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들이 “정통 보수언론”(방상훈)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보도를 성토하는 광경이 낯설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들의 비판 수위는 이례적이라고 할만하다.

발단은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의 남편인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일을 놓고 28일 <조선일보>가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허위보도”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정구철 비서관은 지난해 자신이 추천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고 고사를 거듭하던 정 비서관이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으나 올해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지난달 그만둘 예정이었지만 비서관 일괄 인사가 예정돼 있어 저의 요청으로 사직 시기를 늦췄던 것이다.” 

윤 수석은 “오늘 조선일보는 일부러 악의적 보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코로나19’로 인한 군 장성 진급 신고식 연기에 대해 “청와대가 군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행사를 취소했다” 식의 보도를 일삼아온 이 신문의 ‘전과’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버젓이 신문에 실릴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는 또 지난 4일에는 4·15 총선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면서 “시중 정보지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이 종합일간지에 보도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조선일보의 이러한 허위보도는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라며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다른 매체들을 향해서는 “조선일보의 허위보도를 바탕으로 기사가 재생산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보도의 당사자인 정구철 비서관도 ‘입장문’을 통해 “분노도 아깝다”면서 “어떻게든 청와대를 끌어들이려는 허망한 시도가 측은하고 애처로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청와대에)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 만류가 있었고, 다른 인사요인과 겹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그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정 비서관은 “사전차단설은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의를 표명한) 4월에 5월에 일어날 (정의연 관련) 일을 예견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

그는 “정의연 사무총장이 아내인 것은 맞다, 숨겼던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세운 적도 없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각자 열심히 살았다”면서 “아내가 정의연 일을 한지 2년이 가까워 오는데, 남편이면서 후원회원이 아닌걸 이제서야 알았다. 그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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