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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해의 남북관계를 내다본다 - 이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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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1.0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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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재미 통일문제 자유기고가)


분단 후 57번째 맞는 신년이다. 매년 정초에 우리는 통일의 염원을 새로 다짐한다. 금년 정초에도 우리는 남북관계와 주변정세가 잘 풀려서 통일의 그날이 바짝 앞당겨지기를 바라는 마음 매우 간절하다. 그러나 공교롭게 일이 꼬이던 지난해를 배경 삼아 앞을 내다볼 때 금년의 전망이 별로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밖에 안 남았다. 그의 "햇볕정책"은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전 국민을 흥분시키고 온 세계의 각광을 받았지만, 국내 보수세력의 끈질긴 방해에 봉착해, 1년 반이 지난 지금, 상처투성이 영광으로만 남아 있다. 한국은 금년에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 행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다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열풍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김 대통령에게는 벽에 부딪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힘이 없다. 그의 보좌관이나 추종자들 중에 뒤를 이어 받아 밀고 나갈만한 인물도 없다. 또 현재 차기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인물의 대북 인식은 정치군인들의 금과옥조인 반공.반북론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생각은 신년 공동사설에 잘 나타나 있다. 북한은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한다는 6.15공동선언에 서명한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서는 여전히 미국.일본과의 공조체제에 매달려 있는 점을 못마땅해한다. 또 자신이 평생 주장해 오던 보안법의 폐지나 개정을 집권 후에도 해내지 못하는 김 대통령의 무능에 실망하고 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규모의 대북 시설투자도 실현가능성이 없음을 깨닫고, 정부당국자간 남북협상에는 흥미를 잃었으며, 당분간 내실을 다지는데 힘써야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재작년 말까지 분명 북한과의 관계를 적대관계에서 정상관계로 전환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해 10월 12일 북의 조명록 특사의 방미 때 공동 코뮤니케로 1) 북미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고, 2)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3) 한국전쟁을 공식으로 끝내고, 4)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적의가 없음을 확인하며, 5)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6) 서로 테러 방지에 힘쓴다고 밝혔다.

이때 북한은 북미회담 진행 중에는 미사일 발사를 중지할 것을 약속했으며 미국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하게 될 경우의 준비를 위해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방북케 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10월 말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쯤 되면 한반도에 마침내 평화가 오고 통일의 서광이 비춰질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생각은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홱 달라졌다. 그는 작년 3월 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하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 한마디로 북한이 8년에 걸친 힘겨운 대미교섭으로 겨우 따낸 열매는 무참히 짓이겨졌으며,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뒤집어 씌어졌다. 그후 6월 6일 그는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지시했다고 발표했으나, 북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북미대화는 과연 언제 재개될 수 있을는지 매우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남북관계는 원칙으로는 남한과 북한이 당사자이지만 불행하게도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먼저 풀려야 남북관계도 풀리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미국이 그럴 생각이 있어야만 북미관계가 트이고 이에 따라서 남북관계도 풀릴 수 있게 돼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부시 대통령은 소위 `테러와의 전쟁`에 매달려 남북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간의 전쟁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처럼 싱겁게 승부가 났지만,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반 미국인들은 그것도 승전이라고 환호하면서 부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친 김에 소말리아와 이라크도 치고 북한도 때리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의 수반 모하메드 오마르를 아직 못 잡았고 알 카에다의 수령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이 묘연한 것이 부시에게는 불안의 씨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전쟁을 어디까지 확대해서 언제 어떻게 매듭지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부시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그것을 잘못 처리하면 그의 아비처럼 나중에 인기가 폭락하여 재선에 실패하게 되는데 이것이 부시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이다. 아마도 북한문제의 방치가 재선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혹은 대북관계의 진전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한 부시는 대북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남북문제는 금년에는 물론 아마도 내년 초까지도 정부차원에서는 별로 큰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나마 햇볕정책의 여운으로 남한의 일반국민의 동족의식이 고조되어, 금년에 남북간의 민간차원의 교류가 확대될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남북문제나 통일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일반국민의 깊은 이해와 폭넓은 지지가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금년에 일반 민간차원의 대북접촉의 확대를 통해서 남북상호간의 이해와 신뢰가 촉진되고 그 토대 위에서 우리민족의 "자주적인 통일의식"이 고양되고 확산된다면 그것은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 향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미국의 대북 자세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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