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의 표명 이틀만인 19일 오후 이임식을 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 받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다.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진다"며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장관 재직기간 겪은 어려움과 통일부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토로했다.

김 장관은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며,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이다.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사임으로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임사를 맺었다.

김 장관은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인 지난해 4월 8일 임명돼 남북관계 소강·교착 국면이 지속된 지난 1년 2개월을 이렇다 할 성과없이 재직했으며,  북측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이임사(전문)>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40대 통일부장관의 자리를 내려놓고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험난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동시에 무거운 짐만 남겨둔 채 떠나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실망과 증오의 감정을 주고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에는 치유할 상처가 많습니다.
관계 악화의 시기가 오면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상처를 덧붙이면
치유는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통일가족 여러분에게는 미안함 투성이입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안
신나는 일도 웃을 일도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신명나게 일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장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고생하는 여러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였습니다.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비바람이 세차게 불 것입니다.
중국 영화 ‘인생’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살아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

넘어지지 않고 고비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습니다.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느 자리에 있건 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자료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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