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당 투표제 등 검토 필요 – 지역구 의원제 폐지 등으로 개혁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범여권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와 관련해 권리당원 투표 결과 74.1%가 참여에 찬성했다고 밝히면서 개정 선거법 취지를 뒤집고 ‘꼼수에 꼼수’로 대응하는 방침을 굳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 미래통합당 등 거대 두 개 정당이 지역구용 정당과 비례용 정당을 따로 운용하는 사상 초유의 기형적 선거를 치를 방침이어서 선거제도가 개선은커녕 그 혼탁과 국민적 정치혐오를 심화시킬 우려가 커졌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서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상대당이 다수당이 되는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양당제 청산을 통한 다수당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떤 면에서 상대를 공격하면서 ‘내로남불’을 합리화하고 있는데 이는 ‘적대적 공존’과 유사한 모습이다.

거대 두 당은 ‘야당 견제’와 ‘정권 심판’이라는 목소리만을 높이면서 4·15선거를 유권자의 축제가 아닌 진영 간 대결의 장으로 몰고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 등은 실종 상태다. 이는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서 만들어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기형적인데다 허술하기 짝이 없어 빚어진 부작용으로 그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치판이 총체적으로 뒷걸음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제도가 허술할 때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정치머슴이다. 이 머슴은 헌법기관이라는 상당한 지위를 누린다. 국민에게 무한 봉사를 한다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의원들은 일단 선거만 끝나면 유권자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는데 이번에는 개악된 선거법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선거법이 개악되고 유권자를 바지저고리로 전락시키는 또 다른 원흉은 기득권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비민주적 정당제도이다.

국내 정당 대부분은 제왕적 당대표를 두는 당헌당규를 채택하고 있어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보다 당대표를 더 의식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군대의 사단장과 사병과의 관계처럼 일사불란하게 보일 때도 있다. 이는 박정희가 도입한 국회의 군대식 문화다. 이 적폐는 뿌리가 깊고 그 독기가 자심하다. 현행 지역구 선거제는 공천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만드는 당대표제 존속, 적폐세력의 발호 등과 같은 그 역기능이 심각하다. 지난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놓고 빚어진 극한적인 여야 갈등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세력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드러낸 한 사례라 할 것이다.

국회가 진정한 국민의 머슴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민주적 정당 제도를 원천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동시에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와 중복되면서 국회의 중앙정치 집중을 가로막는 현행 지역구 선거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100% 반영되는 선출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에 시행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출제의 기득권 보호를 통한 거대정당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최악의 형태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이런 저런 대안이 나올 수 있겠으나 이스라엘 방식이 검토해볼만 하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9백 만 명에 미치지 못하고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과 적대관계라서, 그 환경이 우리와 100% 흡사하지는 않은 측면은 있다.

이스라엘에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는 4년마다 실시되는 총선에서 뽑힌 의원 120명으로 구성되는데 총선은 유권자들이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 명부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선거 뒤 득표율이 3.25%를 넘는 정당들이 전체 의석을 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게 된다. 정당 득표율은 1988년 1%로 했다가 점차 상향 조정했는데 현행 3.25%면 4개의 의석에 해당한다. 정당은 100명 이상의 성인인 주민이나 시민들이 등록하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총선 후 과반이 넘는 정당 또는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의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총리 후보가 다른 정당들과 과반 의석(61석)으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면 총리에 오른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총리 후보는 42일 이내에 연립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일 년 사이에 총선을 3번이나 하는 사태에 직면했는데 그렇다고 선거 망국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은 유권자들이 뽑은 정치 대리인 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다시 총선을 해서 대표를 뽑는 식이니 직접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면이 더 중시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주요 국면은 유권자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도 깊이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서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정치개혁연합을 만들어 적폐 야당의 발호를 막아 발등의 불을 끈다는 명분으로 나섰는데 이번 총선을 계기로 향후 국회의원선거 제도를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민의가 충분히 반영되는 그런 제도를 반드시 관철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총선 전에 제 정당을 상대로 총선 직후 새 선거제도를 만든다는 원칙에는 모두 합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완전하기 짝이 없고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누구나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명쾌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제도로 바꾸는 것에 총선이전에 모든 정당이 합의하도록 시민사회가 앞장서 추동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지역구 선거제를 폐기해서 정당 투표제로 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민의가 투표에서 제대로 반영되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은 시스템은 나라마다 달라서 많은 형태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촛불혁명에 1천 수 백 만 명이 동참했다는 현실, 조국 사태이후로도 거리의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한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시민사회단체가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중대한 역사적 국면마다 민중이 보여준 위대한 업적을 되돌아 볼 때 4월 총선에서 훌륭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촛불혁명 등에서 나타난 민의와 그 정치적 의식화가 대단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 섞인 전망과 함께 총선 실시 이전에 확실한 미래의 선거제도의 모범답안을 모두가 공유하고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유권자를 정치공학에 좌우되는 수동적 존재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제의 폐해가 확인된 이상 다당제로 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겠고 이런 취지를 시민사회단체 등은 집중적으로 강조해야 할 것이다. 혼란할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특히 현행 여의도 정당들이 4월 총선이후 그 근본적 체질을 바꾸지 않을 경우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점은 오늘의 그들의 모습에서 확인되는 듯 해서 더욱 그러하다.

총선 이전에 제 정당이 지역구 폐지 등을 통한 진정한 민의가 반영되는 이스라엘 방식 등 선진적인 제도를 도입하는데 합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선거를 치른다면 정당들은 또다시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시 하면서 삼류 정치판을 지속하는 우와 과욕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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