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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얼마만큼의 재산이 필요할까?<연재> 고석근의 시시한 세상 (295)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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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0  1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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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 
 - 심호택 

 다랑논가에서
 콩잎에 붙은 땅개비를 잡아
 유리병에 담았느니라

 도랑물가에서
 송사리떼 들여다보며
 갈잎배 만들어 띄웠느니라

 달아난 참게를 기다려
 저물도록 지켜앉아 있었느니라
 우리들 아무것도 모를 때

 그 조그만 것들 모두 어디로 갔나
 쓸데도 없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느니라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항상 배가 고팠지만, 신나는 나날이었다. 세상은 너무나 풍요로웠다. 부족함이 없었다. 

 ‘다랑논가에서/콩잎에 붙은 땅개비를 잡아/유리병에 담았느니라//도랑물가에서/송사리떼 들여다보며/갈잎배 만들어 띄웠느니라//달아난 참게를 기다려/저물도록 지켜앉아 있었느니라/우리들 아무것도 모를 때//그 조그만 것들 모두 어디로 갔나’

 그러다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쓸데도 없이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부터는 항상 허기졌다. 나와 우리 집과 마을은 모두 누추해졌다. 

 맹자는 말했다. “항산(恒産)이 항심(恒心)이다.” 한결 같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내 마음이 한결같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주변엔 항상 나보다 더 반짝이고 귀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남들에 비해 소박하게 사는 편이다. 외국 여행도 가지 않고 차도 없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명품 같은 건 사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내 항심을 위해 꽤 많은 항산이 필요하다. 한동안 삼겹살이나 치킨을 먹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도 삼겹살을 먹고 치킨을 먹는다. 

 추위를 많이 타 가스보일러를 많이 튼다. 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스보일러를 남보다 많이 트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가끔 술을 마셔야 한다. 막걸리를 마시며 뜻이 같은 사람들과 담소하는 것이 즐겁다. 또는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 며칠에 한 번씩은 술을 마셔야 한다. 
 
 이렇게 따져보면 내게 필요한 항산도 꽤 많다. 전 인류가 나 정도의 항산만 있어도 자연은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다.

 가끔 절에 가서 일주일, 십여 일을 보낼 때가 있다. 그야말로 소박한 삶이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전혀 자신이 없다.

 이제 나는 지구별에서 암적인 존재가 되었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이상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룻밤사이에 여러 클럽에 들러 수많은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한 확진자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그런 곳에 들락거리지 않으면 항심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클럽은 그의 삶 자체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를 비난하려면 그의 취향을 만든 우리 사회, 문화, 체제 전체를 함께 비난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는 찬성하면서 거기에 최적화된 인간만 비난할 수 있을까?  

 코로나 19 이후, 세상은 어디로 갈까? 

 나는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세상을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내 몸에 베인 습(習)은 자본주의적이다. 이런 몸이 ‘아무것도 모를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코로나19 이후 엄청난 항산을 약속하며 우리를 따라오라고 할 텐데, 모든 건 인공지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유혹할 텐데, 우리는 거부할 수 있을까?

 

고석근 / 시인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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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20-05-21 09:06:00
소식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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