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원회'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원회]

지난 72년동안 국가보안법은 누군가의 생각과 말을 가로막는 악법이었다.

이 법이 특별한 어떤 개인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법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전시회가 열린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는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한달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를 개최한다.

추진위원회는 15일 오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전시회 개최를 앞두고 사전 설명회 성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시회는 그동안 온전히 기록되지 않았던 국가보안법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의 가족인 여성들의 구술을 젠더석 관점에서 채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여성들의 구술은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부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과 2부 '국가보안법 연대기'로 구성되며, 주요 주제인 1부에서는 구술채록집에 담긴 여성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낭독하고 2부에서는 국가보안법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역사적 맥락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고애순, 권명희, 김은혜, 김정숙, 배지윤, 안소희, 유가려, 유해정, 정순녀 씨 등 국가보안법으로 감금된 세계를 경험한 11명의 여성들이 한 구술을 구술작가단의 홍세미, 이호연, 유해정, 박희정, 강곤 씨가 기록하고 구술자들의 사진은 정택용 사진작가가 촬영했다.

이들 여성들의 구술은 배우 문소리, 조민수, 소설가 정세랑, 황정은, 영화감독 김일란, 임순례, 래퍼 슬릭, 가수 요조, 문학평론가 손희정,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시연 어머니 윤경희, 변호사 이상희 씨의 목소리로 일상공간에서 녹음되었다.

1부는 남영동 대공분실 심문실로 사용되던 5층에, 2부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한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자료를 바탕으로 4층 전시장에 구성된다.

민주인권기념관 중앙정원에는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을 상징하는 '12개의 문'이 설치된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국가보안법으로 잡혀온 사람들을 가둔 문을 뜻하는데, 각각의 문에는 국가, 민주주의, 자유, 평화, 정의, 그리고 법에 대한 질문이 새겨진다.

기념관 1층에는 국가보안법에 감금된 세계를 의미하는 검은 방이 설치된다. 끊임없이 국가보안법 법조항이 읊어지는 이 방에서 관객들은 방 구석 책상에서 국가보안법에 저항하는 글을 쓰고 그 글을 벽에 걸어두는 실천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시회를 총괄 감독하는 권은비 예술감독은 "국가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을 가지고 사람을 억압했는데 그 피해는 개개인의 몫이었다. 전시에 아티스트를 섭외하기보다는 당사자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감금됐던 사상의 자유, 억압된 것들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 국보법 폐지운동을 주되게 한 이들은 여성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잘 알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기억, 기록, 망각에 반하여-여성의 목소리로 전하는 국가보안법』(가제) 책을 준비하고 있는 구술 작가단 강곤 작가는"'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라는 시민운동이 준비되면서 국가보안법이 박물관으로 간다면, 가기 전부터라도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목소리'’를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작업의 출발점이었다"며, "그 목소리에는 당연히 국가보안법에 의한 피해 당사자의 이야기가 담겨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당사자 주변의 사람들, 당사자이지는 않지만 피해를 당했던 사람들,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보안법과 당당히 맞선 싸우는 사람들,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활용한 권력자, 가해자, 그리고 이 법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요 주제로 잡은 이유는 "2018년 미투 이후 한국사회는 리모델링 되고 있는데,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환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그와 같은 흐름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거대담론이 아닌 우리의 삶, 일상, 소소한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명환 위원장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배치하거나 전시하는 것이 박물관인데 이번 전시에서 무엇이 살고 무엇이 죽어야 할지 뚜렸이 보여주었으면 한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자, 죽어야 할 것은 국가보안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형 민변 회장은 "국가보안법이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몇 국가가 되지 안된다. 특히 7조 천양고무죄는 이미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 전시회가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규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이번 전시회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예술가가 함께 하고 시민의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마련하려고 한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이 관람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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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포스터. [사진제공-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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