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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국방외교의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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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1.2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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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군사전문가)


1989년의 비극

1988년 집권한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인상적인 안보정책을 폈다. 외교적으로는 북방정책을 통해 사회주의권 대륙세력에 대한 접근을 하는 동시에 국방분야에서는 평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고,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하기로 하는 등의 `한국 방위 한국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정책은 1989년 당시에 미 상원에서 `언-워너 수정법안`이 통과되면서 주한미군 병력을 3단계로 대규모 감축하기로 하는 정책이 발표되고, 우리의 통일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남북간에도 화해의 물결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고 대북 화해·협력을 천명한 [7·7선언]이 나온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었다.
 
바로 이 때 한미 국방당국은 중요한 세 가지 협정을 체결했다. 첫째,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합의서, 둘째,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을 위한 기본협정(SOFA 5조에 대한 특별협정), 세째, 한미간 방산 로얄티 협정이다. 이 협정서들은 미국에 대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일견 자주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졌다.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표방한 노 정권의 태도는 국민에게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흐름을 뒤집어엎고 퇴행적이며 종속적인 한미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음모가 동시에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에서부터 한국 국방정책은 걷잡을 수 없이 굴절되고 파행으로 가기 시작한다.

집권 민자당과 미 공화당의 협잡

먼저 미국의 강경파는 남북관계 발전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1990년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1991년의 북한 NPT탈퇴로 이어진 위기는 결국 [넌-워너 수정법안]에 의한 주한미군의 2단계 철군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했다. 그 여파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 역시 완전 백지화된다. 이렇게 된 데는 90년 초의 3당 합당으로 인해 한국내 집권 보수세력이 안보주의를 주장하며 용산 기지 이전을 반대한데 크게 힘입었다.
 
그러나 방위비분담금협정, 방산 로얄티협정과 같이 미국측에 주는 협정들은 철저히 이행되었다. 애초 이 협정을 체결해 줌으로써 미국측으로부터 받기로 한 반대급부는 제공되지 않았다. 예컨대 방산 로얄티 협정의 경우를 보면, 정당하게 미국 방산기술에 대해 한국이 로얄티를 지불하면 그 방산기술을 우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체결한 협정이다. 그러나 협정 체결전에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방산물자를 제3국으로 수출하는데 관대하던 미국측 태도는 협정 체결 후 오히려 인색해졌다. 제3국 수출에 대한 동의율이 80%에서 14%로 오히려 줄었다. 돈을 지불하고도 불이익을 본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미국측 원화발생비용(현지발생비용)의 1/3을 부담하면 미국측 주둔비용에 대해 한미가 공동으로 실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서도 완전히 태도를 바꿔 미국측이 제시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여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게끔 해놓았다.
 
1994년도에 이르러서는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받게 되는데 이때도 연합사령관에 대한 7가지 위임사항을 별도로 선정하여 알맹이 빼고 껍데기 권한만 환수되었다. 그결과 80년말, 90년초의 한반도에서 탈냉전 분위기, 대북 화해정책 분위기는 완전히 일소되고 다시금 냉전체제가 고착되게 된다. 역사가 10년을 후퇴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는 다가올 대선과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준다. 3당 합당이 냉전적 미국 정책을 수용하는 국내 정치체제로 작용했듯이 앞으로 신보수연합이 집권하면 지금 논의되는 각종 대미 국방외교,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같은 것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졸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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