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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항일유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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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1.0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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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현대인들은 여행을 꿈꾼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울리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러한 꿈은 언제나 아련한 신기루같이 잡히지 않는다. 시간이 나면 돈이 없고, 돈이 준비되면 시간이 없다. 주말이나 연휴에 자가용을 끌고 나와도 자신과 똑같은 수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여행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행은 대부분 `관광`여행이다. 명승지나 볼거리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약간의 지식을 얻어 돌아오는 그런 여행 말이다. 관광지 주변에는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오락실 혹은 식당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런 모습은 전국의 어떤 관광지를 가도 비슷하다. 비슷한 음식에, 비슷한 기념품, 비슷한 욕망을 가진 사람뿐이다. 이러한 관광지 여행은 혼자가면 재미가 없다. 친구가 있어야 하고 연인이 필요하다. 물론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은 기본적으로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여행은 또 다른 욕망과 갈증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좀 다른 여행도 있다. 흔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수준 높은 여행이라고 얘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현대인들에겐 그저 꿈일 뿐이다. 인도에 가서 철학을 하거나 몽골에서 야성을 느끼는 여행이 아닌 좀더 현실적이면서 쉬운 여행은 없을까?

아무도 모르는 한적한 곳에 가서, 일단 핸드폰을 끄고,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한 다음, 2박 3일 정도 잠만 자는 여행도 괜찮다. 머리가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많은 받는 사람에겐 제격이다.

심심한 여행도 권장할 만 하다. 이런 여행은 혼자가야 하고, 관광지와 사람을 철저히 피해야 한다. 여행 중에 무슨 특별한 사람을 만나거나 특별한 사건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밥도 혼자 먹고, 잠도 혼자 자고, 혼자 걷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얻은 것이 뭐냐구? 가보면 안다.

그것도 싫으면 달리는 여행을 권하다. 두 다리가 건강한 사람은 발로 뛰면 되고,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 된다. 너무 속도를 높이면 재미없다. 운전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속도는 사람에게 긴장감과 리듬을 준다.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미래를 계획할 때 아주 좋다.

사람은 쉬어야 하고 재충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쉬는 시간마저 소비와 욕망을 부추긴다. 적절한 쉼과 여유는 사람의 창조적 본성을 일깨운다. 소모되고 소비되는 삶이 아닌 창조하는 삶은 누구나 원한다. 가끔 자신의 본성을 되돌아보는 여유 속에서 예술의 꽃이 핀다. 

낭만적인 항일유격대

▶북만의 봄/정창모/조선화/108*148/1966

이번에 소개할 그림은 북한화가 정창모의 ‘북만의 봄’이라는 조선화이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약 36년 전에 창작되었다. 조선화가 북한에서 정착되어 가는 시기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노화가 정창모는 1931년 전라북도 전주출생으로 한국전쟁 때 인민의용군으로 입대하여 월북했다. 1963년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에서 활동한 인민예술가이다. 

이 작품은 북만주에서 활동한 항일유격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유격대원의 모습과 여성유격대원이 말에게 물을 먹이는 장면을 그렸다. 말에게 물을 먹이는 여성대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서려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마치 영화의 멋있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은은한 갈색조가 작품 전체에 깔려있고, 여성유격대원과 말, 그리고 갈대 따위의 소재가 일본군을 피해 은밀히 이동하는 유격대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술은 이런 낭만주의적인 요소가 많다.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미술의 특징 중에 두드러진 것은 낭만성이다. 이는 구소련이나 중국의 미술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무거운 주제나 내용을 담더라도 표현은 극적이면서 사람의 감성을 묘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북한사회에 대한 긍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마치 집안에 손님을 초대할 때 깨끗이 청소를 하고 화장실이나 창고 같은 지저분한 곳은 보여주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항일무장투쟁이나 한국전쟁에서 사람이 죽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웃음과 여유, 눈물과 감동의 요소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사회의 긍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끌어내고 이것을 중심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추구하는 창작방법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고 부르는데, 북한의 경우 여기에 낭만성의 요소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가 있다.

또 하나는 조선화의 기법적인 측면 때문이다. 조선화의 특징은 밝고 화사한 색상과 수채화 같은 맑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수묵화의 농담과 여백미의 요소가 부분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아무리 강한 주제라도 조선화의 기법 속에서 부드러워지고 긴장감이 풀려버린다.

이것은 맑고 미려한 색상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감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한 음영대비를 중심으로 표현한 서양의 인물화나 신고전주의 작품보다는 색상이나 은은한 명암이 잘 나타나 있는 인상주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긍정성을 중심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북한 사회의 특징과 우리 민족의 감성이 적절히 결합한 미술이 바로 북한의 조선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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