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 통신원 (6.15전북본부 사무국장)

 

코로나19로 대회 운영 방식 계속 조정

6.15전북본부와 전북겨레하나가 9월 19일부터 ‘집콕 통일거북이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두 단체는 2001년부터 3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6.15공동선언 기념 통일마라톤대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를 9월로 연기했다. 참여 인원을 400명 규모로 줄이는 대신 체험 프로그램 중심의 ‘통일거북이마라톤’으로 대회를 변경했다.

그러나 8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장기간 유지되는 등 경각심이 높아져 다시 조정해야만 했다. 대회 물품을 택배로 보내면 각 가정에서 가족들이 슬로건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만들어 보내는 비대면 행사가 최종안이었다.

▲ 통일거북이마라톤 한마당과 ‘집콕’통일거북이마라톤대회 홍보 디자인.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공간을 뛰어넘는 마음, ‘집콕’ 통일거북이마라톤

새롭게 바뀐 대회명칭은 ‘집콕 통일거북이마라톤’! 약속한 9월 19일이 되자 참가자들은 각 가정에서 마라톤 티셔츠를 입고 배번호를 달았다. 한반도기를 넣은 마스크도 착용했다. 함께 상의하여 만든 평화.통일 슬로건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게시하였다. 율동이나 퍼포먼스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여 공유하는 가족도 있었다.

그리고 대회 운영자에게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로 작품과 SNS 캡쳐 사진을 보내왔다. 한 장소에 모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모두가 같은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잔잔한 감동도 같이 전해왔다.

▲ 가정에서 만든 구호를 들고 포즈를 취한 참가자들.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게시 인증샷.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전주천 산책로의 남북공동선언 포토존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전주천 산책로에는 포토존을 설치했다. 4대 남북공동선언(6.15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어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면 기념품을 전달하는 시민 이벤트를 진행한 것.

산책하던 시민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설명을 읽어보거나 사진을 서로 찍어주었다. 통일거북이마라톤 신청 가족들도 삼삼오오 산책로를 방문했다. 입구 ‘평화로 가는 길’에서 ‘분단 끝, 통일 시작’ 출구까지 걸으며 아이들이 그린 포스터를 들고 인증샷을 찍거나 연습한 율동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순서대로 ①평화의 길 입구, ②6.15공동선언 포토존, ③10.4선언 포토존, ④도보다리회담 포토존, ⑤판문점선언 포토존, ⑥평양공동선언 포토존.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온라인 라이브로 즐긴 시상식과 행운권 추첨

9월 23일 오후 3시, 전북겨레하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통일거북이마라톤 우수 작품 발표와 행운권 추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우수 작품으로 으뜸상, 버금상, 씨앗상, 특별상 등 모두 12가족을 선정했다. 6년 전부터 대회에 함께해온 고경돈 가족은 통일마라톤대회와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으뜸상을 받았다. 유모차를 타고 처음 참여한 막내가 올해 10살이 되어 내년에는 ‘내가 꼭 1등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영상이 소개되자 댓글에 엄지척이 쏟아졌다.

고경돈씨가 으뜸상 감사 메시지를 대회 운영진에게 보내왔다.
“저희 부부는 정말 2002년 6월 15일에 처음 만나서 3남매 낳고 통일마라톤 참여하는 기쁨으로 매년 지낸답니다. 내년엔 꼭 코로나19가 종식돼서 다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으뜸상을 받은 가족의 막내 고하은 어린이.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우수 작품을 발표한 전북겨레하나 김성희 사무총장은 대회 참가자들 모두가 ‘통일 아티스트’라며 멋진 사진과 동영상이 쏟아져 행복했다고 전했다.

▲ 방송인 이백희 씨와 김성희 전북겨레하나 사무총장이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출품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운권 추첨도 재미있었다는 평가다. 23가지 경품에 톡톡 튀는 이름을 붙였다. ‘통일할 때까지 건강하자 홍삼 4상자’, ‘남북 간 오해와 불신을 싹 빨아들여 버릴 무선청소기’, ‘분단바람 빨아들여 통일바람으로 바꾸어주는 공기청정기’, ‘대동강맥주에 곁들일 안주를 바삭하게 튀겨줄 에어프라이어’ 등이다.

라이브를 즐긴 참가자와 시민들도 “작명센스가 돋보인다”,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다”, “정규 방송보다 재미있다”는 댓글로 호응했다. 이 중 3명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는 댓글 이벤트도 있었다.

단순 참여자에서 창작자로! 코로나 시대가 만든 새로운 변화

코로나19라는 조건에서 만든 새로운 통일행사, ‘집콕 통일거북이마라톤대회’는 뜻밖에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400명 신청자 중 303명이 출품하였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행사에 참가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스스로 슬로건, 포즈, 동영상을 만들며 평화와 통일을 표현하는 창작자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토론과 참여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뜻깊다.

“가족끼리 모여 구호를 정하고 영상도 만들다보니 평소에는 전혀 말하지 않던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큰 행사도 좋지만 이런 컨셉도 즐겁고 재미있다.”
이웃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고 씨앗상을 받은 서신영씨가 남긴 소감이다.

▲ 평화의 길을 걸으러 나온 서신영 씨와 이웃들, ‘안녕공동체’. [사진제공 - 통일뉴스 이민재 통신원]

6.15전북본부 방용승 상임대표도 의외의 성과에 흡족하다며 말했다.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평화 기대감이 식어가는 게 안타까웠다. 코로나19로 대면행사를 못하는 점도 늘 맘에 걸렸다. 이번 대회를 해보니 장벽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마음 속 절망’이라는 걸 느꼈다. 시민의 평화통일 사랑은 여전하다는 걸 확인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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