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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연재> 전영우의 미디어와 사회 (43)
전영우  |  youngwoo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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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3  09: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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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언론사의 오보와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공권력에 의한 피해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한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천문학적 액수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사안이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도 공권력에 의한 피해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언론은 여기에서 제외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언론에 의한 피해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한다. 언론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고,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를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권력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진, 종종 공권력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언론이기에 그에 따른 책임도 엄중하게 묻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미디어오늘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81%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보나 보수 성향에 관계없이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의미이다. 지난 6월에 정청래 의원이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발의했는데, 그 이후 특별한 논란 없이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국회가 이미 오래전에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인데, 의원들이 언론 눈치를 보느라 손도 못 대고 있었던 것 아니던가. 언론 권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시사IN이 6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언론은 미래통합당, 종교기관과 더불어 최하위의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75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고, 언론은 -45점으로 가장 낮은 순위인 -56의 미래통합당과 더불어 신뢰도 최하위권이다. 가장 높은 신뢰를 받아야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말이다. 신뢰가 생명인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이니, 이는 곧 언론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기레기가 보통명사처럼 통용되고 있으니 사실 놀라울 일도 아니다.

그래서 늦은 감이 있지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당연히 추진되고 자리 잡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 언론은 기득권을 옹호하고 재벌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때의 무책임한 보도와, 묻지마 식의 마구잡이 보도,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는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편파적인 보도,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무책임하게 보도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언론의 방종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론에서 나타났듯이 절대다수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반인들의 언론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 이 제도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조국 교수 딸 조민이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를 찾아가서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기사를 일부 지역판에서 인쇄 배포했다가 취소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전형적인 무책임한 보도 행태이다. 조선일보는 곧 정정보도와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피해를 입은 이런 류의 사건은 일일이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흔한 일이다. 이런 식의 보도로 인해 피해자의 삶이 엉망으로 망가지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언론사는 변변한 사과나 정정보도 조차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흔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정착되면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가 언론사의 존폐가 걸려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언론의 보도 행태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미국에서도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 자유가 남용되어 발생하는 피해 또한 적극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기레기라는 비아냥의 대상인 한국 언론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제도는 진즉에 시행되었어야 했다. 빠른 시간 내에 법이 제정되어서 한국 언론이 이 제라도 책임 있는 언론 본연의 제자리를 잡아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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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20-09-04 10:21:11
소식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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