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장관이 사의를 밝힌 지 이틀 만이다. 김 장관은 북측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자진 사퇴는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주 잘한 일이다. 공직에 있는 관료의 상투적인 진퇴 문제를 따지자는 것도, 힘든 결정을 했을 김 장관을 비꼬자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현실적 상황 때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 남북관계 위기상황과 관련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장관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점이다. 그는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인 지난해 4월 8일 임명돼 한반도 정세가 정체되고 남북관계가 교착된 지난 1년 2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재직했다. 임기 동안 남북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못했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이뤄진 2018년에 비해 북측 카운터파트와 그 흔한 사진 한 번 찍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한 일이 없다. 게다가 통일부 관할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니 주무장관으로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자신의 옆구리가 터지는 듯한 통증이 왔을 것이다.

물론 할 말도 많을 것이다. 2018년 남북과 북미 정상들 간 수차례의 ‘화려한’ 상봉과 회담들이 지나간 이후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에 펼쳐진 ‘삭막한’ 국면에서 그 빈 공간을 누가 통일장관에 와도 메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위기가 무거웠고 운신의 폭이 좁았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그렇다고 상황론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보기에 아쉽고 부족한 면이 많이 띈다. 문제는 ‘하노이 노딜’ 이후 짧지 않은 1년여에 걸친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어떤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통일장관은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으면 이를 뚫고 타개해야 한다. 그의 퇴임사마냥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을 수 있다.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게 분단된 이 나라 장관, 특히 통일장관의 숙명이니까.

지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대북전단 살포 문제, 5.24조치 문제, 개별관광 추진 문제 그리고 한미워킹그룹 문제 등. 이들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든, 독자적으로든 또는 타부서와의 공조 속에서든 풀고자 했어야 했다. 결국 하나도 풀지 못했다. 아니 풀려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쌓아뒀기에 이들 문제들이 결국 하나의 현상,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은 당연하다.

김 장관이 잘한 다른 하나는 현 남북 위기상황과 관련 자신만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홀로’ 나섰기에 다른 관련부처들에 경종을 울린 점이다. 지금 상황이 어찌 통일장관 혼자만의 책임이겠는가? 책임의 비중으로 따지자면 그간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해온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가정보원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사표 선점은 아주 잘한 일이다. 다른 부처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성찰에 들어가야 한다.

김 장관의 사퇴로 그 후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장관에 처음엔 관료출신인 조명균 장관을, 다음엔 학자출신인 김연철 장관을 임명했다. 상황 돌파를 위해 이인영·우상호·홍익표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치인 출신을 장관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노무현 정부 시기 한 순간 남북관계가 어려웠을 때 정동영 통일장관이 임명돼 상황을 크게 개선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늦었더라도 이 기회에 통일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안보 라인에도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은 한반도 정세나 남북관계가 잘 나가던 2018년에 비해 질적으로 확 변해 있다. 북측도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관계와 대남관계 일꾼들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특히 최근 대남사업 책임자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김 장관이 쏘아올린 자진 사퇴가 통일·외교·안보 라인의 분위기를 쇄신해 향후 어려운 시기,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는 계기로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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