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채 / 재미동포

 

우리 한반도 분단의 원천적 요인을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이다. 국내적 요인은 바로 우리 민족 자신의 문제이며 국제적 요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 군사 역학적 이해관계이다. 이 두 요인이 완전 선결되면 완전 통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요인의 합작용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분단의 수렁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한탄에 잠겨 있을 것인가?

좀 더 냉철하게 숙고해보자. 국제적 요인의 해소를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을 움직이고 조정하고 설득하는 어렵고 기나긴 과정을 필요로 한다. 국제적 요인은 대부분 우리의 역량 밖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세계 패권주의를 내세우고 동북아 및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을 강고하게 유지하려는 미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기란 현실적으로 지극히 난해하다. 일을 역리적으로 해결하려다간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더구나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G2시대를 맞이하여 동북아 내지 세계적으로 미중의 대립과 갈등이 가속적으로 확대되고 첨예해지고 있다. 우리의 주변 정세는 21세기에 들어 더욱 복잡다단하게 진화하고 우리의 통일여건에 계속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및 주변국들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태도가 바뀌기만 애타게 기다릴 것인가? 바보짓이다. 그들을 당장 움직이려는 것보다는 관망하자. 시간을 요한다. 전략적 인내이자 잠정적 휴전이다.

우리의 통일에 관심이 없거나 바라지도 않는 그들이 변하기를 바라기보다 우리 자신의 통일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고 유효적절하다. 진정 우리가 우리의 평화통일을 원하면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국내적 요인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보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쉽게 말해서 서로 닮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동질성과 유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동일해지거나 비슷해지는 것이다. 두 가지 요인 중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보다 쉬운 것부터 실천하자는 것이다. 이는 어떠한 통일방식 하에서도 완전 통일을 위해 어차피 이수해야할 필수적 과정이다. 이는 실질적 내용적 통일이다. 그 동질성을 회복하고 유사성을 추구하기 위한 3가지 중요한 부문을 지적코자 한다. 대별하여 역사, 문화 및 경제체제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은 역사를 각기 자기에게 유리한 관점에서만 보고 남북의 동포들에게도 정치적 의도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역사교육을 시켰으며 자신을 정당화하고 상대방의 역사와 정체성을 폄훼하다보니 우리 민족사 전체를 은폐 내지 왜곡하기에 바빴다. 더구나 우리의 역사는 일제의 왜곡에 의해서 사관마저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방 후 우리는 우리의 진실된 역사에 무지하여 우리 자신을 바로 보지도 못한 채 살아온 것이다. 지난 질곡의 분단의 역사를 제대로 알 때 우리의 통일에 대한 지혜도 제대로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되고 있다. 한반도를 주물렀던 저 구냉전 세력의 두 축인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관련 외교문서 및 군사기밀들이 이제 비밀해제되어 우리의 접근이 가능하다. 그동안 베일에 싸인 많은 중요 자료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난 역사의 진실은 대중에게까지 개방되어 더 이상 은폐, 왜곡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남북 당국은 각기의 국민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교육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은폐되고 왜곡되어온 진실을 모두 밝혀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흔히 역사는 정치의 거울이라 했다. 사실 모든 부문의 거울이요 교사이다. 우리 자신을 정확히 아는 데서 우리의 새로운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역사가 써져야 한다. 지난 역사를 거울로 새로운 통일 한반도 그리고 평화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의 역사가들이 한데 모여 연구하고 토론하고 합의하여 우리 민족이 모두 함께 배우는 공통된 역사서를 출판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의 후손들이 함께 배우는 공통된 초중고 교과서를 가져야 한다.

물론 양측이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면 이는 양측의 주장을 병기하고 계속 탐구하여 결론에 이르도록 노력하고 후손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교육하면 된다. 후일 후손들이 이견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양측이 보다 진솔하게 조사, 연구에 임하면 이견이 있는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진실에 합의하고 공통된 역사 교과서를 가질 정도로 우리가 정신적 사상적으로 성숙하면 통일이 1/3은 이뤄졌다고 생각된다.

문화적 공통점을 복원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공통된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풍양속도 복원하고 더욱 현대화시켜야 한다. 각 지방의 특산품을 장려하고 사적지 및 문화적 유산을 다듬고 보존하면서 상호 교환, 관광하는 것은 필수이다. 명절을 통해 공통된 행사를 합동으로 하고 서로 교환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북의 도시 및 지방 간 자매결연을 통해 상부상조하고 인력과 문물을 교환할 수 있다. 그동안 이질화된 미풍양속은 비교해보고 개선하고 동질화하여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서로 문물을 교환하고 방송과 신문을 완전 상통하는 것도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민족애를 가지고 서로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상대방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여유와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말 공통사전을 출간하기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온 것으로 안다. 언론과 교육을 통해서 남북이 공통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경제체제를 닮게 하는 것은 최대의 난제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인류는 전환기적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인류의 삶의 행태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과학의 발달과 인구의 증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류는 삶의 존재방식을 바꿔야할 시점에 이미 다다른 것이다. 더구나 환경문제와 더불어 기후문제는 인간의 생존, 생활 방식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만연은 가장 확실한 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증거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우리 한민족 또한 분단의 해소와 더불어 이중의 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하겠다.

경제체제를 닮게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기준은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남북은 자신의 체제가 상대방보다 더 민주적이라고 항변하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의 최대 분단요인의 하나는 양극화된 체제의 대립적 상이성이다. 그러나 분단을 주도해온 상이한 체제는 이제는 골동품화 되고 말았다. 구태의연한 냉전의 한 축인 공산사회주의는 거의 소멸되었고 오직 쿠바나 북한에서나 각기의 다른 형태로 희미하게 잔존해 있다. 남측의 자본주의 또한 미국식 신자본주의에 의해 부정적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났고 서구 자본주의 원조국인 유렵에서도 신자본주의는 배척당했다. 유렵 국가들은 대부분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생활화한지 오래이다. 남측은 자본주의마저 원래의 모습을 왜곡하여 더욱 후진적인 천민자본주의하에 살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한 모두 세계적 기준이나 보편적 가치관의 기준에서 볼 때 비정상적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인의 웃음거리이다. 체제의 핵심적 중요성은 민주주의에 있다. 과연 남북의 체제가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일가? 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남북은 각자의 지나치게 양극화된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남은 사회주의적 요소를 확대하여 보다 좌클릭 하고 북은 시장경제적 요소를 접목하여 보다 우클릭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남북의 체제는 서로 닮아갈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우 유사해져 우리가 사는 데 별반 차이가 없는 경지에 달할 수 있다. 남북의 동포들이 서로의 체제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근거리에 이르게 되면 상대의 체제가 동시에 나의 체제가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이 단점인지를 비교하여 마침내 대승적으로 합일된 단일체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연착륙할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남북의 체제 간의 가장 큰 상이점은 사유재산의 허용여부이다. 북측은 아예 사유재산을 불허하며 남측은 허용하고 세습까지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남측에서 세습을 허용하지 않거나 극히 제한하면 결과적으로 남북이 거의 동일한 체제를 수용한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남북한 국민들이 사는 형태 또한 결과적으로 내용 면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될 것이다. 사유재산이 아예 허용되지 않는 북한, 허용하되 세습이 되지 않거나 지극히 제한된 남한, 이를 장기간 살면서 비교하여 어느 하나를 아니면 두 개의 제도를 대승적으로 접목하여 최종적으로 단일 체제에 합의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가 해야 할 추가적 임무는 미래 인류사회 구조에 적응하고 심화되고 있는 IT/AI문명에 걸맞는 제도를 창안하여 가미하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구냉전 체제하에서 가장 지리한 체제경쟁을 벌이면서 지난 100여 년을 살아왔다. 다른 어느 민족보다 체제수업을 가장 장기간 받아왔고 양극화된 체제에서 실제로 살아왔다. 체제실습을 장기간 해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이 가장 이상적 미래지향적 체제를 연구하고 산파할 역량과 의무가 있다. 현존하는 체제 중에서 지난 공산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가장 이상적으로 수렴하여 살고 있는 국가들이 북구라파나 독일 등 유렵국가들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인류의 전환기적 시대를 맞아 현 체제를 계속 진화 발전시킬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경험과 과제를 참고하여 가장 진화 발전한 21세기형 체제를 창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은 범민족대화 기구를 만들고 뜻있는 학자 및 정치가, 시민운동가들을 대표로 하여 지금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남북이 상호 합의하여 이상적 체제를 창안할 것이라는 의지와 비전을 남북한 및 해외 동포들과 인류사회에 선언하고 약속해야한다. 이러한 노력은 일제 하에서 좌우 통합적 독립운동과 독립 후 새로운 조국건설을 위해 선조들에 의해서 이미 시도되기도 했었다. 도산 안창호의 대공주의와 조소앙의 삼균주의가 그 증거이다.

우리의 통일의 완성은 정신적 정서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실적 장애요소들을 우회해서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닮음을 위해 노력하고 그 성과를 거둔 후 우리 주변의 국제적 환경이 우리의 통일에 유리해질 때 통일을 전격 선언하면 된다. 우리가 준비된 자세로 기다리면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질 수도 있다. 독일도 이런 과정을 거쳐 오늘의 통일에 이른 것이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지대한 공헌을 한 독일의 겐셔 외교부 장관의 경험담은 우리에게 커다란 신선한 교훈이 될 것이다. 스스로 통일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마치 소나기가 지나가고 남은 시커먼 소나기 구름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추이는 순간, 그 순간에 통일을 전격 선언하면 통일은 완수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적절한 비교이고 극적 순간인가? 이쯤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이해 당사국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위대한 승리를 지켜보고 박수를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은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손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이 자주통일이다.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할 임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자주분단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한사코 자주분단에 열중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아전인수식 역사 해석과 각기의 체제를 옹고집하는 한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입으로는 통일을 외치지만 행동으로는 자주분단을 추구한다면 어느 누가 우리의 분단을 안타깝게 여기고 통일에 관심을 두겠는가? 오히려 우리의 분단을 역이용해왔을 것이다. 자주분단이냐 자주통일이냐? 지금까지의 자주분단의 우를 성찰적으로 중단하고 진정 자주통일의 길을 걷자! 이제 범민족적 닮기운동을 선언하자!! 우리 자신부터 내적 통일을 하자. 이 운동의 시작이 바로 우리 민족에게 통일의 비전을 향한 대장정의 첫발을 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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