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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 남북 숙제 빨리 확인하자” 모순영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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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20  1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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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서 남측 ‘통일맞이’을 중심으로 모인 학자들과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학자들,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이 만나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면 뜻이 모입니다. 그 뜻이 모이는 곳에 독립의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상영된 영화 ‘말모이’의 대사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처럼, 남북의 통일사전을 만드는 통일일꾼들이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헌신하는 남과 북의 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서 남측 ‘통일맞이’을 중심으로 모인 학자들과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학자들,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이 만나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했다.

“민족의 단합과 조국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민족어 공동사전편찬”을 위해 모였으며, “우리 말과 글의 민족적 특성을 높이 발양시키고 통일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며 오랜 역사를 통하여 창조된 우리 민족어 유산을 총집대성한 겨레말 총서를 편찬”한다고 ‘공동보도문’에 명시했다.

일제에 맞서 ‘조선어대사전’ 편찬을 통해 독립운동을 펼치던 선열들의 행동이 분단된 조국에서 후대들에 이어진 것. ‘공동보도문’에 나왔듯이, ‘겨레말큰사전’은 ‘민족단합’과 ‘조국통일’의 집대성이다.

[공동보도문]


남과 북의 어학 학자들은 내외의 커다란 관심 속에 2005년 2월 20일 금강산에서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고 민족의 단합과 조국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민족어 공동사전편찬을 위한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을 가졌다.

1.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은 민족어 공동사전을 우리말과 글의 민족적 특성을 높이 발양시키고 통일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며 오랜 역사를 통하여 창조된 우리 민족어 유산을 총집대성한 겨레말 총서를 편찬하기로 하였다.

2. 민족어 공동사전의 이름을 '겨레말큰사전'이라고 하였으며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은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전편찬사업을 2005년 2월부터 시작하여 빠른 기간 안에 완성하기로 하였다.

3. 북과 남의 언어학자들은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를 분기에 1차씩 합의되는 장소에서 진행하며 여기에서 사전편찬과 관련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결정하기로 하였다.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2005년 2월 20일
금강산

(출처-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위원회)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가 결성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출연하고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으로 안정적인 사전 편찬사업이 진행되는 국가적 사업의 성격도 지녔지만, 남측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와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학자들이 직접 맡아 일하는 민간사업의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법적으로 편찬사업은 2022년 4월까지이다. ‘겨레말큰사전’ 완성은 2년 반 남짓 남았다. 그러나 현재 작업은 절반 밖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분기에 1차씩 남북 학자들이 만나 협의해야 하지만, 2015년 12월 중국 대련에서 열린 제25차 공동편찬위원회 회의가 마지막이다. 

   
▲ 모순영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은 결성 15년을 두고, “홀가분한 상태에서 15주년이 아니라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는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관계자들이 정주년인 15년을 조용히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모순영 사무처장은 “최소 물리적으로 사전이 완성되려면 5년이 필요하지만 현재 법적으로 2년 반 남았다”며 “홀가분한 상태에서 15주년이 아니라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는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남북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사전이 완성되는데 정치적 이유로 만나지 못하기 때문. “비정치적 사업인데, 정치 영향을 받는다.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와 갈등 때문이 아니라 정치 상황 등에 따라 만나지 못한다.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모 사무처장은 하소연했다.

그러나 모순영 사무처장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통일운동이라고 자부했다. 최근 사업회 내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의 사명감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통일운동’으로 끝내 ‘겨레말큰사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학술사업이지만 문화사업이고 통일운동 사업이다. 통일운동에 의미가 있다”며 “교류에서 기본은 언어이다. 통일 이후 언어적 혼란, 소통 혼란, 전문화된 분야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어 이질화가 아니라 차이를 펼쳐 보이는 사전이다. 차이를 극복하는 사전이다. 누가 더 높고 낮고 차이가 아니라 평등하게 보는 것”이라며 “학술교류라고 방점을 두는 관점에서는 사전학적 의미도 있지만, 그것을 더 뛰어넘는 통일운동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1989년 평양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가 김일성 주석을 만나, ‘통일국어대사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던 당시 의미는 지금도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 녹아있다는 것.

“(겨레말큰사전은) 통일을 대비해서 정석을 제공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경제적인 가치로만 매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업이다. 통일사업의 성경같은 사전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 일단 발을 디딘 남북의 학자들이 빨리 만나기를 모순영 사무처장은 학수고대했다. 

“빨리 회의가 재개돼서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교류의 핵심은 만남이다. 북측이 맡은 사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싶다. 북도 남측의 숙제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빨리 확인하고 싶다. 숙제를 얼마나 하셨는지.”

20일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 결성 15년을 맞아,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모순영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과 <통일뉴스>가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18일 서울 마포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실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에 응한 모순영 사무처장이 15주년을 맞아 제작된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결성 15년,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 통일뉴스 : 2월 20일은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가 결성된 지 15년이 되는 날이다. 15년의 의미는 무엇인가.

■ 모순영 사무처장 : 원래는 2022년 4월에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15년의 의미는 마지막 단계에서의 의미를 말해야 하는 데, 그러기에는 아직 사전이 너무 미완성이고 합의가 안 된 상태이다. 15년을 시간으로 치면 딱 반 세대이다. 한 세대가 30년이니까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 하는 데, 사전 공정은 절반이다. 책임감이 마음이 책임감이 더 드는 시점이다. 교정 교열만 남은 홀가분한 상태에서 15주년이 아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직원들이 책임감을 더 느끼는 것 같다.

□ 사전 공정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을 하려면 얼마 기간이 더 필요한가.

■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 개최되어야 한다. 2022년 4월이 법정기한이다. 물리적으로 한 회당 공동회의가 최대 합의할 수 있는 올림말이 2만인데, (회의를) 10번 해야 한다. 분기별로 4번 해도 2년 반이 남았는데, 당장 재개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맞추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물리적으로 최소 5년은 필요하다. 합의하는데 2년 반이고 원고 교정 교열을 해야 하는 시간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최소 물리적으로 사전이 완성되려면 5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법적으로는 2년 반 남았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통일운동이다”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안타깝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의 출발은 언어학자가 아니라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그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우리는 언어 통일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통합에 더 관점이 있다. 초창기에 1989년 김 주석에게 문 목사가 제안할 때는 통일운동 일환이었다. 그 정신을 가다듬는 의미에서, 처음 사전은 이질화 극복이 목적이었다면 현재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이질화가 아니라 차이를 펼쳐 보이는 사전으로 변화했다. 차이를 극복하는 사전이다. 차이를 펼쳐 보인다. 누가 더 높고 낮고 차이가 아니라, 평등하게 보는 것이다. 이질화보다는 차이를 펼쳐 보인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학술사업이지만 문화사업이고 통일운동사업이다. 학술교류라고 방점을 두는 관점에서 사전학적 의미도 있지만, 더 뛰어넘는 통일운동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겨레말큰사전 편찬이 통일운동 일환이라면, 통일운동에 겨레말큰사전이 어떤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하는가.

■ 언어가 가장 기본이다. 교류에서 기본이다. 정치, 경제, 모든 학문 교류에서 가장 기본은 언어이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도 이어진다. 통일이든 통합이든 이후에 언어적 혼란, 소통 혼란, 전문화된 분야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 말로 표현하고 말로 써야 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기반, 자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통일 이후 적어도 언어분야에서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겨레말큰사전의 준비”라고 말했다. 

□ 북측은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는 데 얼마나 비중을 두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 사업 상대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이다.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에 소속된 편찬위원이다. 그 분들은 누구보다 국가관이나 나라의 정책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저희가 볼 때는 언어의 의미나 교류의 의미, 통일운동에 대한 의미는 남측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희 사업이 협의서를 바탕으로 합의서를 바탕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기본적 사업의 취지에 동의하거나 명분에 합의하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사업이다. 

우리는 어느 특정 계층에 맞추는 게 아니다. 실용사전이다. 추구하는 사전이 정치사전, 지명사전도 아니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용어 중심이다. 가장 대중화된 사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 2005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공동편찬위원회 회의 중인 문영호 편찬위 북측위원장(왼쪽)과 홍윤표 남측위원장(오른쪽). [자료사진-통일뉴스]

□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남북의 학자들도 처음에는 의견이 같지 않았을 것 같다. 편찬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 합의서를 보면 올림말 선정에 있어서 단 하나의 올림말도 남북 간 합의하지 않으면 실을 수 없다고 되어있다. 한번 회의할 때 7박 8일 하루 여덟 시간 합의하고 교정 교열 검토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양보도 있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 보류되거나 다음 회차 넘기거나 그런 과정도 있다. 때로 언성이 올라가고 농담처럼 넘어가지만 그게 농담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그게 교류의 힘이다. 큰 어려움이 없다. 회의할 때 어떤 때는 치열하게 양보를 안 할 때 있고, 이건 어려울 것 같은데 쉽게 통과되는 것도 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처음부터 정치적 용어나 지명은 제외했다. 갈등을 최소화한 게 주요하지 않았나 싶다. 협의 과정이 치열하지만, 회의가 중간에 중단되거나 그렇지 않다.

□ 겨레말큰사전에는 생활용어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지만, 북측에서는 정치용어를 좀 더 선호하지 않나.

■ 그렇지 않다. 처음 합의할 때 생활용어 중심으로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다만, 사전의 특징이 용례를 풍부하게 넣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문학작품이나 신문을 보면, 당연히 정치적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그걸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갈등 소지를 최소화하는 게 안정적 사업을 진행하는 비결이다. 사전발간이 최고 목표니까, 그걸 위해서 다른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제일 큰 목적이고, 그래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온 것 아닌가 싶다.

“북측 만나야 의미.. 회의 재개 안 돼 안타깝다”

□ 남북 간 정치적 상황이 편찬사업에 영향을 주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도 포함되어있다. 현재 남북 간 편찬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 장밋빛으로 많은 사업이 파생됐다. 그런데 대북제재나 여러 문제로 안 됐다. 하지만 예산지원 상황에는 문제가 없었다.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가 열리지 않아 문제이다. 북측을 만나야 의미가 있다. 

□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남북공동편찬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우리는 어느 정부에서나 노력을 똑같이 해왔다. 실무접촉을 위해서 문서를 수시로 보내거나, 저희가 실무접촉을 통해서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안 된 이유를 모르겠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냐에 따라서 사업회가 대응을 달리한 게 아니라서, 저희는 상황에 맞게 매년 분기별로 회의해야 하고, 실무접촉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똑같은 노력을 했는데, 엄마, 아빠가 달라지는 거다. 저희가 엄마, 아빠를 선택할 수 없지 않으냐. 정부의 기조에 따라서 눈치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차이없다. 

그래서 우리도 궁금하다. 왜 안되는지. 그런데 그 밑바닥은 남북관계이고 대내외 환경이 자꾸 안 좋게 바뀌고 있다. 재개가 안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희도 누구보다 빨리 재개될 줄 알았다.

□ 북쪽의 문은 계속 두드리고 있는가.

■ 작년의 경우도 문서도 많이 보내드리고, 작년의 경우 새해 인사 정도 주고받았는데, 올해는 새해 인사를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다. 그런데 풀릴 때는 굉장히 단순하게 풀린다. 아무 기대 안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소식이 온다. 

   
▲ 2014년 10월 평양에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제22차 협의가 열렸다. [사진제공-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 2015년 12월 중국 대련에서 열린 공동편찬위원회 25차 협의. 남북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 사무처장은 2006년부터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에서 일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가.

■ 개인적으로는 남북문화교류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운동, 문화운동에 관심 많았다. 이 사업은 통일맞이에서 시작된 건데, 2005년까지 통일맞이 이름으로 하다가, 2006년부터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로 새로 꾸려서 사업을 했다. 그때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같이 일하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국작가회의에서 사무처장으로 7년 동안 일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실무진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일하면서 제 꿈이 문화로비스트였는데, 진짜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이 가는구나, 원하는 데로 흐르고 있다는 기운이 느껴져서 관심이 갔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 사업회에서 14년 동안 일했다. 14년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 둔해져야지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겠구나, 민감해서는 사업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뜻하지 않게 대내외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까, 비정치사업인데, 누구보다 정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스트레스가 두세 배가 되는 것 같다. 밖에서 볼 때는 남북관계나 대북제재 문제 생기면 단 한 줄 기사로 끝나지만, 나는 이게 직업과 연결되고, 하는 업무과 연계되고, 삶에 전체적 영향을 미친다. 남북관계 뉴스가 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 뉴스와 생활화된 느낌, 뉴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안 된다.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와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정치상황 등에 따라서 만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피로감이 있다. 모든 직원들이 2022년 4월 이후 일들을 아무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직에 대한 사명감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말모이 영화를 단체관람했는데, 그런 마음일까. 일제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 못지않게 난관이 많아서, 직원들이 조금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체득하는 느낌이다. 체면화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빨리 확인하고 싶다. 숙제를 얼마나 하셨는지”

□ 겨레말큰사전에 대해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겨레말큰사전이 편찬되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해달라. 

   
▲ 모순영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종이사전을 목표로 하지만, 종이사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대중적인 것을 위해서 전자사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사전 대중화 작업이 필요하다. 홍보를 강화하려고 한다. 서울시 시민청에 홍보관을 설치했다. ‘겨레말TV’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사전 대중화 작업이 필요하다. 살면서 국어, 영어사전을 몇 번이나 보겠는가. 그래서 민간에서 사전을 만들지 못한다. 예전에 두산, 동아, 금성, 삼성 등 민간기업에서 사전을 많이 냈다. 그런데 지금은 안 낸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석이 있는 것과 정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것은 다르다. 정석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통일을 대비해서, 통합을 대비해서 정석을 제공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경제적인 가치로만 매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업이다. 교과서 같은 것이다. 통일사업의 성경같은 사전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은 학술적 측면, 언어학이라는 전문분야가 강조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사전은 어렵고 딱딱하고 겨레말이라고 하면, 고전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올해부터 대국민 홍보를 하는 것도 경쾌하고 밝고 사전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펼쳐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려고 한다. 지금까지 성과물을 묶은 책을 사이트에 다 올렸다.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다. 

□ 겨레말큰사전의 책장을 넘겨보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이를 위해 북측과 만남이 어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북측의 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빨리 회의가 재개돼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교류가 힘이다. 교류의 핵심이 뭐냐 만남이다. 만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빨리 만나서 계절의 변화도 이야기하고 그간 잘 지냈는지 안부 묻고 싶다. 

그동안 북측이 맡은 사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하고 싶다. 서로 숙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북측도 남측 숙제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도 북측의 숙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다린다. 빨리 확인하고 싶다. 숙제를 얼마나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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