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민화협 정책실장)


새해부터 느낌이 좋다. 올해는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것 같다. 작년에는 금강산 민족통일대토론회,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등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차원에서 대규모 남북교류가 있었다. 민족통일운동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작년에는 행사를 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올해는 왠지 작년과는 느낌이 다르다.
 
북한이 경의선 막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아리랑 축제에 참가할 관광객을 수송하기 위해서 경의선 이용을 검토한다거나 금강산을 거쳐서 원산, 평양으로 이어지는 길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갑갑하기만 했던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2일에 열린 `정부, 정당, 단체 합동회의`에서 당국간 대화와 민간대화를 활성화할 것을 표방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대화의 뜻을 밝힌 것은 오는 4월 29일부터 6월 29일까지 열리는, 북한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필자주 ; 매스게임과 카드섹션을 뜻함)이라고 부르는 아리랑 축전에 남측 관광객을 초청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현상적으로는 맞는 지적이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면서부터 대화와 개방(물론 북한은 개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대화와 개방을 위한 북한의 시도는 두 번 주춤거렸다.

첫 번째는 부시행정부의 출범 직후이다. 북한은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남북 대화를 단절시켰다. 두 번째는 미국의 아프칸 공격이다. 2001년 9월에 북한은 5차 장관급회담에 나섰다. 이는 8.15 통일대축전의 후유증에 대한 수습이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에 나선 2001년 9월은 이미 6월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정책 재검토를 마치고 북한과 무조건 대화를 제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증대시켰고, 이후 6차 장관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게 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북한이 다시 대화의 뜻을 밝힌 것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조심스레 시도해온 대화노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2월 19일 부시의 방한을 전후해서 미국과 북한의 대화의지가 확인된다면, 이후 북한은 대담하게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조성된다면 대화의 폭을 확대시키는 북한의 변화는 아리랑 축제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아리랑 축제에 대해서 월드컵 맞불지르기라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월드컵 기간동안에 군사시위라도 하면 어떻겠는가? 군사시위를 하지 않고 축제를 벌이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더구나 아리랑 축제는 북한의 60-90-70(김정일 60회, 김일성 90회, 조선인민군 70회)기간을 피해서 열린다.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 시기를 조절하다 보니까 월드컵 기간과 일부 기간이 겹치게 되었다.
 
월드컵과 아리랑 축제를 적절히 연계하면 상당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행히도 북한이 아리랑 축제를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채운다고 한다. 시비걸기 식으로 아리랑 축제를 볼 것이 아니라 월드컵과 아리랑 축제를 남북이 서로 축하해서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넘실거리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과 아리랑을 서로 축하해줄 경우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색깔시비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 남북관계가 잘못 풀릴 경우 작년에 통일부 장관을 해임시킨 것보다 더 큰 정치적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월드컵과 아리랑 축제를 남북이 서로 축하하면 이런 파문을 막을 수 있다. 또 6.15 공동선언 2주년 민족공동행사와 올해 8.15에 북측에서 서울을 방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런 게 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가능하게 하는 분위기 조성이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 대통령의 2월 19일 방한을 전후에서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시행정부는 북미대화에서 핵, 미사일, 재래식무기, 생화학무기 등 4가지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4가지 의제는 공평하지도 않을뿐더러 간단히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북한과 미국의 신뢰구축이 우선되어야한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북한과 미국이 신뢰를 다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노력해야겠지만 민간도 깊이 생각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민간차원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성과를 거둔 반미운동은 현시기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수정하는 데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남북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을 미국이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부시 대통령이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시 방한에 맞춰서 반대시위를 조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부시 방한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해본다면 부시가 방한하기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국 국민들의 의사를 접할 수 있게 하려는 민간의 노력이 절실하다.

각계각층에서 지금부터 부시 대통령이 남북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에 대해 협조해야 한다는 의사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표현하고 전달해야 한다. 한미 외무장관회담에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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