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가까워 오고 있는가?
2년 전 같았다면 모두 그렇다고 했을 것이다. 요즘은 그런가 하고 다시 반문하게 된다. 근본적인 의문은 중무장한 남북 두 체제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궁극에는 통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에 있다.

왜 이런 물음이 떠올랐냐면 올해 들어 부쩍 늘은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 행보와 그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 표명, 이에 대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비난성 담화가 오가는 것을 보고서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보자면 처음에는 매우 불쾌한 느낌이 든다.
“저능한 사고”, “짓거리”, “바보스러울가”,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등등 그 표현이 공식 담화에 쓰이기에 많이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중단하기 합의했지 않은가.

그런데 다시 읽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군대가 훈련이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며 위협할 의사가 없다고 했는데,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군사행동은 아니고 훈련이라는 측면에서 일응 수긍이 간다. 또 남측은 북측에 위협적인 한미연합훈련도 유지하고, F-35와 같은 최첨단 무기를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피장파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의 말과 같이 농약이나 치자고 F-35를 도입한 것은 분명 아니다. 남측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북측은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면 북측이 느끼는 부당함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내로남불’, ‘내훈남침’(‘내’가하면 ‘훈’련이고, ‘남’이하면 ‘침’략준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또 남측도 할 말이 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지 않았나(4.27 판문점선언 전문). 구체적으로는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하였다”(4.27 판문점선언 2조 1항).

북측이 올해 들어 8회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 참관 하에 사거리 200km 이상 되는 단거리 발사체, 방사탄 발사 훈련을 했고, 포사격대회와 항공기 훈련을 실시했다. 포사격이야 통상적이고 방어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거리 발사체와 방사포는 사거리와 정확도, 파괴력을 볼 때 남측에 위협적이라서 방어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북 사이에 논쟁은 이어질 수 있다. 남한이 들고 있는 위의 합의문구들은 정치적 신사적 의미에 지나지 않고, 구체적으로 이행 의무가 있는 조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명시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행위만 해당되며 북측은 이를 어긴 적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황희 정승 같은 말이겠지만, 그 또한 맞는 말이다.

남북 국방부장관이 서명한 이 합의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에 대해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9.19 남북군사합의서 1조 1항). 하지만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않아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필자는 이와 같은 남북 설전은 이렇듯 남북 사이에 할 일이 많은데 서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어서 빚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언쟁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수준이 낮은 적대행위에 대해 상대방에게 서로 부당함을 표시하고 있다. 나중에 이런 말들은 ‘내로남불’, ‘내훈남침’이라며 그 상대방이 발언 당사자를 비판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상대방을 비판하는 자기 말에 자신도 구속되는 법이니 이런 언쟁은 자주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남북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후속하는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한 그 내용을 한반도 전역에 확대 시행하기는 어렵다. 확대 시행한다면 한반도 전역에서 포사격과 군사 비행,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해야 되는데, 훈련이 주업인 군대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되므로 불가능한 조치다.

하지만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상호군사 신뢰 증진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대체로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 연습 등 통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인적 교류, △군사정보교환, △단계적 군축 등 5가지인데,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는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실행되고 있으므로 나머지 4가지를 구체화 하면 된다.

여기에 △군사훈련 참관, △합동군사훈련까지 발전할 필요가 있다. 남북 사이에 가장 불만이 많은 부분은 사전 통보가 없이 진행되는 군사훈련과 무기 도입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통보 대상과 시점 및 절차를 규정하는 합의가 체결되고 그대로 이행된다면 상호 비난전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쟁점은 통보 대상이 되는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 연습, 첨단무기 도입을 어떻게 구체화 할 것이냐 인데, 우선 남북이 서로 우려를 표했던 사례를 통해 그 대상을 추출해보면 된다.

대체로 △군최고사령관이 참관하는 군사 연습, △군사령부 이상급 군사 연습, △영역 내에서 다국적 군사 연습, △탄도탄과 사거리 200km 이상 방사포 사격 및 배치, △첨단무기 도입(스텔스 무기, 일정 톤수-남북이 기준을 달리함- 이상 군함과 잠수함 배치, 고고도 정찰기 배치 등)에 대해 남북은 상대방이 미리 통보해 주길 원하고 있다.

군사인력 상호 교류, 남북 지소미아 체결로 발전해야 한다.
위와 같은 합의에 이르고 그 합의가 시행된다면 그 다음으로 군사인력을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현역 군인들이 상대방 부대에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사관생도를 상대측 사관학교에 견학을 보내거나 교육훈련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부터 할 수 있을 것이다.

훈련생을 태운 중국 해군 훈련함이 진해군항을 방문하여 함을 개방하고 남측 해군사관생도들이 참관하는 등 군사적으로 우호적이라고 할 수 없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도 이미 사관생도들 차원의 인적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남북이라고 못할 일은 아니다.

그 다음은 군사정보교환으로 발전될 수 있다. 현재 한일 사이에 쟁점인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 지소미아)을 남북 사이에서 체결하여 한반도 밖으로부터 오는 군사위협 정보를 상호 공유할 수 있다면 한반도 역외 군사적 위협에 대한 남북 공동 대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외국의 군함과 군용기가 남북한 영해·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먼저 정보를 취득한 쪽에서 상대방에게 그 정보를 긴급히 제공한다면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해 독도 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는 북측에서 기동해 왔기에 북측은 남측보다 그 정보를 먼저 취득했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보가 공유된다면 군사적 대응뿐만 아니라 추후 있을 외교적 공방과 법적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비밀이 주적인 북측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대규모 훈련 등을 사전 통보하고 인적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가 높아진 상황에서 역내 정보를 제외한 역외 정보에 한정하여 상호 공유한다면 그런 시비도 비켜갈 수 있을 것이다.

군사훈련 참관, 남북합동훈련도 준비해야 한다.
군사훈련 참관과 남북합동훈련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기의 특성, 군사전략, 훈련의 정도 등 군사정보가 상대방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그 전제로 남북이 역내 군사 정보가 상대방에게 일정 부분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군 내부와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역외 군사훈련에 상호 참관하고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그런 우려가 적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독도 방어훈련에 북측이 참관하거나 공해상에서 진행되는 가상 독도 방어훈련을 남북이 합동으로 실시한다면 군사 정보가 상대방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고, 그 필요성에 대해 한반도 주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남북 제로섬 관계 탈피하고, 역외 공동 위협 개념 도입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남북은 상대방을 주적으로 삼아 군사적으로 제압할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면 군사적 긴장완화와 항구적 평화는 이룩하기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다. 이런 구도는 시소놀이와 같이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는 제로섬게임이 된다. 현재 남북은 군사적 측면에서 제로섬 관계에 있다.

이런 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남북은 역외에 존재할 수 있는 공동의 가상 위협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공동으로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독도, 이어도와 같은 한반도 해양영토에 대한 위협, 남중국해와 같은 한반도로 자원을 수송하는 해상교통로의 안전 문제, 일본과 중국의 군사대국화로 인한 동북아시아 안보 문제 및 동서해 해양영토와 수산자원 수호의 문제 등 현재도 공동으로 대처할 역외 군사적 위협은 심대하다.

장차 반복적인 남북합동훈련을 통해 연합지휘 체계를 수립하고 숙달해야만 장래에 남북의 정치적 합의 수준이 6.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측의 연합제안 또는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까지 발전하는 것에 발맞춰, 남북연합군 또는 남북연방군(양측의 군대는 주방위군과 같은 역할 수행)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래야만 군사분야가 통일에 질곡이 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사례는 역사상 매우 드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건국 역사를 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보자,

남북의 ‘겁먹은 개’들이 합치면 무서울 게 없지 않을까.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7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취소 행정소송(한강담당)과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 형사사건 1심을 공동으로 변론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에 참여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통일위원회와 미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을 벌였고,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변호하였다.

저서로는 「골목사장 생존법」, 「변호사가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Ⅰ, 하도급편」(개정판)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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