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로 재발 방지해야

한미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서로 딴 소리를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4일, 2021 회계연도 안에 한국에 배치된 사드의 성능을 개선해 기존 패트리엇 방어 체계와 통합을 완성해 한반도 미사일 방어 전력을 격상시키고, 성주 사드부지 개선 공사비에 580억 원이 책정했으며 이는 한국이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같은 날 사드의 성능 개량 외에 성주기지를 벗어난 발사대 배치나 추가 배치, 방위비 분담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문제 등은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두 나라 국방부가 국제 사회를 무대로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미국이 항상 그랬듯이 한국의 군사 주권보다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앞세웠고 관철시켰다는 측면에서 향후 미 국방부의 방침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중국, 러시아 등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은 미국은 본토 방어를 위한 사드 요격체 등에 대한 성능 개량에 착수하기 위해 총 3단계에 걸친 한반도 미사일방어망 체계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즉 △사드 발사를 현재의 와이어 연결 방식이 아닌 원격 조종으로 개선하면서 방어 범위를 늘리기 위해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하고 △사드 레이더를 이용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원격 조정해 발사하며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드 발사체계에 통합시키겠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를 통해 지상군 지휘부와 병력들이 상황별 위협에 따라 미사일 방어 체계를 시의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미국의소리방송 2월 15일)

한편 미국은 또 내년 국방 예산에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부대의 관련 공사비로 580억원(무기고, 보안 조명, 사이버 보안 등에 3천700만 달러, 전기, 하수도, 도로 포장, 배수 등에 700만 달러)을 배정하고 한국 정부가 이 자금을 댈 가능성을 다뤄왔다는 입장을 밝혔다.(경향신문 2월 14일) 미군이 성주 사드 부대 운용에 필요한 건설비용 등을 한국이 부담하거나 분담할 가능성을 밝힌 것인데 그동안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의 경우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수차례 강조한 것과 크게 달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미 국방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미국에 강력 반발하고 대응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향후 동북아 정세가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공동 군사대응을 하면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취할 가능성이 커 크게 우려된다. 사드 추가 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한 약속을 깨뜨리는 것으로써 한중관계의 파국과 제2의 경제보복을 자초하는 것이자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오히려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공언하고 중국 등이 반발해왔었다. 즉 미국은 당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을 대상으로 한 미사일방어체계 강화 계획을 통해 극초음속 또는 크루즈 미사일 공격 방어 시스템을 개발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이나 이란의 소규모 미사일 공격에는 효과적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극초음속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방어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환구시보 2019년 1월 18일)

중국은 특히 남한에 배치된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키 위한 것이라고 하나 실제 중국의 방공 레이다 시스템을 교란시키거나 중국의 미사일 공격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면서 대응태세를 취해왔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철거토록 요구하며 단체 관광 중단이나 한국 기업의 중국내 영업 제한 조치 등을 취했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사드 또는 이지스 미사일을 배치한 것에 대항해 러시아와 함께 공동 대응키로 거듭 강조했는데 두 나라는 2017년 12월 6일간의 합동 방공 훈련을 북경에서 실시하는 등 강력 반발해왔다.(환구시보 2018년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가 수년전부터 한국에 배치된 미국 사드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대응 또는 보복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최근 한국에 사드 배치를 강화하는 계획을 마치 두 나라가 합의된 것처럼 공개하는 것은 한국의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작태다. 더욱이 한국민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조치의 표적이 되는데도 마치 제 나라, 제 땅에 사드 강화 조치를 취하는 것과 같은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다운 태도로 대처하고 저지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이 자국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할 때 한국을 주권국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생략하는 짓을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보장된 미국의 권리(right)를 조약 체결이후 행사해온 수십 년 간의 관행에 의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제국주의적 작태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보장받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애걸(?)해 만든 것으로 21세기에 유일무이한 불평등 군사조약이다. 또한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까지 장악하고 있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에 종속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미국의 특권을 인정한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이 조약 4조는 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표현하면서 한국은 그것을 허여(grant)하고 미국은 수용(accept)하게 되어 있다. grant, accept는 조건 없이 주고받는 의미의 외교용어다. 미국에 군사적으로 슈퍼갑의 위치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조약 4조의 부속협정 성격인 한미행정협정(SOFA)이 1966년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부지와 시설을 한국이 제공하고, 이어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 예외협정으로 1991년 한미방위비분담금부담특별협정(SMA)이 만들어져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첫 협정 당시 1,073억 원이던 분담금은 지난해 1조 389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고 이제는 무려 6조 원 가까운 액수를 미국이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등 미국의 동북아 전략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미국은 한국에게 군사적 시혜를 베풀고 있는 듯한 태도로 군림하는데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를 근거로 한 것이다.

미국의 무법자적 태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응은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4월 1차 TV토론 등에서 사드 배치는 헌법상 국회 비준 동의 사항이고 사드로는 수도권과 중부지역 방어가 불가능해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드 배치에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집권 뒤 북한이 2017년 7월 29일 2차 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자 곧바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미 측과 협의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가 임시 배치 형식이며 환경영향평가 뒤 사드 영구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8년 한반도 평화가 불어오는데도 소성리에서 사드 기지공사는 지속되었고 미국은 2019년 8월엔 전 세계 사드를 통합하는 훈련까지 진행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미국은 부지공여와 환경영향평가도 시행하지 않은 채 현재 가배치 상태에 있는 사드를 전면(정식) 배치하고 소위 ‘주한미군긴급작전요구(JEON)’ 하에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하여 발사대를 평택이나 군산, 부산 등으로 이동 배치하며, 사드와 패트리엇 체계의 통합을 업그레이드하고, 아예 사드 체계 자체를 추가로 들여오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속되는 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대북 선제공격과 같은 한민족 공멸을 초래할 카드를 휘두르는 것은 물론 남한에 맘먹은 데로 첨단 무기를 배치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방어력을 강화할 조치를 취하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이 사드와 관련해 이번에 밝힌 조치를 강행하려 할 경우 그 저지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저지할 수단이 없다면 문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는 한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슈퍼 갑질에 저항은커녕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더 늦기 전에 미국에 통보해야 할 것이다.

한미군사동맹 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야 말로 미국의 무모한 대북 군사전략 등을 합리적으로 전환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동시에 한국이 세계 경제력 10위권, 무기 수입 최상위 국가라는 위상을 확인하고 한반도 당사자다운 주권국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평화통일 추진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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