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군사전문가)

심상치 않은 위기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한국 정치사에서 유래 없는 `이념논쟁`의 시기가 온다. 각종 색깔론을 앞세운 편가르기와 이념공세로 연일 정치권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보수세력 내부에서는 누가 진짜 보수인가를 가리는 소위 `원조보수 논쟁`이 발화될 것이며, 개혁진영 역시 DJ의 정책·이념 계승문제를 둘러쌓고 각종 색깔논쟁이 일어날 것이다.
 
왜 이러한 이념분할 정국이 오는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 정치세력이 존재부각 차원에서 색깔론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뇌사상태에 빠져있는 자민련과 김종필 총재는 일찍이 `JP 대망론`을 통해 국제파 정치인의 보수 리더쉽을 표방한 바 있다.

김종필 씨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한나라당과 합당할 것인가, 아니면 보수신당을 창당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먼저 자신이 원조보수라는 점을 내세우는 색깔논쟁을 발화시킴으로써 민심과 이회창 총재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96년에 김종필씨가 김대중 총재에 대해 이념 공격을 하고 그 이듬해 DJP공조를 성사시켰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JP입장에서는 일단 이회창을 `사이비 보수`로 때리고 볼 일이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영삼은 물론 지난해 이회창씨에게 `학살` 당한 영남 보수정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카드다.

즉 색깔논쟁은 JP에게 있어 세력규합과 통합의 논리가 된다. 물론 여기에는 내각제 개헌론이라는 또 하나의 흥미유발 카드가 있다. 또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키신저, 릴리와 같은 국제파 보수정객들로부터 상당한 지원도 기대된다.

햇볕정책 함몰 의도

두 번째. 이회창 총재의 경우를 보자.  아다시피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면서 극단적 이념색을 탈피하려하고 있다. `포용적 자유주의`, `중도 보수주의`로 표현되는 새로운 노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남 보수층을 비롯한 당내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아직도 약속어음에 불과한 `대세론`보다 확실한 현찰이라고 믿어지는 `색깔론`에 더 집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총재의 의도와는 달리 여야간 정쟁의 계속과 빨갱이 사냥에 더욱 경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흐름을 타고 강경보수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대세론`에 의한 비전제시의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총재의 무색무취한 지도력을 감안할 때 여기에 끌려다닐 가능성도 높다.

사실 이 총재도 극우 보수세력으로부터 색깔이 의심스러운 정치인으로 많은 의심을 받아왔다. 보수세력 입장에서는 이회창 총재를 확실히 `군기잡지 않고` 대통령이 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대통령이 되서 언제 햇볕주의자로 돌변할런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회창 총재가 올해 연초에 김정일 답방을 거듭 촉구하고 최근 북한에 쌀 지원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 극우보수세력의 낭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달빛정책류`의 싹마저 잘라버리기 위해 분명히 한번 그들은 준동한다.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인내심이나 참을성을 필자는 과히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존재부각을 위해 또다시 발화될 색깔 전쟁에서 이번에만큼은 절대로 밀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지식·정보 역량을 결집할 때가 되었다. 보수는 분열되고 개혁과 평화는 결집된다.

[지난 김종대 시평]

북미관계의 새 암초, 생물무기
슬며시 고개 드는 한국군 파병론
한나라당의 색깔을 묻는다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때

졸속 F-X사업에 국부 유출 4조원!
반 테러동맹의 위험한 승부수
문명 내부충돌 부추기는 미국형 전쟁경제학
전쟁을 둘러싼 비지니스
저 혼자 흥분해서 날뛰는 꼴불견
황금 이동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중동의 전운, `문명 충돌`은 오는가
인식의 혁명이 요구되는 시대
국민은 판단할 능력 있다
권위주의에 대한 위험한 향수
`실패한 대통령론`
미군철수에 대한 이상동몽(異床同夢)


<약력>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반핵평화운동연합 정책위원
평화연구소 연구원
14,15,16대 국회 국방위, 정보위의원 보좌관
15대 대통령직 인수위 국방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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