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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에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특별기고> 이시우 사진가
이시우  |  siwoo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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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3  15: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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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 사진가

 

2019년 9월 24일 방통위에서는 필자의 홈페이지 게시물 중 「조미관계와 한반도정세를 말한다-재일동포군사외교평론가 김명철선생대담록」 삭제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유는 ‘해당정보는 국가보안법상 금지행위인 반국가단체(북한)의 체제 및 일방적인 주의주장을 선전선동하거나 김일성일가를 찬양미화하는 내용을 제공하고 있음’이었다. 

나의 홈페이지 외에 무려 71개 사이트가 대상이었다. 해당 글은 2007년 필자의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이미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으므로 판결문을 보내줌으로서 간단히 넘어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엔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적표현물의 반포는 무죄이지만 이 문건자체는 이적표현물이므로 삭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필자는 판결문에 대한 오인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2일 우편으로 행정절차에 돌입한다는 공문이 배달되어 왔다. 의견서를 제출하면 수령은 하되 이후로는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부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상화되고 체계화된 국가보안법의 집요한 생명력은 우리가 보려하지 않을 뿐 언제든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었다. 방통위의 조치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필자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이적표현물 반포행위에 대하여

방통위가 삭제를 요청한 한호석-김명철 대담록은 1998년 4월 28일 생산된 글이다. 필자의 홈페이지에는 2001년 5월 1일 게시되었다. 이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순안공항에서 인민군의 사열을 받고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뒤였다. 북이 한국의 적이 아니라 통일의 파트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법 앞에 평등하다면 세 분의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세 분의 대통령들이 구속되지 않은 것은 국민들에게 비록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진 않았으나 무력화되는 신호로 읽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국가보안법은 철폐되지 않았고 22년 전 생산된 문건을 토대로 국가보안법을 시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사이 필자는 바로 이 문건의 홈페이지 게시를 포함한 국가보안법사건으로 재판을 받았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방통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을 거론하며 본 문건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 법에는 삭제대상에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가 명시되어 있다.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는 이 경우엔 7조 5항이 해당된다. 이 조항의 위반을 구성하려면 첫째,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을 돕기 위한 목적이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 그 형식이 문서나 도화 기타의 표현물이어야 한다. 셋째 제작·반포 등 행위가 있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44조 7은 포괄적이고 2차적이다. 필자의 재판은 이 포괄적 개념에 대한 구체적 판례이다. 필자의 재판 판결문은 이 문건만이 아니라 한호석 작성문건에 대해 포괄적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표현물에 해당된다’고는 적시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아래 2에서 따로 다투고자 한다. 이 문건이 이적표현물이라면 이를 게시하여 반포한 행위 역시 이적행위, 즉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되는가가 문제가 된다. 즉 표현물제작과 표현물의 반포는 구분된다.

표현물제작과 마찬가지로 표현물의 반포에는 목적과 의도가 전제되어야 하고 그 목적은 명시되지 않을 수 있기에 그런 경우 원고는 맥락을 종합적으로 조사하여 명시적 증거로서 이용목적이 법위반에 해당함을 입증하여야 한다. 헤겔에 따르면 내용과 형식이 일치할 때만 그것은 개념을 구성한다고 한다. 여기서의 일치란 대립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일함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입증만이 아니라 반증까지도 가능해야 한다. 표현의 외양이나 형식만을 증거로 하면 고착된 의식의 억지를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표현물의 제작과 반포 모두 이러한 목적성의 판단이 최소전제여야만 한다.

2005년 7월 13일 박근혜 의원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위원장님을 뵌 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 편지는 통일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북한 수령과 내밀한 인사를 나누며 통신하였지만 박근혜 의원의 이 편지가 북을 이롭게 할 목적인지 입증할 수 없기에 이 편지로 인한 처벌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일 만수대의사당을 방문한 후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는 서명을 남겼으며, 4일 서해갑문 방문 이후에도 방명록에 "인민은 위대하다"라고 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용한 인민이란 단어는 한국 헌법제정 과정에서 북이 사용하는 단어라는 이유로 배제된 단어이다. 헌법 초안자이기도 했던 유진오 박사는 ‘국민’이 전체주의적 개념인데 비해 ‘인민’이 자유민주주의의 원리를 더 잘 설명하는 개념임에도 이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애석함을 표현하였다. 그 정도로 인민이란 단어는 북한체제 용어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 단어사용이 남한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심되진 않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시민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공식연설 했다. 

“평양시민 여러분, 동포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이 연설에서 북한의 수령을 앞에 두고 직접적으로 칭송했지만 이 역시 김정은에 대한 찬양이라고 해석되진 않을 것이며 찬양의 목적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즉 이적표현물 자체의 판단도 국가에 명백한 위험성을 초래할 경우를 기준으로 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이며 이적표현물의 반포에 대한 판단 역시 두 말할 나위없다. 

한호석과 김명철 대담록은 두 사람이 어떤 목적과 맥락에서 본 문건을 작성했는지 한국 법원에서 심판을 받아본 적이 없다. 과거 공안연구소의 성격을 지닌 국정원이나 경찰청이 의뢰한 감정기관에서 보낸 일방적인 감정결과를 기초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표현물의 제작이 아닌 반포의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반포행위에 대해 집중하여 보면 설령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이적목적이 아닌 단순 정보제공이나 학술연구 등의 목적으로 이용될 때는 국가보안법의 금지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취지이다. 이러한 표현물을 필자가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소지·반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1심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이적목적이 없다고 판결했다. 
  
  -피고인에게 이적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이 한호석 작성의 각 문건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할 당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목적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③ 피고인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료실에 한호석의 문건을 비롯하여 해외 군사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자료, 남북관계나 군사문제에 관한 학자들의 학술논문, 언론기관의 보도자료 등 다수의 문건을 저장하여 놓았는데, 이는 잦은 외부활동으로 주거 외에서 저술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에 수긍이 가는 점, ④ 한호석 작성의 문건들이 게재된 통일학연구소의 인터넷 사이트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나 통일연구원의 사이버 통일교육센터 등에 링크되어 있었고, 2004. 11. 15까지 일반인이 아무런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었으며, 피고인은 공소사실 제2항의 각 문건 외에도 한호석이 작성한 다수의 문건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료실에 저장하여 둔 점, ⑤ 한호석 작성의 문건들에는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하여 상당한 분량의 사실관계가 포함되어 있어 참고자료로서의 가치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한호석 작성의 각 문건의 이적성을 인식하고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으로 이를 소지·반포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다른 증거가 없다.

또한 필자의 대법원 판결 역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 원리를 강조하며 이 같은 원리가 국가보안법 제7조에서 정하고 있는 찬양·고무 등 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된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찬양·고무·선전·동조 및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원리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서 정하고 있는 찬양·고무 등 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 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해당 표현물의 어느 표현 하나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볼 것이 아니라 문맥을 통해 그 전체적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이적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제1, 3, 4항에 규정된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4도254 판결, 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가. 공소외 1이 작성한 글의 소지·반포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나.항 기재와 같이 공소외 1이 작성한 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이적표현물을 각 소지·반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외 1이 작성한 글 중 ‘실패한 미국의 대북정책, 그 원인·경과·전망에 대하여’는 그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고, 나머지 글은 모두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나, 피고인이 이를 소지·반포하게 된 경위 및 그 행위 태양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를 소지·반포할 당시 피고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필자의 이 같은 판결문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국가보안법상 금지행위를 잘못 해석한 듯하며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해댄다면 대통령들의 방북회담이나 서신교류, 연설이나 방명록, 보수언론매체가 북을 비난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북한 저작물 등은 대다수 국가보안법에 위반될 것이다. 대통령들의 표현물 제작행위나 방송매체 등의 이적표현물 반포행위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은 것은 이적행위의 목적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텍스트가 아닌 문맥의 종합적 분석이 텍스트분석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방통위의 태도는 과거 공안검찰의 입장과 주관적·자의적 행태가 아닌지 의심된다. 

이 법원 판결은 표현물의 제작이 아닌 반포에 해당하는 문건의 게시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고 이는 방통위가 문제 삼은 행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방통위는 표현물 자체가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게시행위도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이 표현물의 제작과는 무관하고 게시행위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방통위는 이런 게시행위가 국보법 위반행위라고 뭉뚱그려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방통위가 정보통신망법의 국보법 금지행위에 대해 정확히 구분하여 엄격히 해석한 법원의 판례를 다시 무차별적 혼융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의심된다.

2. 한호석-김명철 대담록의 이적표현물 제작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이 문건이 이적표현물의 제작행위에 해당한다고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한호석 작성 각 문건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한호석 작성의 각 문건은 형식상 북미관계나 한반도 정세에 관한 분석을 논제로 하고 있고, 결론에 있어 민족화해와 평화체제 정착, 상호 체제의 인정을 통한 민족통일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논의 전개에 있어서는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이 대한민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전제로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묘사하고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하면서, 김정일의 이른바 선군혁명 전략과 핵․화학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미국에 대항하는 자주적 통일전략이라 찬양하는 내용이 주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바, 이에 비추어 위 각 문건의 내용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면서 이를 찬양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므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표현물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이 문건 자체의 이적성 여부는 필자재판의 공소사실이 아니었기에 이에 대해서는 법적다툼이 없었다. 이는 저작자들이 재판정에서 직접 다투어야 할 내용이겠으나 저자들이 한국 국적자들이 아니기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통위가 법원의 이적표현물 인용을 맥락의 종합적 고려없이 받아들여 삭제를 요청하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먼저 밝히면 필자는 22년 전 생산된 이 문건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의 제작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첫째, 법원은 ‘결론에 있어 민족화해와 평화체제 정착, 상호 체제의 인정을 통한 민족통일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라고 인정하며 통일을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적성을 부인했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 통일을, 그것도 평화통일을 최종적인 목표점으로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분적인 문장이나 문구,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보면 법원의 이 부분판단대로 글의 맥락은 평화통일을 내용으로 하는 문건이며 위법이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맥락을 인정하면서도 부분적인 텍스트에 집착하면서 판단오류를 저지르고 있음이 의심된다. 

둘째, 법원은 ‘논의 전개에 있어서는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이 대한민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전제로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묘사’하고 있음을 이적성의 근거로 인용했다. 그러나 이는 이 글에는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글에서 ‘식민지’라는 단어를 사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가 『피플스 코리아』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조선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인 학자, 정책전문가, 외교관, 언론인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프랭크 볼드윈, 브루스 커밍스, 존 홀리데이, 셀릭 해리슨 같은 사람들은 1970년대 초부터 알고 지냅니다. 버나드 크리셔, 도널드 오버도퍼 같은 사람들도 그 무렵부터 알고 지냅니다. 저는 그때 조선문제를 연구하면서 미국인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조선역사를 공부하면서 제가 도달했던 결론은 조선문제는 결국 식민지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김일성 주석의 로작도 읽어보았습니다. 그는 미국이 조선을 분단한 장본인이고, 조선혁명이 복잡하고 장기적이며 간고하게 된 것도 미국의 남조선 강점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조선문제에 관한 제 생각을 가다듬고 있던 무렵에 저는 『피플스 코리아』를 그만두었습니다.

또한 한호석이 대담을 정리하며 한 말에 등장한다.

이 민족이 외세침략과 식민지지배, 그리고 분단과 예속으로 점철되어온 1백년의 고통과 시련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면, 그것은 이 땅의 역사가 이제껏 알지 못하는 가장 위대한 창조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우선 김명철의 말은 1970년대 초부터 미국인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읽고 조선역사를 공부하면서 자신이 도달했던 결론은 조선문제는 결국 식민지 문제라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의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언급은 없다. 일제 식민지역사가 치유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김일성이 ‘미국이 조선을 분단한 장본인이고, 조선혁명이 복잡하고 장기적이며 간고하게 된 것도 미국의 남조선 강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는 했으나 이는 김일성의 노작에서 그렇게 읽었다는 것이지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는 언명은 아니다.

식민지는 국제법적으로 정복이나 합병을 전제로 한다. 일제 식민지가 그렇다. 주권의 소멸과 타국가로의 합방이 식민지의 법적상태이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의해 정복은 불가능해졌으며 현실적으로는 1907년 헤이그 육전법에 따른 점령만이 일시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점령은 주권을 침해하지 않고 군사적 상태에 대한 지배권만을 행사하며 군정과 민정을 실시한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이기 위해서는 점령상태가 아닌 정복상태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이글 어디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정복한 상태이고 식민지라고 언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한호석이 말한 ‘이 민족이 외세침략과 식민지지배, 그리고 분단과 예속으로 점철되어온 1백년의 고통’ 역시 식민시대로부터의 역사를 요약한 것이지 현재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언명은 없다. 따라서 법원이 판단하고 있는바 이 글이 한국을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된다. 

셋째, 둘째 항에서 ‘미국이 대한민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따로 떼어내 살펴보자. 한호석이 묻고 김명철이 답한 다음 문장에서 미국의 지배에 대한 언급이 있다.

한: 선생님의 지론은 북(조선)은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고 정치협상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점, 그렇게 된다면 조․미관계는 평화공존관계로 되고, 남(한국)은 미국의 지배에 벗어나게 되면서 연방제 통일이 실현된다는 것이군요. 

김: 그렇습니다. 북조선은 사회주의를 그대로 유지하고, 남조선은 자본주의를 유지하면서 한 나라로 통일하자는 것입니다. 군대도 남북이 각각 10만명씩 유지하자는 겁니다. 한꺼번에 10만으로 감축하기가 힘드니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줄이자는 겁니다. 그래서 통합군 20만을 보유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조선은 미국에 치열하게 맞서야했던 긴장상태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남조선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될 겁니다. 남북의 뜻이 맞으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겁니다. 남북이 힘을 합하면 21세기의 세계사를 이끌어가는 강국이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남조선에서 감옥에 갇힌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진보적 인사들, 통일애국인사들이 다 나올 것입니다. 분단현실 속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도 다 명예를 회복할 겁니다. 미궁에 빠져있는 분단시대의 사건들은 다 진상이 밝혀질 것입니다. 분단현실 때문에 피해와 고통을 입었던 동포들에게 행복과 기쁨이 찾아올 것입니다. 통일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입니다. 통일은 위대한 역사의 시작입니다.

남(한국)은 미국의 지배에 벗어나게 되면서 연방제 통일이 실현된다는 것이라는 한호석의 질문에 김명철이 그렇다고 화답하며 통일된 상태가 되면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호석이 말한 연방제통일은 6.15선언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의 공통점에 대해 남북이 합의했으므로 2000년 이후 연방제통일 주장은 남측정부 역시 공유한 통일론이란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호석의 질문에 대한 김명철의 답은 이 문건대로라면 ‘선 통일, 후 탈미’이다. 

통일된 상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측이다. 분단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는 한국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서 그렇다. 그러나 모든 국가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심지어 한국전쟁 당시조차 한국은 미국의 체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NSA 설립이 그것이다. 1952년 12월에 비밀리에 설립된 국가안보국은 전 세계를 도감청하는 기관으로 이는 한국전쟁에서의 미국정보작전의 혼란 등을 평가하면서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그 뒤 NSA는 미국과 세계체계를 구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지배를 ‘영향력’이라고 해석하면 이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관계의 적시이다. 

두 사람의 대담에서 미국의 지배가 한국 주권에 대해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적시하진 않았다. 예를 들면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직접 받는 주종관계라거나 그러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거나하는 구체적 관계를 명시하면서 지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만약 지배가 ‘영향력’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는 증거를 이 글에서 찾아낸다면 몰라도 이 정도의 추상적 의미의 단어 사용만으로 한국의 안보가 명백한 위협을 받을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은 의심된다.     
 
넷째, 법원은 ‘김정일의 이른바 선군혁명전략과 핵․화학무기 및 미사일 개발을 미국에 대항하는 자주적 통일전략이라 찬양’을 이적성의 근거로 언급했다.

김정일의 선군사상은 1995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군혁명, 선군혁명사상, 선군정치, 선군정치방식, 선군정치이론 등의 개념정의는 있어도 ‘선군혁명전략’이란 단어나 개념정의를 필자는 찾지 못했다. 가장 유사한 문장은 ‘선군사상은 주체사상에 뿌리를 두고 주체의 혁명원리와 전략전술, 주체의 영도방법과 영도예술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고 집대성하고 있는 것’(주1)이라는 문장이다. 선군사상은 주체의 전략전술을 구현했다고 했기에 주체의 전략이 본질이 되고 선군사상이 현상이 된다. 그렇다면 주체의 전략과 다른 선군혁명전략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찬양여부를 판단하려면 찬양대상이 특정되어야 할 것이다. 북에서 선군혁명전략이란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그 실체가 없는데 그것을 찬양했다면 찬양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실체가 있어 본질과 현상관계가 밝혀지고 인과관계가 정립될 때 현실이 된다. 찬양이 현실이 되려면 우연한 일치가 아닌 선군혁명전략이란 실체가 있고 그것이 어떻게 현상하며 필연적 인과관계 속에서 현실이 되는가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유사한 현상들을 조합하여 유비를 구성하는 것에 그치면 찬양은 우연에 머무를 뿐 현실화될 수 없다. 따라서 찬양주장은 자의적 주장이자 억견으로 밖엔 성립할 수 없다.

또한 이 글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화학무기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화학무기 관련 부분은 이 글의 위법성과는 무관하다. 

또한 김명철의 언급이 찬양인가 분석인가도 문제된다. 찬양이란 가치평가이고 모든 분석에서 가치평가를 생선 뼈 발라내듯 할 수는 없기에 찬양과 분석의 경계는 모호하다. 따라서 찬양, 즉 선동에 중심을 둔 것인가 분석에 중심을 둔 것인가 정도가 현실적인 판단영역이 될 것이다. 김명철의 글이 친북적 성향을 가졌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이 곧 이 글이 맹목적 찬양선동임을 의미하지도 입증하지도 않는다.

한호석-김명철 대담록에 따르면 김명철은 이 글이 생산된 1998년 4월 28일, 이틀 후인 30일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에서 ‘코리아: 한 민족, 두 세계 (Korea: One People, Two Worlds)’라는 제목의 국제토론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키로 되어 있었다. 그가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였던 이 국제토론회에는 미국의 대북 정책조정관 윌리엄 페리가 기조발언자로 나왔다. 이를 통해 보듯이 김명철은 맹목적  선동가라기보다는 학자, 전문가라고 봄이 타당하다. 김명철 책의 번역자로 CBS라디오에 출현하여 대담한 김종성의 평가를 보자.

서방의 군사외교전문가들은 “지나고 보니까 김명철의 말이 정확히 맞더라”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미 해군대학 전략부장 조나단 프랭크,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같은 미국 측 인사들도 김명철의 분석을 높게 평가했다. 또 CIA나 미 국무부도 정기적으로 그를 초청하여 북한정보를 캐내려 한다.(주2) 

김명철의 글이 분석이 아닌 찬양이라면 미국전문가들이나 정부기관들이 그를 부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의 분석이 미국의 입장에서 불편할지라도 사실에 접근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에 그가 요구되는 것일 것이다. 2006년 10월 12일 아침 KBS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 방송은 격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으나 보도심의위는 ‘방송할 수 있다. 문제없다’고 결정 내렸다. 당시 담당 PD는 “미국의 경우 전쟁와중에도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알카에다를 인터뷰하고 이라크 정치인을 인터뷰한다. 이는 한나라당의 논리에 의하면 이적방송”이라고 꼬집었다.(주3) 이와 비교하면 2020년 방통위의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2006년 이전으로 되돌렸다.

다섯째, 법원은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미국에 대항하는 자주적 통일전략이라 찬양’한 것을 이적성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김명철은 핵 및 미사일개발을 ‘대한민국의 존립․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으로 전혀 보고 있지 않다.
 
북조선은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여 미국을 정치협상에 끌어내고, 그 협상을 승리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남조선은 미국에게서 군통수권을 돌려받고, 자주권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남조선의 국가보안법이 철폐되고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이 일일천추로 갈망해오는 조국통일입니다. 남조선 동포들이 북조선의 통일전략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상관없이, 남조선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느냐 배척하느냐에 상관없이 북조선은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고서도 미국을 제압하고 조선을 통일할 것입니다.

김명철은 북의 핵 및 미사일, 즉 군사력은 정치협상에서의 승리를 이끌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실주의국제정치학의 태두인 한스 모겐소는 “핵무기는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효용을 찾는 무기이지 실제로 사용하는 데서 효용을 찾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국제정치학자인 이춘근조차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이야기들 중에는 ‘북한이 핵공격을 할 조짐을 보일 경우 우리가 선제공격해서 이를 제거해 버릴 것’이라는 핵전략상 금시초문의 이야기조차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한다.(주4) 핵은 공격용이 아닌 억제용이며 군사용이 아닌 정치용이란 것이다. 따라서 김명철의 언급은 현실주의국제정치학의 오래된 이론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이론이다. 

전쟁을 하지 않고 통일한다는 것은 그 문장만으로 보면 한국헌법의 평화통일조항과 일치하며 1972년 남북이 합의한 평화통일3대원칙과 이 원칙을 다시 확인한 2000년 6.15선언과도 일치한다. 이 또한 2400년 전 손자가 말한 “가장 탁월한 전략은 전쟁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라는 병법과 일치한다. 김명철이 아니라 누구라도, 어떤 국가, 어떤 전략에 대해서도 대표적인 군사전략으로서 일이관지하는 논리일 뿐이다. 오히려 김명철은 ‘남조선은 미국에게서 군통수권을 돌려받고, 자주권을 세울 수 있게’ 된다고 하여 한국의 군사주권을 부정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군통수권 환수가 통일의 조건임을 명시하고 있다. 미군으로부터의 전작권 환수는 현재 한국정부 하에서 착실히 진행되어 성사단계에 있는 일이다. 김명철의 이 언급이 한국의 국가안보에 명확한 위협이 된다면 노무현 정부 이래 전작권을 추진해온 모든 정부와 대통령은 안보위협세력이 된다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 

북을 찬양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법원의 판단 역시 이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한국정부의 정통성을 본격적으로 부정하는데 목적이 있는 글이 아니므로 역시 이 또한 해당되지 않는다.

3. 결론

방통위가 삭제를 요구한 근거인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는 이 문건의 경우 이적표현물의 제작과 반포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로 구분된다. 필자의 경우엔 제작이 아닌 반포행위에만 해당된다. 필자의 무죄판결문에 입각하여 볼 때 이적표현물의 게시를 통한 반포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국보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적표현물 제작행위에 대해서는 필자의 게시행위와는 무관한 것이며 해명의 의무 또한 없지만 적극적으로 방통위의 오인을 반박하는 입장에서 개인의 의견을 밝혔다. 이는 필자의 판결문에서 해당 문건이 이적표현물이란 판결이 의심되는 측면에 대해, 즉 반증이 필요한 측면에 대해 다섯 가지의 논점을 들어 탄핵하였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22년전 이 문건이 이적표현물이란 법원의 판단은 최소한 2020년 시점에서는 명백히 오류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방통위의 본 문건 삭제조치는 철회됨이 마땅하다.

더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가보안법에 관련하여 검찰이 아닌 방통위로부터 이런 황당한 연락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사법에서도 가장 논란되는 영역인 국가보안법의 집행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철폐라는 민주적 개혁요구에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촛불혁명을 통해 현 정부를 창출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허를 찔린 기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공안세력, 보수세력의 아성도 아닌 민주적 기관장을 가진 기구에서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갖지 않은 중립적 행정기관마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동 집행되는 체계란 것이 무서운 것이다. 만일 이번 방통위의 지적에 대해 아무런 저항 없이 삭제를 한 단체가 있다면 이는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국민을 국가보안법으로 통제하는 첨병역할을 한 셈이 된다.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방통위를 배회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는 당연한 촛불시민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국민은 평화협정 체결 등 더 중요한 현안에 집중하도록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보법 문제는 인내하고 유예해 왔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검찰도 아닌 방통위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이는 현 정권을 창출한 국민의 배려를 배신으로 갚는 짓이다. 이 같은 일은 지난 보수정권 시절에도 당한 적이 없는 일이다. 더 이상 배신과 분노로 촛불국민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바란다. 

현재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방통위는 그 해석과 적용에 있어 더욱 유연하고 제한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촛불정권의 기관답게 국가보안법 폐지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판례를 해석하고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며 나에게 경고장을 보내겠다는 여직원의 풀죽은 목소리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관료라도 사유는 해야 한다. 그가 원치 않는 일이라도 그는 권력을 행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관료가 어떤 나라를 만드는지 필자의 우려를 김남주의 시로 대신한다. 


어떤 관료
-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의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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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김현환, 『김일성-김정일주의 연구입문』, (재미동포연합회, 2016) 참조

2) 김종성, ‘북한은 1985년에 이미 핵무기 생산을 시작했다(?)’, “CBS라디오 서울에서 평양까지” 2005.3.23.

3) 「‘김명철 인터뷰’색깔 시비는 강동순 작품?」, 『PD저널, (2007.4.17.)

4) 이춘근, 「북한의 핵전략 바로 알기」, 『월간조선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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