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꿀벌과 하느님 
 - 가네꼬 미수주 

 꿀벌은 꽃잎 속에
 꽃잎은 흙 안에

 뜨락은 흙 안에
 흙은 동네 안에

 동네는 나라 안에
 나라는 세계 안에
 세계는 하느님 안에

 그리고 그리고 하느님은
 조그만 꿀벌 속에


 개신교 목사들이 인천의 한 개척 교회에 모여 부흥회를 열다가 코로나 19에 집단 감염되었단다.  

 마음이 착잡하다. 이 비상시국에 부흥회를 열다니! 

 원시인들은 축제를 자주 열었다. 원시인들은 광기어린 축제를 통해 하나가 되어갔다. 그들 사회에는 특권을 가진 부족장이 없었기에 광기어려 보이는 축제는 그들을 건강하게 하나가 되게 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그러다 철기 문명사회가 되며 원시 부족들은 통합되어 강력한 왕이 통치하는 거대한 제국이 되어갔다. 거대한 제국에서는 집단적 축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각성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예수는 ‘골방에서 기도하라!’고 외친 것이다.
 
 우리는 조용히 묵상해야 한다.  

 ‘꿀벌은 꽃잎 속에/꽃잎은 흙 안에//뜨락은 흙 안에/흙은 동네 안에//동네는 나라 안에/나라는 세계 안에/세계는 하느님 안에//그리고 그리고 하느님은/조그만 꿀벌 속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꿀벌’ 대신에 사람을 넣어도 될 것이다. 삼라만상 무엇을 넣어도 될 것이다.  

 히틀러는 큰 집단 행사를 자주 했다. 하나가 전체가 되는 집단의식을 통해 독일인들은 유태인을 죄의식 없이 학살할 수 있는 게르만족이 되어갔다.   

 그래서 현대의 거대한 계급사회에서 광기어린 집단 행사는 위험하다. 한 인간을 집단 속에 매몰시키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깨어있는 인간이 되지 않으면 위험한 사회다. 언제든 자본과 권력은 개인의 희생을 딛고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집단 행사의 광기에는 어른이 되기 싫은 유아의 심리가 그 밑바탕에 있다. 진정한 인간, 어른이 되려면 골방에서 기도하는 처절한 고독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는 고독의 고통이 두려워 집단 속에 들어가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인류에게 새로이 거듭나게 하는 통과의례다. 우리는 이 고독이 두려워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떼쓰는 아이처럼 수시로 부흥회를 연다.     

 교회에서만 부흥회가 열리지 않는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야외의 에어로빅, 실내 체육관의 열광적인 줌바 댄스, 불금, 주말의 주점, 노래방들은 광란에 젖어 있다. 백화점들은 거대한 사원처럼 우리를 도취 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 빅 브라더가 등장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한다. 

 우리는 앞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신의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처럼 큰 바위를 굴려 올리며 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 그리곤 다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붙잡고 산 정상으로 올라야 한다.

 우리는 끝까지 코로나 19의 형벌을 감내해야 한다. 주어진 신의 형벌에 묵묵히 복종하며 자신의 운명을 끝내 극복하는 시지푸스가 되어야 한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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