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대사관 용산기지 이전 추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해 온 지역주민들이 23일 이전 예정지인 옛 수도여고터 맞은편 용산구 캠프코이너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택 이전을 앞둔 용산 미군기지에 주한미국대사관을 이전하는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으나 오랫동안 미국대사관 이전을 반대해 온 지역 주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이하 주민모임), 용산시민연대, 한남공원지키기 시민모임과 용산구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은 23일 오전 용산동 남영동주민센터 앞에서 '주한미국대사관 용산기지 이전반대 주민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의 미국대사관 임대료 문제, 도로확장 등 특혜가 넘치는 미국대사관 이전에 관한 사항들은 반드시 재협상되어야 하며, 용산기지로의 이전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서울시보 제3570호를 통해 '주한 미대사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열람공고를 내면서 2018년 12월 폐쇄된 캠프코이너(용산구 용산동1가 1-5 일원 ) 97,259.5m²(29,421평)을 '주한 미대사관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결정했다.

2005년 주한 미대사관 이전에 관한 한미 간 양해각서 및 2011년 이행 합의서 체결에 근거하고 있지만 2005년 양해각서에서 제공하기로 한 79,000m²(23,939평)에 비해 1만8,000여 m², 2011년에 비해서는 10,559m²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부지는 대사관 주변 북측과 서측으로 각각 10m, 동측으로 11m  도로확장을 해 주겠다는 합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공원이 들어설 자리의 부지를 떼어서 미국대사관 진입 도로확장에 사용하겠다는 것.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용산공원은 일제 강점과 분단등으로 인해 110여년간 외국 군대가 주둔하던 곳으로 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용산공원은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에 기초하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민족·생태·평화공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대사관이 용산공원에 들어서게 된다면, 그것도 가장 접근성이 좋은 초입에 들어서게 된다면, 용산공원이 민족공원인지 미국공원인지 알 수 없으며, 누더기 공원이 되고야 말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 정의당 용산후보인 정연욱 당 용산구 위원장(왼쪽)과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대표인 김은희 민중당 용산 후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의당 용산 후보인 정연욱 당 용산구위원장은 "110여년 동안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치욕의 땅 용산미군기지터에 민족·역사·생태공원이 만들어지는 역사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미군기지의 초입이라고 할 수있는 후암동 옛 수도여고 건너편에 미국대사관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여전히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군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개탄했다.

특히 "이곳 후암동 일대는 고도제한으로 개발이 묶여 있었고 주둔 미군들로 인해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당해 왔는데 미군기지가 이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민들은 소유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대사관이 들어온다는 것은 참으로 암담하다"고 하면서 "정부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해서 이전 문제에 대한 당당한 협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대표인 김은희 민중당 용산 후보는 "주민모임은 줄곧 주한 미국대사관의 용산기지 이전에 반대의견을 펼쳐왔으나 주민들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이번 서울시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이제 돌려받는 용산공원은 민족정기가 되살아나는 공원이어야 한다"고 하면서 "12층 미대사관 건물이 세워지고 그 앞에 용산공원이 들어서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마치 미 대사관이 용산주민들과 우리 국민들을 감시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나. 미국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원 곳곳에 감시시스템이 들어설 것"이라고 이전 반대를 주장했다.

주민모임에서는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식밖의 어마어마한 부지를 미국대사관에 제공하는 것은 조공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며 "용산기지가 이전하고 민족·역사·생태공원이 조성될 이곳 한복판에 미 대사관을 들어오게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캠프코이너 담벼락 앞에서 미대사관 용산기지 이전반대 현수막을 걸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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