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이 본격 시작됐다. 대전 동구청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9월 22일 오전 10시 30분에 사건 현장에서 개토제를 열고 본격 유해발굴에 들어갔다.
개토제에 참석해 인사말에 나선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숙자 회장은 “한국전쟁 70년, 강산이 힘겹게 일곱 바퀴를 돌았다”며, “부모님의 유해라도 편안히 모시고 싶었던 소원이 오늘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염원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 원통의 구천을 헤매는 원혼들을 어두운 땅속에서 따뜻하고 밝은 모시는 우리들의 숙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도 개토제에 참석해 “인간의 생명은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것이고, 국가와 지방정부는 그런 생명을 보존해주는 것이 임무”라며, “국가가 생명을 보존하기는커녕 죽이는 일은 국가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이야 말고 가장 집대성을 잘하고, 평화와 인권을 상징화하고, 교육하고, 다시는 전쟁을 억제하는 장으로 꼭 만들려고 한다”며 “전국 각지, 세계에서 찾아서 전쟁의 참상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교육의 장을 잘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박선주 발굴단장(공동조사단 공동대표)는 “리멤버 앤 메모리(Remember and Memory)라는 컨셉으로 국가 단위 위령시설인 평화공원을 만들면서, 일단은 이곳에 묻혀 있는 유해를 전부 발굴해야 한다”며, 2022년까지 유해발굴을 지속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발굴은 40일간 진행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번 유해발굴은 대전형무소사건의 희생지로 알려진 대전시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원에서 진행된다. 발굴 지역은 지난 2015년 민간차원의 유해발굴을 통해 이미 약 20명의 유해를 발굴한 바 있고, 이후 2017년 시굴조사를 통해 임마누엘교회로 이어지는 지역으로 계속해서 희생자가 매장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유해발굴은 대전시 동구청의 보조금지원사업으로 진행되며, 이는 2022년경 이 지역에 조성될 국가 단위 위령시설을 준비하는 실질적인 첫걸음이기도 하다.
산내 골령골에 대한 유해발굴은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량 매장지에 대한 발굴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2개 지점에서 34구의 유해를 발굴하는 데 그쳤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 해산 이후인 2015년과 2017년의 유해발굴은 민간차원에서 진행했다. 당시 민간차원의 유해발굴을 진행하면서 유해발굴의 책임을 진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에 진행하는 유해발굴은 학살 사건 70년을 맞아 사건의 책임을 진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유해발굴을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기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현장으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를 대상으로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한편, 유해발굴을 맡은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지난 2014년 2월에 4.9통일평화재단, 평화디딤돌, 역사문제연구소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결성해 2014년 경남 진주용산고개를 시작으로, 2015년 산내 골령골 등 매년 한 차례 이상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지에 대한 유해발굴 공동조사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국가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법적.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내 인권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진상규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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