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유튜브 뒷 광고를 문제 삼는 언론 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영향력 있는 유튜버들이 뒤로 돈을 받고 특정 업체나 제품을 광고하는 내용을 교묘히 끼워 넣은 것이 문제가 되었고, 여러 언론 매체에서 일제히 유튜브의 뒷 광고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명 유튜버들이 뒷돈을 받았음을 숨기고 특정 상품을 광고하는 행위는 물론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이들 영향력 있는 유튜버의 영상이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공정한 내용임을 의심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은 속았다는 기분과 함께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유튜브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있는 유튜버가 뒷돈을 챙겨가며 특정 상품을 광고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확실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유튜버를 비난하는 언론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일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특정 상품을 협찬받아서 사용하는 것을 흔히 PPL이라고 한다. Product Placement의 약자인데,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 속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여 배치해서 호감도를 높이고 판매 증진을 꾀하는 광고의 형식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사용하는 제품은 덩달아 큰 인기를 끌기도 하니 직접 대놓고 하는 광고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는 방법이다. 

PPL의 원조인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영화 제작 시 대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고 제품을 영화에 배치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고 광고 기법이자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법이었다. 한국에서도 PPL이 없으면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를 제대로 조달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종종 과도한 PPL로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PPL도 일종의 뒷 광고이다. 관객으로서는 영상 제작자가 돈을 받고 특정 제품을 배치했는지 알 길이 없다. 방송에서는 상표를 노출시키지 못하도록 규제하지만, 어떤 제품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영상을 처리하면 사실 이런 규제는 무용지물이다. 

PPL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무수히 많은 맛집 프로그램에서 촬영 대상인 음식점에서 후원금 형식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런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미 밝혀진 바이다. 자발적 후원 형식으로 돈을 받았다고 강변하지만, 사실 업주 입장에서는 방송에 소개되는 대가로 거의 반 강제성 성격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음식점 사장이 일부러 제작사를 찾아가서 돈을 주고 방송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에서 이렇듯 뒤로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더 많은 경우에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신문의 경우도 뒷 광고는 거의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정 업체의 홍보성이나 호의적인 내용을 기사로 내보내는 대가로 신문 광고를 집행하는 식의 일종의 뒷거래는 종종 낯 뜨거울 정도로 대놓고 한다. 예컨대 자동차 관련 섹션을 발행하면서 자동차와 자동차 회사에 대한 기사를 특집으로 다루고, 그 섹션에는 관련 자동차 회사의 광고로 도배되는 식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은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러나 홍보라는 미명으로 업체의 홍보 담당자들이 언론사를 평소 관리하는 것은 이 업계의 오랜 관행인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홍보 차원의 기사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야 본연의 업무이겠지만 그 이외에 기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차원의 다양한 행위들은 사실상의 뒷 광고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여러 관련 법규의 등장으로 이런 관행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행위는 사실 딱히 규제할 방법도 없다. 

재벌 회장의 불법과 비리에 대해 언론이 보여주는 모습, 즉 관대함을 넘어 적극적 옹호로 보이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홍보라는 미명 하에 뒷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 광고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 현실이고, 언론사 간부들이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아부성 문자를 보면 그런 의심을 정당화할 근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버들이 뒷 광고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이지만, 개인의 욕망에 국한된 것이고 그 피해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진정 심각한 문제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언론의 뒷거래이다.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언론이 거대 자본과 혹은 특정 정치세력과 뒷거래를 하는 행위야말로 가장 비난받아야 할 일이고, 가장 시급하게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언론개혁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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