법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심재환 변호사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참석자들은 대책위 조직을 더욱 확대하고 진상규명 활동과 법적 대응, 대국민 홍보 등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다음 대책위 모임을 3월 7일 오후 2시에 천주교 인권회관에서 갖기로 약속하고 늦게까지 진행된 워크샵을 마무리했다.

이날 워크샵에는 사회를 맡은 최규엽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비롯해서 피해가족 차옥정, 김호순, 임옥순씨, 남상덕 천주교 인권위 사무국장, 김이경 통일연대 사무처장, 곽태영 박정희기념관 건립반대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근 수지 킴 사건과 최종길 교수 사건의 가리워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KAL 858기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도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책위의 새로운 의혹제기와 활발한 활동 계획은 앞으로 큰 폭발을 불러일으킬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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