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정권은 물러나야 한다.


정치인의 무식과 불성실은 최대의 죄악이다.
최후의 보수정권될터
통일문제를 농담으로 다루어서야


이 영

3·22사태를 후전하여 대신문에서 읽은 두개의 화제 중 그 하나는 22일 아침 민의원 외무위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를 요여하게 드러내 주었다.

이날 서동진 외무위원장은 죽 둘러앉은 외무위원들을 보고 「지금 많은 국민들은 집권당과 국회의원들은 통일이 되면 자기 지위가 위태로와 지기 때문에 통일을 원치 않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눈가림을 하기 위해서도 이번 추경예산에 돈을 좀 책정하여 외무부에 하다못해 통일연구소 같은 간판이라도 하나 걸게 해야 할 것입니다」하는 「눈가림 정책」을 자인하는,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의견을 내놓았다.

「좋습니다. 예결위 종합심사때 증액동의를 하도록 해봅시다」 김외무부 정무차관을 비롯하여 권중교, 류진산, 한근조 의원 등 외무위의 면면들은 또 여기에 이런 류의 대꾸를 하는 바람에 이 「통일문제」는 그만 즉흥적인 농담 속에서 척척 처리되고 말았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하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국회의원들의 통일문제에 대한 불성실을 나무라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민족의 비원이니 국가의 지상목표니하고 곧잘 핏대를 올리는 통일문제를 이 양반들은 밥 먹고 숭늉 마시는 기분으로 다루고 있으니 이래서 무식과 무성의는 최대의 죄악이라는 말이 생긴 모양-」(3월 22일 경향신문 「기자석」)

또 하나는, 23일 아침 참의원 의장실에선 늘 그러하듯이 몇몇 의원들 간에 시국한탄이 분수를 이루었는데 「장정권이 하는 짓은 도무지 어린애 소꿉장난 같다」는 말을 연거푸 하고 나선 송필만의원(신민)의 이야기엔 귀담아 들을 만한 다음과 같은 계산이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데모」대가 연좌시위를 했다는 그 반도호텔 말이야 총리가 쓰는 방이 십개나 된다는데 그 방비가 하루 한 방 평균 오십불이라니 하루에 백 오십불, 한 달이면 사천오백불이나 된단 말이야. 이래가지고는 무슨 내핍생활을 강조하느냐 말이야?」하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3월 23일 동아일보 정계 「스냅」)

우리는 평소에 이와 비슷한 화제를 머리가 아프도록 매일같이 들어왔으니 새삼 놀랄만한 이야기는 못된다. 이런 이야기의 진가는 서민인 우리로서는 분간키 어려우나 일류신문들의 기사이니만큼 그 신빙성을 믿어야 할 줄 안다.

4·19 뒤로는 별로 신통치 못한 이야기만 전해 듣고 지내온 서민들은 이러한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되풀이 들을 적마다 체념해 버린다든가 또는 울울한 심정을 혼자 간직하고 참아왔던 것이다.

국토건설사업에 동원하고 있는 백성들에게 하루 6, 7백환의 노임을 주고 있는 것을 무슨 큰 선정이나 베풀고 있는 듯이 선전하고 있는 정부의 우두머리가 하루에 방비만 약 이십만환씩이나 물어가면서 거처하고 있다하니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사람은 비록 굶고 헐벗고 있는 사람이 아닐지언정 어디인지 어색하고 또 장내각 결의 제1호였던 「도시락」을 가엾이 여길뿐이다. 「일국의 국무총리」이니까 「그만한 것쯤이야 나라의 체면으로 보아서도」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우리네의 현실을 슬퍼해야할 것인가.

명색이 민의원의 외무분과 위원장이자 또 국련대표단의 한사람으로 통일 외교하려 간다고 뽐내고 있는 사람의 불견식한 「눈가림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벌써 대중이 너무도 성장해 버렸다. 더우기 서동진의원은 통일의욕이 가장 왕성하다고 알려져 있는 대구에서 선출된 의원인데 4·19 진원지 마산을 등진 지난날의 배신자 허모 자유당 의원의 경우가 선뜻 회상이 된다. 

장면씨의 막중한 낭비나 서의원의 요설은 민심의 안정에 조금도 이바지가 되지 못할 것이다.

3·22 성토에 나선 연사들의 연설이 만약에 데모 군중을 선동한다고 해서 문제를 삼는다면 이와 같은 요설이나 낭비는 몇 곱절 더 크게 대중을 요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니 이를 전파한 사람들은 처벌을 하지 않겠는가.

지금 윤대통령을 비롯한 여·야간부들은 3·22 사태이후의 난국에 대처키 위해서 거국내각을 조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모점에서 빗나간 타개책인 것이다. 의원내각책임제하에 있어 거국내각이란 것도 우습기도 하거니와 거국내각을 말하는 사람들이 「인재」를 모아 몇 개의 「포스트」를 메운다고 해서 난국이 수습될 줄 믿고 있다면 이 이상 더한 「넌센스」는 없을 것이다.

통일문제를 코웃음을 쳐가면서 작전 작란하고 있는 여야보수정객들이나 반도호텔의 고루에서 백성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나라의 「보스」를 그대로 두고 무슨 강력거국내각이 기대될 수 있겠는가.
윤대통령은 3·22데모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3월 25일 동아일보)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윤대통령이 참으로 난국타개에 나서려거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원자전상정연습을 관전한다거나 대량살륙병기의 실연을 참관하는 기회를 줄이고라도 절량농촌을 몸소 찾아 극한 상황하에 놓여 있는 적나라한 인간의 삶을 단 하루 밤도 좋으니 절량농민과 함께 같이 해보는 것이 여·야의 정치인들을 설득시키는 일보다 훨씬 실효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땅에 필요이상의 위기의식을 퍼뜨려 금방이라도 세상이 뒤집어져 무슨 변란이라도 일어날 것 같이 환상을 늘어놓고 사는 군상이 많다.

첫째는 경찰이 보고하는 무근거 불확실한 항설인 사월 위기설 등등을 가지고 걸핏하면 긴급안보회의이니 야간임시국무회의다하여 「임시」 「긴급」 「특별」를 마구 쏟아놓고 있는 민주당 정부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둘째는 「지금 민심의 동향으로 보아 잘못하다가는 우리는 시베리아 행이다」(민주당 이철승 의원발설 1월 3일 동아일보) 「민주당 정권은 한국에서 최후의 보수당정권이 될 것이다.」(민주당 신상초의원 마포구 입후보시의 인사상(2월 6일 동아일보) 「자유당원」은 번사「케이스」니 자동「케이스」니 해서 생명의 위협은 받고 있지 않지만 우리 민주당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이 금방 날라가는 즉결 「케이스」가 기다리고 있다(민주당 김대중선전부장 3월 13일 서울 시공관에서) 등등의 자처적이며 피해망상적인 허튼 류언을 함부로 뇌까리고 있는 민주당원들의 경망은 더욱 더 위기 긴박감을 북돋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정부는 당초의 의도를 굽히지 않고 보안법을 보완하겠다고 한다. 권력만능의 관료사상에 사로잡힌 민주당 정부나 은근히 반공입법에 순응하려고 드는 신민당 주류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하더라도 결코 효과적인 반공정책을 수행할 힘이 갖춰져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 세론일 것이다.(계속)

▲ 독자논단 (상)/장면정권은 물러나야 한다. [민족일보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