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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웅의 길을 가야한다<연재> 고석근의 시시한 세상 (296)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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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7  10: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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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인간은 ‘나’ 하나일 때 얼마나 약한가!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이 무너지고 비상사태가 몇 달 지속되니 지친다. 

 지쳐 널브러져 있던 저녁에 독일에서 미술 공부하는 큰 아이가 전화를 했다. 나는 갑자기 쑤욱 커진다. 거인이 되어야 해! 큰 아이를 돌봐야 해!   

 큰 아이는 집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니 힘들다고 한다. 온 라인으로 수업을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단다. 

 나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 대륙까지 미치는 손과 목소리로 큰 아이를 다독인다. 필요한 것들을 문자로 보내 줘!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 잘 쓰고...... .  

 현실의 많은 아버지들은 ‘소주병’일 것이다.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속을 비워간다//-/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 

 내 아버지도 술에 취해 들어오셔서 주무실 때까지 주정을 하실 때가 많았다. “내가 죽어야 해! 내가 죽어야 해!” 

 그런 아버지가 어린 내 눈에 얼마나 하찮게 보였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노년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가며 힘들 때마다 자주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럴 때는 아버지는 어떻게 헤쳐 나가셨을까?’ 

 심층심리학자 융은 우리의 깊은 마음에 오랜 인류 역사에서 형성된 심상(心象), 원형(原型)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상(像)’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인간이 위대해질 때는 무의식의 원형이 깨어날 때다. 하찮게 보이던 인간이 위급한 상황에서, 위대한 영웅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교육은 우리 안의 원형들을 깨우는 것이다. 원형을 깨우며 ‘나’ 하나밖에 모르던 인간이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인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은 자식이 위급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안절부절 못하는 제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이 바로 공부할 때다!”

 코로나19로 학교가 개학을 하고서도 아이들의 등교를 여러 번 미뤄왔다. 전 세계가 비상사태인 지금이 바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할 때다. 

 클럽, 주점은 인산인해이면서 학교는 조용한 게 말이 되는가! 아이들은 생각할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공부하지 말고 술 마시고 놀아야하는구나!’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 방역 지침을 지킬 수 없는 온갖 유흥업소 등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위대한 독립 운동가들은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공부하며 싸웠던 것이다. 마음속의 원형이 깨어나며 그들은 영웅이 되어갔던 것이다.

 인류가 위기 상황인 지금,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내면의 영웅을 깨워 인류가 가야할 길을 찾아야 한다. 자아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우리 안의 영웅은 두려움에 맞선다. 

 원형을 깨우는 공부를 하지 않고 지금처럼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 공부가 중심이 되면, 학생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다.  

 작디작은 티끌이 되어 살아가는 인간은 사이비 영웅이 되려한다. n번방의 운영자가 되고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을 한다. 그래야 존재감을 느끼니까. 

 우리는 ‘요즘 젊은 것들’을 믿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 안의 영웅을 깨우지 못해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안의 영웅은 우리에게 늘 속삭인다. ‘두려워 말라! 네가 가야할 길이 있다! 그 길을 가라!’  

 

고석근 / 시인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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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20-05-28 09:23:36
위대한 독립 운동가들은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공부하며 싸웠던 것이다. 마음속의 원형이 깨어나며 그들은 영웅이 되어갔던 것이다...........................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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