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출 /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차장

 

▲ 김일출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차장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남남갈등’이란 단어는 주로 한반도 통일방안에 대한 이념적 갈등을 일컫는 일종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선지원 후 변화’ 기조에 대한 반발과 특히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라 통칭되는 적극적인 대북 포용정책의 추진으로 야기된 갈등이다. 

급격한 통일이 아닌 군사적 충돌을 피하여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추구한 이 정책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남북 간 첫 정상회담을 통하여 더욱 구체화 되었다. 

이 때 마련된 ‘6.15 선언’은 남과 북 한민족간 민족 자주적인 해결과 제반 분야 교류협력과 교류활성화를 위한 기반조성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방안 중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한 것 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의 집권기에 남북관계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2017년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과 동시에 6월 말 전북 무주에서 개최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한 주도 태권도 세계연맹인 ITF의 시범단과 총재단이 방한하고 이로 인하여 이듬 해 평창 올림픽에 남북 공동팀의 구성과 북의 응원단 참가 등을 거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10.4 남북공동선언,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평양 정상회담과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간 회동에 이르기 까지 최근 2-3년간의 남북 간 교류와 평화공존을 위한 제반 노력과 시도를 둘러싼 사회적 균열과 갈등은 태극기 부대로 대변되는 극우적 정치인과 정치집단을 배태하기도 하였다.

최근 4월 15일 실시된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세계적 대 재앙 코로나19 재난에도 불구하고 28년 만의 최고 투표율,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1987년 개헌 이래 처음으로 단일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당 더불어 시민당이 180석을 획득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극렬한 반대와 폭력적인 표현조차 서슴지 않은 정치인과 정당은 대부분 철퇴를 맞았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총선은 사실상 이제까지 대북통일정책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온 세력이 패퇴하고 적어도 남북 간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이 그 어떤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을 뛰어 넘었음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남북교류와 통일 진전에 큰 장애가 되어 온 정치적 이념적 남남갈등을 불식시킨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이 땅의 통일로 가는 길에 오랜 기간 발목을 잡고 사회적 균열을 극대화 시켜 온 대북정책과 통일방향을 둘러싼 이념적 남남갈등은 사라져 가고 있거나 적어도 그 효력이 반감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정치적인 면에서 그리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 그리고 통일정책 부분에 대한 이념적 균열로 인한 정치 사회적 남남갈등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간과해 온 더 넓고 근원적인 통일과 남북의 평화공존의 장애로 지역색과 지역차별로 인한 남남갈등의 원인을 직시하고 이에 정면 돌파를 선언하여야 할 때 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의석 17석을 더하여 180석을 획득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 19석을 더하여 103석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무소속 1석을 제외하고 호남에서 모든 의석을 차지하였고, 미래통합당은 경북과 대구를 싹쓸이 했다. 지난 총선에서 다소나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였던 영남 보수, 호남 진보의 지방색은 이번 총선 들어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이제 더 이상 남북평화공존과 미래 통일의 장애는 단순한 대북 통일정책에 따른 갈등과 대립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빈부 격차와 성별 세대별 노사간 갈등 등이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통일로 가는 길에 그리고 남북 간 통합에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사회적 균열 요소들로 우선적으로 해소하여야 하는 또 다른 남남갈등 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번 4.15 총선의 결과와 같은 영남과 호남간의 지역 색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대한민국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고 한민족평화공동체 건설을 방해하는 가장 큰 방해물이요 사회적 균열 요소임을 보여주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과 호남의 지역 색은 영남과 호남을 둘러싸고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싹슬이 당선을 만들어 낸 데 이어 이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권 후보를 두고 지역색에 따른 때 이른 편가르기가 서서히 일기 시작하고 있다. 

바로, 호남으로는 안 된다는 호남후보 비토론 이다. 호남에 그 근거를 두고 발전해 온 정당의 논리로서는 이해도 동의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호남 후보 필패론을 내세우는 이유가 호남인구로는 영남인구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이라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대통령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통한 미래 통일을 열어 갈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에 호남 인구가 적어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논리는 너무 천박하다. 
그러면 강원이나 충청의 후보는 대통령의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못하는 정당임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런 논리라면 남한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적은 인구를 가진 남과 북은 어떻게 공존하고 통합될 수 있으며 언제까지 영남 대통령에 한정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제 다음 20대 대통령 선거가 2년 여 남았다. 아직은 먼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만연하고 있는 정치적 영호남간의 분열과 갈등을 뛰어 넘어 인구가 적어 호남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전 근대적인 논리와 미래 한반도의 경제통일 정치공존으로 나아가는 길에 가장 큰 장애로 등장한 지역 색으로 인한 새로운 남남갈등을 탈피하고 미래정치로 나아가는 준비에 쓸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적어도 더불어민주당만은 지역이 아닌 정책과 능력에 따른 대권후보를 선정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비단 호남뿐 아니라 그 후보가 영남이든 호남이든 강원, 충청, 경기 그 어떤 지역이든 단순히 지역 인구 규모 혹은 지역 색을 들어 특정지역 출신을 배제하려는 억지 논리로는 수십 년 내 가까스로 이념적 정치적 갈등을 벗어나 평화공존 한반도로 나아가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또 다른 남남갈등에 사로잡히게 될 뿐 이기 때문이다. 

지난 노무현, 문재인 두 정권의 창출에 앞장섰던 호남이다. 만약 이번에는 그와 반대로 영남에서 앞장 서 호남 출신을 대통령 후보로 내 세워 멋지게 압승을 일궈내는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그것이 통일의 길과 남북 평화공존의 길을 열어갈 남한 내 일치와 화합에 더 없이 소중한 결과가 될 것이며 틀림없이 여타의 크고 작은 남남갈등 들을 해소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 4년 뒤 다시 맞이할 22대 총선에서는 더 이상 호남이든 영남이든 특정 정당을 이유불문하고 투표하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특정 지역 묻지마 투표와 지지를 일소하고 이로 인해 통일 및 대북 정책으로 인한 사회 균열을 극복하여 가는 과정에 새롭게 남남갈등으로 등장한 지역갈등 또한 해소할 수 있다면 통일의 미래로 한반도를 이끌 한민족평화공동체 건설은 그리 멀지 않은 현실이 될 것 이다. 

이를 위하여 다음 2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적어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영남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호남에서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도록 영남과 그 어디에서보다 부산에서 먼저 앞장 서 지역 색 탈피와 지역간 갈등으로 인한 새로운 남남갈등을 극복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 서 줄 것을 제안한다. 

만연해 온 이념적 갈등, 특히 통일정책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사회적 대립과 균열에 종지부를 찍고 오랜 뿌리를 가진 영호남의 갈등을 비롯한 지역차별과 갈등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한민족 평화공동체 건설을 가로막는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시급하고도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 이다.


*이 글은 11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에서 진행된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5월 정기모임 강연을 기고 형식에 맞추어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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