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지역 통일단체는 아마 처음일 것”

▲ <통일뉴스>는 남양주시 천마산 보광사에서  ‘한반도평화번영통일 남양주시민회’ 공동대표들과 신년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이영 신부, 선우 스님, 진진순 공동대표, 양홍관 공동대표. [사진제공 - 남양주시민회의]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신 곳이 남양주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남양주시 조안면 소재 정약용 생가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진진순 ‘한반도평화번영통일 남양주시민회’(이하 남양주시민회) 공동대표는 남양주시에 가장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로 다산 정약용을 꼽았다.

사회복지 전문가인 진진순 공동대표가 지역 통일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 것은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1주년 비무장지대(DMZ) 인간띠 잇기 운동의 성과다.

남양주시민회 결성을 제안한 양홍관 공동대표는 8일 오후 남양주시 천마산에 자리잡은 보광사에서 진행된 <통일뉴스>와의 좌담회에서 “4.27 1주년까지 사실은 통일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에 기대하고 정부의 하는 바를 기다리고 의지하고 있었다”며 “4.27인간띠잇기 본부를 만들어서 남양주 시민사회가 다양하게 참여했고, 앞으로 통일운동을 보다 지역적으로, 상설적으로, 조직적으로 추진해나가자고 하는 의견을 가지고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남양주시민회는 지난해 결성 준비 과정에서 네 차례 통일강좌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고, 11월 9일 창립했다. 양홍관 공동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실천을 위해 폭넓은 지역 통일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역 인사들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독특한 조직체계를 갖췄다. 가산 선우 보광사 주지를 비롯해 이영 성공회 신부, 김찬수 시우교회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은 물론 양홍관 직접민주주의남양주민회원탁회의 공동의장, 김진만 민중당 남양주지역위원장, 김종일 전 서울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정용일 평화철도 사무처장, 이원호 변호사, 김재석 평내호평을사랑하는모임 초대회장, 정재안 더불어민주당 자원순환특별위원회 위원장, 진진순 전 남양주성폭력상담소 소장 등이 두루 공동대표로 참여한 것.

이날 좌담회가 열린 보광사의 주지 선우 스님은 ‘가산’은 법호라고 소개하고 “오늘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며 “양 대표가 발의해서 누구 독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분들을 공동대표로 묶어서 간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치적인 통일운동 단위들의 ‘광역적 연대’ 추진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산 선우 스님, 이영 신부, 진진순 공동대표, 양홍관 공동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성공회 신부로서 역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은 “작년 경우에 네 번에 걸친 강좌를 하면서 좋은 성과도 얻어, 남양주 시민사회에 통일 관련된 것들을 확산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양주시 시민 차원에서 평화통일 강좌나 캠페인 활동도 필요하고, 통일관련 문화행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일강좌는 이영 신부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열렸다.

이영 신부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언어와 국적, 종교와 문화가 다른 다문화 이주민이 230만명”이라며 “그들을 통해 학습하고 경험하면 통일국가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고, 다문화의 최종 귀결점은 통일로 가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신부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다문화 이주민들과 함께 통일전망대에 오르고 독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양홍관 공동대표는 “올해 첫 시작으로 17일 남양주시민사회 신년회를 함께 하기로 했다”며 “남양주가 가야할 길, 평화통일이 가야할 길을 공유하면서 시민사회 연대성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서는 주변지역인 구리, 양평, 가평, 연천에서도 우리와 같은 형태의 자치적인 통일운동 단위를 만들어서 광역적 연대를 실현해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상 생활의 터전에서 일상적인 대중적인 통일운동을 전개하면서 타지역과의 연대에 손을 내밀고, 손을 맞잡고 갔으면 좋겠다”는 것.

가산 선우 스님은 “남쪽이고 북쪽이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소통할 수 있는 문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백방이 무효”라고 남북교류에 방점을 찍었다. “남양주시가 과연 북쪽과 어떤 교류를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기초 지방자치단체 간 남북교류’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 소통의 문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 좌담을 마치고 보광사 경내에서 포즈를 취했다. 보광사의 마스코트 삽살개도 함께 했다. [사진제공 - 남양주시민회의]

선우 스님은 운허기념사업회 언해불전연구소 언해불전사업단 단장으로서 “언어 동질성 회복부터 해보자는 취지로, 북한이 쓰고 있는 말의 최초 기록은 전부 불교 경전이니까 통칭 ‘언해불전’(諺解佛典)이라고 하는데, 그런 교류부터 추진해 보려 한다”며 “평양에서, 서울에서 학술세미나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보광사가 속해 있는 봉선사는 조계종 제25교구 본사로, 독립운동가인 운허 스님이 주지로 재석하면서 팔만대장경 번역 불사를 일으켰던 곳이고, 우당 이회영 가문이 이곳에 머물며 독립자금을 마련해 만주로 이주한 곳이기도 하다.

운허기념사업회 언해불전연구소는 지난 연말, 15세기 훈민정음으로 반야심경(般若心經)을 해설한 ‘반야심경언해’(般若心經諺解)의 전산화 및 역해본을 완성하고 북측과의 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남양주시에 대한 자부심도 다들 남달랐다. 선우 스님은 “본래 양주는 고려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흰자는 양주, 노른자는 도성’일 정도로 서울을 감싼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고, 양주철학이 발전해 경기철학이 돼 호남철학과 함께 통칭 기호철학이라 불렸다”며 “서울에 편입되고 의정부, 구리에 떼어주고, 양주와 남양주로 나눠져 1995년 남양주시가 됐다”고 소개하고 “양주목 군청이 있던 덕정에서 임꺽정이 태어나 천마산에서 활동했던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자랑했다.

이영 신부는 “남양주는 마석 가구공단 자체가 한센인이 정착했던 곳으로 사회적으로 버려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전태일 열사와 여러 열사들이 묻힌 마석모란공원도 있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했고, 양홍관 공동대표는 “70만 정도가 살고 있고 면적은 서울의 76% 정도를 차지하고,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인 팔당 상수원이 있다”며 “정약용의 실학 정신이 있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물류와 인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지점”이라고 규정했다.

진진순 공동대표는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또 우리 국가에 있어서 가장 큰 복지는 평화통일 아니겠느냐”며 “진정한 복지의 완성은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완성되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 7,8월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통일 걷기를 동행했는데, 이 길을 시끌벅적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고민했다”며 “남북이 교류하며 남북 전체의 민족적 복지를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산 선우 스님과 이영 신부, 양홍관‧진진순 공동대표와 남양주시 천마산 보광사에 둘러앉아 스님이 내주는 차를 마시며 남양주시민회의 새해 구상을 가다듬다 보니 산사에는 어느덧 땅거미가 내렸고, 꽉 막혔던 지난해 남북 관계를 뒤로 하고 올해는 지역에서부터 작은 오솔길을 내려는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서둘러 산사를 나섰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