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앞두고 북측의 대남 공세가 현란하다. 그 발단은 남측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서 비롯됐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남북관계 단절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북측은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선공으로 해서, 5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 담화 그리고 9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등을 통해 남측에 파상공세를 취했다. 이 공세가 각도 높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수직 상승하기에 언제까지 지속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측 당국이 전단 살포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단 완전철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그리고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의 엄포를 놨다. 전단 살포를 두고 ‘표현의 자유’ 운운 하지만 이는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앞선다. 게다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4.27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서의 조항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은 ‘매를 사서 맞는 격’이라고, 그간 남측의 안일한 처신에 북측의 누적된 불만이 때를 만나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어, 북한 통전부는 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4일자 담화문 내용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했다면서, 첫 순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통전부는 “남쪽에서 (대북전단 살포 방지법) 법안이 채택되어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면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며 대남 비례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결국, 조선중앙통신사는 9일 보도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남측 당국에 대해 “배신적이고 교활한 처사”, “무맥한 처사와 묵인”이라고 거듭 비난하면서 “남조선당국과 더 이상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앞으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선 남북사이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하면서, 실제로 9일 정오부터 이를 실행했다.

특히, 북측은 요 며칠 사이의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남측에 대해 ‘적은 역시 적’,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한마디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관계가 최근 ‘단절 상태’를 넘어 2018년 이전의 ‘대결 상태’로 역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남북관계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지난해 2월말 북미 간 ‘하노이 노딜’로부터 1년 넘게 한반도 정세가 교착상태에 있다가 6.15선언 20주년에 즈음해, 특히 남북관계에 새로운 움직임이 나올까 기대했는데 전단에 불이 붙으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자. 어려울 때일수록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기본으로 돌아가자. 

차분히 20년 전 6.15선언 발표시기로 돌아가 보자. 분단 70여년사에서 남북관계에 극적인 변화를 오게 한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이다. 6.15선언으로 민족화해시대와 민족공조시대가 열렸다. 그러기에 6.15선언의 정신은 ‘민족화해’와 ‘민족공조’이다. 남과 북 모두, 대결 상태로 역주행 말고 6.15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6.15선언 2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래도 남북관계가 완전파탄에 이르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20년 전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합의한 6.15선언이 아직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6.15정신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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