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형벌 안주니
=먹을 것 없었어도 자유로 배불려 왔다=

새법을 만들겠다는 정치

○....우리 둘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따지다 보면 흔히 「그래도 대한민국에는 자유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때가 많다. 이것은 아마도 「공산주의 치하의 북한」과 대조하여 나오는 말인 듯하다.
총인구의 2할이 넘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자리가 없으며 제대로 먹고 입지 못하는 형편이고 사회질서가 엉망이지만 – 그래도 자유는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헌법 제1조에 선언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침해받을 수 없는 자유가 헌법안에 열거되었다. 그래도 부족해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까지 보장해주었다. 그래서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들은 빵은 부족할망정 자유는 보장받고 있다는 위안을 느끼면서 자유대한을 찬미하여 살아나가는 것이다.

○....절량농민들의 누렇게 부은 얼굴을 볼 때 「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유는 굶지 않는 자유일 것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몇 해에 한 번 있는 민주주의 권리의 행사 – 선거가 있을 무렵에야 고무신 켤레와 막걸리 몇 사발이 있을 뿐 그것 빼놓고는 귀찮은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대도 「커피 마시는 자유」와 「당구 치는 자유」를 즐겨온 사람들에게는 역시 자유가 좋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가끔 불평도 하면서 고관들에게 욕설도 할 수 있는 「대한의 자유」를 즐기며 사는 것이다.
 
○....헌법에 규정된 「헌법재판소」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현행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어긋나는 것인가를 따져 볼 수도 없는 이때, 그래도 부족해서 보안법도 더 「강화」하려고 서둘고 있으며 「집회와 시위운동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 제안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즐겨온 「대한의 자유」마저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인가?

○....「국가보안법중 개정법률안」을 제안하는 정부는 「참고자료」로서 지난 2, 3년동안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사건 중 면소판결(9건), 무죄판결(4건), 공소기각판결(9건) 및 불기소(7건)된 사건의 일람표를 내놓았다. 부족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송청된 사건이 이렇게 많았다 함은 행정부의 「인권유린」의 산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에서 죄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을 법원에서 벌을 주지 않았으니 법을 고쳐서라도 벌을 주도록 해야겠다」는 것이 위정자들의 생각인 듯하다.

○...헌법에야 어떻게 되었든 헌법재판소가 없으니 위헌되는 법률을 만들어도 호소할 곳이 없는 형편이다.
빵은 없어도 자유로 배불려 온 백성들은 이제 마지막 마음의 식량마저 빼앗길까 두려워 하는 얼굴들이 「거울」에 비치고 있다.

▲ 거울 (1)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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