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 언론사회학 박사

 

10. 진영논리의 뿌리 국보법

오늘날 진영논리가 정치권, 일부 대중매체, SNS 등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이익과 불이익을 따진다. 이러니 내로남불, 언행불일치는 일상이 된다. 즉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논리가 바뀌는 것이다. 이런 짓을 하는 자들은 기본적으로 부끄러움을 모른다. 사회생활을 전투하듯이 한다. 상대와 나를 파악해서 소통하고 절충하는 법이 없다. 항상 당당해서 뻔뻔스럽기 일쑤다. 인간이 지닌 수치심이 진영논리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같은 진영에 속한다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독선이 횡행한다. 다른 논리, 독자적 목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적전분열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생결단하는 대치 또는 갈등의 모습이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헌법적 가치가 아닌 당론에 구속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다. 상명하복 식의 군대 문화의 뿌리가 깊다.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흉측한 프레임이지만 이른바 진보정당이라는 곳에서도 이런 악습에 불편해 하지 않는다. 이러니 국회에만 들어가면 주인인 국민은 뒷전이고 공천권을 쥔 당대표, 당주류 집단의 하부구조로 편입된다. 대부분 거기서 안주한다. 여의도만 들어가면 사람이 변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여의도 풍토가 잘못된 것인지 수준 미달이 국민의 머슴으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런 불량품들의 문화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 중의 적폐다.

왜 이런 현실이 되었을까? 그 뿌리의 하나는 국보법이라고 생각된다. 국보법이 수구세력에 이어 일부 보수를 오염시키고 이른바 진보세력도 마취시키는 원인의 하나가 된 것이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속담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사회가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지독한 사회적 모순이 심각한 그런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여러 원인 분석 등을 통해 설명할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의 독기가 만연해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국보법은 기본적으로 같은 민족이라 해도 사상이 다르면 적이고 그 적은 반드시 괴멸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모두에게 강요하는 악법이다. 이 법이 지배하면서 우리 사회는 갈등이나 경쟁하는 관계에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패퇴시켜야 한다는 살벌한 논리가 가득해 졌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법이 동원되고 사회적 공론의 장은 실종 또는 파괴되었다. 진지한 대화가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고스톱, 노래방 문화의 공통점은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이 일반화 되면서 헬 조선이 만들어졌는데 뿌리의 하나가 국보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보법이 존재하면서 북한을 약화시키고 해치는 측면보다 남한 내부를 부정적인 요소로 채우는 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수구세력은 국보법을 이용해 이승만 이래 부당한 정치적 불로소득을 누리거나 민주주의를 탄압해 정치경제 권력을 장악해왔다. 그들은 국보법이 시대착오적 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법을 없애는데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서 국보법의 적용범위나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하나 그것 또한 고무줄 판결이라서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을 괴롭히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원이 국보법 7조를 휘둘러 유죄판결을 내리는 상황이고 최근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 가까이 차지했지만 국보법 없애자는 목소리는 여권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남북평화교류 평화통일 목소리는 귀가 아플 정도로 크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은 물론 고급 위스키까지 찾는 비극적 코미디다.

인간이란 환경의 지배를 상당 정도 받는 존재라 해도 우리 현실은 서글프다. 인간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런 탄력적인 존재라서 히틀러 같은 최악의 막가파가 득세하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는 일도 흔하다. 전쟁판처럼 거친 사회가 있는 반면 반대로 가슴 뭉클한 감동이 일상이 된 사회, 서로가 서로의 행복과 아픔을 나누는 사회가 있다. 사회의 전체 분위기는 구성원들이 노력하는 만큼 달라진다는 측면에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인간에 대한 학문 즉 인문학(humanities)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인문학이 절실하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게 돕기 위한 학문이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 육체와 정신, 이성과 감성 등을 지닌 총체적인 존재로 보고 최선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제시하는 학문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인문학은 인간의 역사나 사상, 예술, 문학 등은 물론 인간의 유전적 특질 등을 포함한 인간 생체학 등 인간과 관련된 모든 학문의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한다. 국보법은 북에 대한 모든 것, 즉 그곳의 인간이나 제도 등을 부정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인문학의 연구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인문학은 '인간다움,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기 위해 역사를 통해 드러난 인간의 특성과 현존 문화와 문명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과학, 기술이 진화한다는 점도 역시 인간에 대한 연구에서 중시되어야 한다. 인간의 됨됨이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학문의 지식을 필수적인 자료로 삼는다는 점에서 통합적 학문의 성격을 지닌다.

이처럼 인문학을 연구하기 위한 참고 분야가 다양하다보니 인문학은 연구하는 사람의 주관성이나 학문적 깊이에 따라 여러 가지 논리가 제시된다. 자신의 인문학적 지식이 최선의 것이라고 외치는 경우가 많아서 정작 무엇이 정답인지가 모호해진다. 인문학의 영역 속에서 갖가지 주장이 난무하다보니 정답이 없거나 모든 것이 정답의 일부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국보법은 남측의 사상, 이념은 무오류의 것으로 전제하고 북한 사상, 이념은 철두철미 부정한다는 점에서 인문학 연구의 걸림돌이 된다.

인문학은 모든 사회과학 연구의 기본 자료가 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너무 중요하다. 정치가 인간을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거나 지식, 소득 차이에 의해 ‘개, 돼지’로 비하하는 식의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할 경우 얼마나 심각한 비민주적이고 잔인무도한 정책으로 연결되었는지는 그 사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중동의 일부 극단적 종교 집단이 다른 종교와 다른 인종에 대해 저지르는 무자비한 살상행위의 바탕에는 '인간다움, 인간의 조건'에 대한 극단적인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19세기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면서 이교도 등을 동물보다 더 학대하고 착취한 것이나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집단 학살 등도 마찬가지다. 국보법이 북한에 대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상상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결국 남한 사회의 현실 인식 이론이나 방법론에 문제가 생기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됨됨이가 인종이나 계급, 신분 차이 등과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원칙을 적용한 역사적 사례는 평화와 번영, 발전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된다. 평등과 상호존중, 관용의 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예를 들면 몽골제국이나 로마 제국은 정복하거나 항복한 이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면서 세계사에서 찬란한 문화와 문명 발달의 업적을 과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대왕이 노비 장영실을 관리로 등용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과학적 성과를 달성한 경우도 돋보이는 사례다.

인간은 그 DNA적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면 사상, 문화, 학문,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이론이나 주장 등이 상호 존중 속에 인정 되고 공존해야 한다. 이것이 정답이다. 인간의 잠재력 가운데 남을 지배하고 탄압 착취하는 자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와 함께 신과 유사한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선행을 통한 삶의 질의 향상을 도모하는 자질도 풍부하다. 북한의 사상 이념도 결국 인간 DNA가 지닌 잠재력이 발현된 것이라는 추정을 피할 수 없다.

종교의 경우 그것은 선택의 문제지만 세계적인 종교는 한결같이 선행과 자비, 정의, 진실 추구를 강조하고 있다. 악을 악이 아닌 선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의 도덕적 기준이 되고 있다. 물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식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지배욕구가 강하다는 점도 인정되지만 인간 행동의 궁극적인 가치는 선행과 자비 등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런 식으로 인류가 노력할 경우 지상 낙원의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국보법이 북한에 사상 이념 등에 대해 최악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포용, 관용 등의 인간이 지닌 능력발휘를 저지하는 것과 같다.

인문학이 올바르지 않으면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회과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사회과학은 인간이 창조한 사회 현실을 설명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인간의 됨됨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하고 그것을 사회과학이 사용해 이론을 전개할 경우 올바른 사회과학이론이 되기 어렵다. 어떤 사상, 이념이 잘못된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제시될 경우 그것은 결국 부적절한 것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국보법이 마르크시즘이나 주체사상 등을 불법, 불온시 하며 깡그리 부정하는 것부터가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저지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사회과학은 인간관계나 사회 구조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른 논리와 방법론이 활용되었다. 그 연구 방식을 보면 일부는 자연과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을 적용하지만 주관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해석, 설명하는 형식 등도 활용되었다(주1).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이런 다양한 방법론이 사용되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지식이 지닌 엄밀성이나 보편타당성에 비해 크게 뒤지는 측면이 있다. 엄격히 말해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시대와 사회를 초월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과학이라기보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지식 또는 지혜를 가르치는 학문이라 하겠다. 이 두 개의 학문은 생물학,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의 지식과는 차이가 있다. 자연과학은 수학이나 논리학 등을 도구삼아 자연에 대해 연구해 자연에 대한 법칙을 제공한다.(주2)

인문사회과학의 이런 특징에 비춰볼 때 국보법이 북한에 대한 모든 것을 부정적, 불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다. 북한 사회도 다른 사회처럼 현상에 대한 원인이 다양하고 거기에 긍정, 부정적인 면이 혼재해 있다. 그런데 국보법은 긍정적인 것은 외면하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북한이 여러 문제가 있는 국가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 평가할만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북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고하면서 가치평가를 하다가는 자칫 찬양, 고무, 동조죄로 엮일 위험이 있다. 국보법은 21세기에 존재해서는 안 될 괴물이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나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분석을 시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인간이나 사회가 서로 공존하면서 생산적으로 화합, 협조하는 존재로 볼 경우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론과 방법론이 활용된다. 반대로 인간이나 사회는 갈등하고 반목, 착취하는 존재라고 본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독특한 이론체계가 개발되어 있다. 인간은 평화와 전쟁 두 상황을 선택하고 실천에 전념하는 그런 모순적 존재다. 그러나 국보법은 북한을 적대시하고 반드시 격멸시켜야 할 존재로만 강요하는 문제가 있다.

인간 개개인이나 사회를 어떤 크기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결론이 나온다. 즉 그것을 현미경을 통해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거나 망원경 또는 천체 망원경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식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즉 미세하게 또는 거시적으로 인간이나 사회를 분석,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학문을 하는 다양한 태도는 보통 사람의 삶의 철학과 매우 닮아 있다. 십인십색이라는 것이 그런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보통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태도나 행동을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인문학은 인간의 이성과 감정 등 모든 기능을 총체적으로 하나로 보는 시각에서부터 이성과 감성을 여러 영역으로 나눠 살피는 시각 등 다양하다. 그러나 국보법은 북한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이나 설명 등을 금하고 있다. 자칫 상상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표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보법은 하루 속히 폐기되어야 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이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다양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면서 소유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 달라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유행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듯 이들 질문에 대한 해답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삶은 인생관, 세계관이 무엇이냐에 다라 다양한 태도를 나타낸다. 세상을 적대시할 경우 폭탄테러를 저질러 남과 함께 자신도 죽는 방법도 선택한다. 반대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경우 천사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면에 비춰 볼 때 국보법은 문제다. 국가가 법으로 인간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능력에 차이가 있고 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는가? 백인, 흑인, 동양인 간에 능력 차이가 있나?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인이 유럽이나 미국, 동양으로 귀화하거나 정착할 경우 현지인과 대등한 위치에서 살아간다. 또한 왕족이나 노비, 노예로 선천적으로 구분되지도 않는다. 왕족이 전락한 경우나 과거 노예 계층이었지만 후세에 성공한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도 같은 한민족이고 본질적으로 남한 주민들과 동질적인 것이 분명하지만 국보법은 남북 주민들을 분리시키고 차별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강요한다. 이런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영호남 지역감정에 이어 남북 주민 간 지역감정이 발생해 민족의 구심력을 약화시킬지 모른다. 국보법은 신속히 철폐되어야 한다.

사람이 자신이나 타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삶은 크게 달라진다. 민족이나 종교, 국가 등을 초월하여 인류 전체가 가족처럼 서로 사랑하여야 한다는 사해동포주의에 따른 삶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삶이 있다. 국보법은 우리 편, 네 편을 갈라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을 결정하는 것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북한에서 태어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데도 북한 주민에 대해 인도적 지원조차 외면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문제다.

사람은 편을 가르고 경계선을 긋는 것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면 지역감정, 종족 갈등, 국가 간 갈등 등이 그것이다. 심할 경우 자기 가족 간에도 애증의 차이를 나타내 가정불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반대의 성향도 분명히 DNA속에 존재한다. 보통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행, 자선, 인도주의적 배려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반된 인간의 속성을 고려할 때 국보법은 남북을 갈라서 적대적인 관계만을 허용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여러 관점을 가진 사람이 섞여 있다. 자기 발밑만 주로 보는 사람, 자기 주변만 살피는 사람, 자기 가족과 친지, 친구를 챙기는 사람, 자기 고향이나 지역을 살피는 사람, 나라 전체를 살피거나 지구 전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런 여러 가지 관심 영역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면서 사회가 균형을 이루고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어떤 한 가지 관점으로만 통일된 사회나 국가는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국보법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람은 자기가 맘먹은 대로 삶이 개척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세계가 자기의 관심 영역인 경우 세계적인 인물이 된다. 또한 자기가 속한 국가 전체 관심을 갖는 경우,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 자기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 가족에게만 관심을 갖는 경우 다 자기 관심 영역에 걸 맞는 생을 살게 된다. 국보법은 남북을 구분하는데 이는 남한을 고립시키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보법 때문에 통일된 한반도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같은 민족인데도 분단 상황의 적이라 해서 절대적인 적대관계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남한에 사는 개개인을 좁고 편협하고 그리고 갈등하는 존재는 항상 적으로 보는 불균형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로 전락시킨다.

자기에 대한 생각, 즉 삶의 목표나 인생관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경쟁을 벌이는 사람은 대통령 자리에 가까이 갈 확률이 높다. 국회의원이 꿈인 사람, 회사 사장이 꿈인 사람도 다 마찬가지다. 이토록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부심은 삶의 형태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다. 자신이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데 대통령이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는 법은 여간해서 없다. 북쪽 동포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예를 들면 같은 남쪽이라 해도 영호남으로 갈라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주민, 북한 체제 등에 대한 관념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은 향후 남북 재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한데 국보법은 획일적인 사고만을 강요하는 문제가 있다.

사회를 보는 시각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과 사회적 기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세분해서 보거나 지역 단위나 국가 단위처럼 하나의 존재로 보고 연구하려는 시도도 있다. 사회를 계급, 계층이나 직업, 성별, 문화적 기호 그룹 등 여러 분야로 구분해 연구하고 설명하는 이론도 존재한다. 사회를 여러 분야로 나눠 설명할 경우보다 하나의 개체로 보고 설명하려 할 경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를 놓고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경향을 피하기 어렵다. 모두가 인정하는 전체 사회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항상 논란을 부른다. 그러다 보니 사회 주류 세력이 지지하는 이론이나 방법론이 학계를 지배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점에서 국보법은 남북을 적대관계로 규정하거나, 정상적인 관계추진이 어려운 존재로 국한시킬 뿐 긍정적, 동조적 존재로 판단 평가하는 것을 범죄시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회의 어떤 면을 대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내세우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십인십색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한 국가 안에서도 여야나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사회에 대한 설명과 비판 내용이 크게 다르다. 국가 간에는 더욱 심하다. 지구촌의 정치사상, 이념이 서로 다른 단체나 국가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대립, 분쟁을 하는 이유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각차에 의해 으르렁 대는 일이 도처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다양한 측면을 국보법은 철저히 부정하면서 획일적 국가관이나 사회관, 사상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문제가 있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깊이와 폭이 헤아릴 길 없어 전체를 다 담기보다는 일부분의 진실을 조각내 강조하는 식이다. 사회과학도 마찬가지다. 변화무쌍한 잠재력을 지닌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또한 인간 개개인처럼 종잡기 힘든 실체여서 사회과학은 과학이라는 잣대로 볼 때 문제가 심각한 학문이라 하겠다. 사회는, 시대에 따라 또는 철학과 정치, 경제제도 등에 의해 한 지역에서 진실인 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오류이거나 심지어 악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남북한과 같은 경우다. 분단이후 민족의 동질성은 양분되어 서로가 주장하는 진실이 상반되어 때로는 목숨까지 뺏고 빼앗길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국보법이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가하는 것이 자명해진다. 남북은 대립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다. 국보법은 경쟁보다 대립을 앞세워 사회적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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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https://en.wikipedia.org/wiki/Social_science

2) https://en.wikipedia.org/wiki/Natural_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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