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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 사고 직전 미국서 정비받아외교부 문서공개, 'ICAO 결의' 놓고 남북 엇갈린 평가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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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1  12: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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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을 경과한 외교부의 외교공문이 31일 공개됐다. 이 가운데 KAL858기 사건 관련 문건 2천여건이 포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사라진 KAL858기 사건에 대해 당시 외무부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에서 북한 규탄 결의를 도출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무지개 공작’의 대외홍보지침을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결국 ICAO 이사회에서 규탄 결의가 채택됐지만 '북한'은 명시되지 않았고, 우리 외교부는 이를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고, 북한은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는 상반된 평가를 낳았다.

더구나 미국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북한을 옥죄는 활동을 한국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편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북미관계에 대못을 박았다.

외교부가 30년이 경과한 방대한 분량의 외교문서를 31일 공개했고, 그 가운데 KAL858기 사건 관련 외교문서가 지난해에 이어 2,000여 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개된 외교문서들이 사건 발생부터 조사결과 시점까지의 외무부 움직임을 담았다면, 올해 공개된 외교문서들은 정부의 조사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특히 ICAO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책임을 성토하는 외교활동을 주로 담고 있다. 분량 역시 지난해 1만건 이상에 비해 2천여 건에 불과하다.

안기부장, 수사결과 앞두고 '관계 장관회의' 주관

먼저, 88년 1월 15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1월 14일 안기부장이 주관한 ‘관계 장관회의’가 열려 각 부처별 협조사항이 시달됐고,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와 문공부는 ‘대언론 협조 조치’로 안기부1차장이 1월 14일 정오 주요언론사 사회부장단에게 사건개요를 고지하고 ‘보도방향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14일 오후 8시 전 언론기관에 보도자료를 사전 배포하고 ‘조직적인 확대 보도 유도’를 했다.[03-0141]

뿐만 아니라 문공부는 ‘정부 대변인 대북성명 발표’를 시행하고 안기부와 국방부, 문공부는 ‘대북 심리전 전개’를, 내무부와 문공부는 ‘반공연맹, 이북 5도민회 등 반공 및 안보관련 단체의 대북괴 만행 규탄 운동전개’에 나서도록 했다. 특히 외무부와 문공부, 안기부는 '외교 관련 조치'로 미국, 일본, 바레인에 수사결과를 사전통보하고 '수사발표 지지논평 유도'를 지시했다.

사전통보 대상으로 미국에는 '주한미국 대사 및 CIA 거점', 그리고 현지 'FBI 본부'에, 일본에는 '주한 일본대사 및 내각 조사실, 현지 경시청 공안조사실을 적시했다. 나아가 미국측에는 '소련, 중공측에 내용을 전달해 줄것과 양국이 북괴에 재발방지를 촉구토록 요청'할 것을 요청했다.

   
▲ 안기부의 수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4일, 안기부장이 주관한 관계 장관회의가 열려 KAL858기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졌다. '무지개공작' 2탄인 셈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외에도 '주요 외국 정보기관 사전통보 협조', '주한 외교단에 대한 브리핑', '주재국 언론 및 아국 특파원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 '북괴 규탄 켐페인 및 제재 조치 유도', '국제기구 제소' 등도 추진했다. 여기에는 '재외공관 현지 주재국 대상 대북 단교 유도활동'과 '국제 인권 및 항공기구 제소, 북괴규탄 결의안 채택 유도'가 포함돼 있고, 이후 외무부는 ICAO 등에서 이를 실행하게 된다.[03-0143]

이번에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는 주로 사고조사결과 전파(전3권)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23차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88.2.29-3.31)에서 대북 규탄 성명 도출을 위한 외교활동(전7권)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KAL858기 실종사건 관련 ICAO 회의를 통한 북괴 만행의 규탄'은 당시 외무부 국제기구과가 1987년 12월 9일자로 벌써 검토에 들어갔다.[06-0003] 물론, 유엔안보리, 항공법회의, 유엔인권위, 국제의원연맹(IPU) 총회, 서방 7개국 정상회담, 유엔총회 제6위원회 등 88년 9월까지 주요한 국제기구나 회의장도 모두 북괴 규탄이 추진됐다.[06-0018]

몬트리올 ICAO 이사회를 겨냥한 외교는 88년 1월 15일 수사결과 발표일을 하루 앞둔 1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우선 외무장관은 몬트리올 주캐나다 대사에게 '가능한 조속한 시간내에 몬트리올에 출장 ICAO 이사회 의장 면담'을 추진하라고 지시하고 '우선 사무총장 자격으로서의 대북괴 경고조치을 취하여 줄것을 요청'하라고 지시한다. 필요할 경우 마유미(김현희)와 ICAO 관계기관의 면담도 가능하다고 알린다.

외무부 활동, 공개된 '무지개공작' 해외홍보방향과 일치
ICAO 이사회 결의, '야비한 행동' 주체 빠져

   
▲ <통일뉴스>가 국가정원보원을 상대로 행정정보 소송을 통해 추가공개한 '무지개공작' 문건. 이번에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의 내용은 '무지개공작' 해외홍보방침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건 내용은 국정원을 상대로 <통일뉴스>가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행정소송 끝에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해 9월 공개된 ‘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 음모 폭로 공작’, 이른바 '무지개공작' 추가공개 내용 중 '마. 해외 홍보 방향'과도 일치해 주목된다.

사건 발생 사흘만인 88년 12월 2일자로 작성된 '무지개 공작'은 "(1) 금번 사건은 랑군 사건을 자행한 북괴의 또 다른 만행임을 들어 전세계 각국, 국제 적십자사, UN, IOC 등 국제기구가 북괴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고, 북괴와의 관계를 재고토록 제의"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당시로서는 ICAO 이사회까지는 눈길이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ICAO 이사회에서 북한 규탄 결의 채택을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 추진했고, 결국 3월 25일 33개 이사국 전원 일치로 '결의(RESOLUTION)'을 채택 "115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민간항공기 파괴를 가져온 야비한 행동"을 "강력 규탄"했지만 '야비한 행동(despicable act)'의 주체는 명기하지 못했다.[10-0166]

즉 북한을 범행주체로 특정하지 못한 것. 33개 이사국 중 23개국이 규탄 발언을 했지만 '소련, 쿠바, 체코, 탄자니아 등 4개국'은 북한측을 비호했고, '중공'도 중립적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ICAO 이사회 규탄결의, 남북 엇갈린 평가

외무부는 "친북 이사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무투표로 의제채택을 관철"했다며 "북한을 간접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금번 사건이 북한의 범행이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부각한 외교 노력의 성과"라고 자평했다.[10-0179]

그러나 북한 대표단은 이같은 결과에 '매우 만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몬트리올 총영사가 캐나다 법률국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에서다. "작(지난) 3.29.북한대표단이 자신을 방문하였을 시 이들은 ICAO 이사회의 858기 토의 결과에 매우 만족해 하는 태도로 보였음"이라는 대목이다.

이어 "동 결의안은 누가 보아도 북한을 겨냥하여 DESPICABLE ACT를 강력 규탄한 것인데 북한대표단이 왜 만족스럽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음"이라고 덧붙였다.[11-0027]

캐나다 관료는 ICAO 이사회 결의가 북한을 규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을 했겠지만 북한 외교관들은 결의 내용에 '북한'이 적시되지 않은 것을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대북 응징 '추가 조치'에 관심

이번 외교부 공개문건 중 KAL858사건 관련 미국의 적극적인 '북한 응징' 움직임도 눈에 띈다. 88년 2월 3일 주한미국대사관 밀러(Miller) 1등서기관과 면담한 외교부 국제연합과장은 밀러 서기관이 "금번 대한항공기 폭파사건과 관련, 국무부로부터 대북한 응징을 위한 추가 조치 필요성 여부에 관하여 한국측과 협의 하라는 지시를 받음"이라고 면담기록을 남겼다.

특히 "미국은 세계 각국 특히 서구 지역 국가들이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추가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는데 한국측과 협조할 용의가 있는 바 예를 들면 북한이 서구 국가에 주재시키고 있는 통상 대표부와 대사관의 직원을 축소시킨다거나 그들의 격(level)을 낮추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아가서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도 유도하도록 하는데 대한 한국측의 의견을 듣고 싶음"이라고 기록했다.[07-38]

이같은 미측의 의견을 들은 외무부 유엔과장은 "아국도 각국이 가능한한 대북한 제재 조치를 취하여 주기를 요청하고 있으며 세인트빈센트의 대북한 단교 조치도 이러한 아국 노력의 결과"라고 맞장구쳤고, 밀러 서기관이 다시 "덴마크와 같은 나라는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하자 유엔과장은 "가능만 하다면 아측은 그러한 국가가 대북한 단교조치를 취하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화답했다.[07-0039]

미국은 KAL858기 사건을 기화로 '서구 국가'들과 북한을 떼어놓기 위한 '추가 조치'에 관심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미국은 88년 1월 15일 안기부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인 1월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북미간 외교관 접촉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양자제재를 발표한 상태였다.

실제로 유엔안보리와 ICAO에서 KAL858기 사건에 관한 규탄 결의가 나왔지만 '북한'을 명시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지원국 지정 등 강력한 대북 제재에 착수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본격적인 북미대결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KAL858, 사고 직전 미국 정비사에서 엔진에 소음경감장치 장착

이미 알려진 사실 중 중요한 대목들이 공문으로 다시 확인된 점들도 있다.

당시 교통부가 외무부에 공문(88.1.11)으로 보내온 항공국의 ‘항공기사고조사보고’(87.12)에는 ‘버마의 ’우리디스‘(어디스) 인도양 상공’에서 11.29 14:01분에 최종교신한 뒤 다음 보고지점인 267km 떨어진 ‘타보이’에 14:22분 예정된 교신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비상호출신호도 없었다.[03-0025]

사고기는 사건 두 달전인 87.9.2 ‘LOCK ROD 파손’으로 87.9.7-9.28 수리작업을 거쳤고, ‘동체전면 하반부 표피 및 골격교체’ 작업이 있었다. 특히 “사고기에 대한 최종 수리개조 작업은 ’87.10.13부터 약 4주간에 걸쳐 미국 산타바바라에 있는 TRACO CO. 에서 항공기 엔진에 소음경감장치(HUST KIT)를 장착하였으며 이때 장착엔진 4기에 대한 전반적인 성능시험결과 정상이었음”이라고 기록돼 있어 주목된다.[03-0026]

국정원발전위(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7년 조사결과보고서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1988.1.1부터 HUST KIT를 장착하지 않은 B707기의 운항금지를 권고"했다고 밝힌바 있다.(국가정보원,「과거와 미래의 성찰 - 주요 의혹사건편 下권 (Ⅲ)」,  448쪽)

 

(추가,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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