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해 구상을 밝힌다. 주제는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다.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된 한반도 정세, 특히 남북관계를 복원해 북미대화를 추동할 현실적인 구상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큰 틀의 구상을 밝혔으나, 북측은 냉랭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지난 해에는)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나 “북미 대화의 교착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대북 접근법의 변화를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 개최 등 스포츠 교류, △남북 철도.도로연결 등을 통한 남북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등을 나열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라며,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3국 고위 안보협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면담했다.

10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실장은 “마침 만난 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이었다. 그걸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고 김정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며 그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꼭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제가 알기론 아마 어제 적절한 방법으로 북측에 그런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간의 협의 결과, 트럼프 대통령 면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관계를 촉진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북측의 반응은 싸늘했다.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를 통해 “남조선당국이 숨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일축했다.

김 고문은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히 남아있는 것 같다”고 남측의 의도를 추측한 뒤 김정은-트럼프 친분관계에 끼어드는 건 “주제넘은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정은-트럼프 관계가 좋은 건 사실이나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고문은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려면 북측이 요구해온 ‘한미연합군사연습 완전중단’, ‘대북 제재 완화’ 등에 대한 한.미의 긍정적 답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남북관계가 복원되려면 지난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거론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의 남북협력 관련한 남측의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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