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개 단체가 2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89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22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을 대표하는 70여명이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평화를 염원하는 대중과 함께 끝까지 정부의 파병 결정에 반대하는 항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불안정하고 많은 위험이 도사린 곳”이고 “한국군이 이곳으로 파병된다면 그 위기의 한복판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파병 결정은 헌법에 명시된 국회 동의권마저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중동 지역 불안정의 일차적 책임은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한 미국 트럼프 정부에 있다며, “한국군 파병은 그 지역 안정에 이바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지역 위험과 불안정 고조에 기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독자’ 파병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군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양안보구상’(IMSC)와 공조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군 장교 2명이 IMSC에 파견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처해왔는데 “그 촛불은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이었지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기를 바라는 촛불이 아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미국의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 이후 미국-이란 간 분쟁 등 중동지역의 긴장고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적인 산유국과 접해있는 전 세계 석유공급량의 30%가 경유하는 요충지”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이란도 미국도 호르무즈해협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며 이곳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작은 불씨 하나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전쟁터에 우리 젊은이들을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미국은 문재인 정부에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강요해왔다.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은 ‘독자’ 파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임은 전세계가 알고 있다”며, “미국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나아가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미국의 패권전쟁, 침략전쟁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지난 2004년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서 국민이 희생된 가슴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희생된) 김선일은 33살의 젊은 노동자였다. 이런 정부 결정의 가장 큰 희생자는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요구에 당당하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주권국가가 되기를 요구한다”면서 “중동지역의 평화와 자국민 보호를 위한다면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21일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덴만 인근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왕건함)가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넓히되,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체 IMSC에 합류하지 않는 ‘독자’ 파병 방식을 택했다. 그 명분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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