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신교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개신교계 지도자들과 만나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광훈 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겨냥한 것이다.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를 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여 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광화문)집회로 인한 그확진자도 거의 300명에 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우리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이 그쯤 되었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또는 동선을 이렇게 계속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고,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그 교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를 한다”면서도 “이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함께 힘을 모아서 빨리 방역을 안정시키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감염병 시대에 정부와 교회의 뉴노멀의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를 제안했다. 

“코로나19가 한두 주, 혹은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이 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오늘의 교회의 또 현실”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가 할 일로는 ‘방역인증제도’를 제시했다. 기독교연합회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자체가 협의기구를 만들어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교회에 ‘방역 인증 마크’를 주자는 게 골자다.
 
김 회장은 “인증을 받은 교회는 방역 수칙에 따라 현장 예배를 드리고, 만일 수칙을 어기거나 확산이 되면 그 교회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또 그 지역에서 몇몇 교회가 확산이 되면 기초자치단체장이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제지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집회 인원을 교회당 좌석 수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회당의 단위 면적에 일정한 숫자가 들어가도록 하고, 예배도 여러 번 나누어 실시하는 식이다. “소모임과 식사는 일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그런 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방안”이라며 “기독교만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인증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이 최고의 고비”이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선에서 확산을 멈추고, 빠른 시일 안에 안정시켜서 우리 모두의 활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정해진 기간까지만은 꼭 좀 협력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 내리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 주시라”고 당부했다. “다만 위기상황을 벗어나 안정화가 되면 (정부-종교계)협의체에서 그런 의논들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열어뒀다.

오전 11시부터 1시간 50분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김 회장 외에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소강석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상임고문, 류정호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문수석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총회장, 김종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장종현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총회장, 한기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 신수인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총회장, 육순종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윤재철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김윤석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채광명 대한예수교장로회(개혁) 총회장, 장만희 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 유낙준 대한성공회 의장주교가 참석했다.

(추가,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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