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군사전문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는 아프간 전쟁

19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생물무기금지협정(BWC) 제5차 회의.  존 불튼 미 국무부차관보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이라크, 북한, 시리아, 수단, 리비아 5개국을 지칭하여 생물무기보유국으로 지목하고 강력한 국제제재를 포함한 검증조치를 제안했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미 국방부 월포위츠 부장관 등 강경파가 이라크로 확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물무기 제재는 이라크 공격의 유력한 명분이 된다. 실제로 이라크는 1991년 걸프전에서 생화학전을 준비한 바 있다. 

9·11 미국테러 이후 계속되는 탄저균 공포는 이러한 과거의 사례를 들춰내며 확전의 명분으로 교묘하게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 의해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보유국으로 낙인찍힌 북한에도 그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것.  이점에서 생물무기는 `강건너 불`의 문제가 아니다.
 
둘째, 이번에 볼튼 차관보가 제시한 생물무기제재 해법은 다자주의, 상호주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일방주의에 기초한 공격적인 성격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후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 거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생물학무기금지협약(BWC) 검증이행서를 거부해 세계로부터 비난받아 왔다. 결국 생물무기 확산의 일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는 것이다. 

상호주의 정신에 의한 검증절차를 거부한 미국의 행위를 도외시하고 오직 `깡패국가`의 생물무기만 문제삼는 이중적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직 BWC에 가입조차 안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1995년에 미국이 지목한 생화학무기 보유국가다.  여기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지, 그 편파성이 너무 노골적이다. 

1998년부터 탄저균 백신 공급

미국이 상호주의에 의한 생물무기 검증절차를 거부했던 속내는 이렇다.  만일 생물무기에 대한 보편적 사찰이 의무화된 강제적 규범체계가 시행될 경우 미국의 국가이익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첫째, 미국내 유전자공학 첨단기술이 외부에 노출되어 상업적 불이익이 초래된다.  둘째, 미국의 군사기지와 시설도 공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클린턴 정부 때 작성된 [페리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핵문제, 미사일문제는 부각시키면서 생화학무기 문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생화학무기 문제 해결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의제 중 하나로도 취급되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1998년부터 한미연합사 비밀문서, [한반도 정보판단서 98]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1998년 9월 전세계 미군 중 주한미군이 가장 먼저 탄저균 백신을 접종받고, 세균무기 탐지중대 BIDS가 미 공군기지 내에 설치된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한국군도 1999년에 화생방방호사령부를 창설한다.

이 [정보판단서]에 의해 98년 실시된 합동참모본부의 워게임(작전계획 5027-98, JICM)에서는 북한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시 병력의 18%, 전차의 10%, 야포의 5% 이상이 개전초 화학무기에 의해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같은 문서에서 북한의 탄저균 10kg이면 10일 이내 서울인구 절반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천연두균은 10g이면 2~3일 이내 서울인구 절반이 감염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의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은 자국 내에서 탄저균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오직 이라크나 북한 위협에만 치중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던 중 미국내에서 탄저균 테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당연히 국제적인 동시에 다자주의, 상호주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직 북한, 이라크 위협에 집착해온 미국의 정책에 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태도는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지난 김종대 시평]


슬며시 고개 드는 한국군 파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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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혁명이 요구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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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에 대한 위험한 향수
`실패한 대통령론`
미군철수에 대한 이상동몽(異床同夢)


<약력>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반핵평화운동연합 정책위원
평화연구소 연구원
14,15,16대 국회 국방위, 정보위의원 보좌관
15대 대통령직 인수위 국방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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