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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 불시착하지 말고<연재> 전영우의 미디어와 사회 (11)
전영우  |  youngwoo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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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9  1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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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배경 설정이 재밌다. 재벌 상속녀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돌풍에 휘말려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 불시착하게 되고, 북한 군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여느 드라마들과 같이 비슷한 공식대로 예상 가능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무대가 북한이기에 북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물론 실제 북한의 모습은 아니지만.
 
비록 세트와 CG로 만들어진 가상의 북한 마을이지만, 여느 평범한 한국 마을과 다름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동네 주민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곧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다. 이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북한 관련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통제되어 있다. 미디어에 단편적으로 보이는 소식만 가지고 일반적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정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편에서 탈북민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데, 얼핏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과연 어디까지 신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연연하여 흥밋거리와 자극적인 소재를 선호하고, 특히 종편의 속성 상 과장되거나 왜곡된 사실을 탈북민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을 하게 된다. 북한 관련 정보가 일반인들에게 매우 제한되다 보니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북한 주민들의 삶과 생각은 어떤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런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락 위주의 프로그램만이 정보의 탈을 쓰고 방영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가봐도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욕망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표면적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대체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남북간 전쟁 이후 오랜 세월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분단의 현실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상대방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놓았기에,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제한된 정보는 이런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이 모두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고 가난하고 굶주리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남쪽 사람들은 갖고 있다. 과거 반공교육이 극성일 때는 북한 사람들은 마치 뿔 달린 괴물인 것과 같은 인식을 어린이들에게 세뇌교육처럼 주입시켰을 때도 있었다. 그러니 태극기를 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말을 남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긍정적이다. 드라마는 북한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잘 그리고 있다. 북한 군인들도 남쪽 젊은이들과 똑같은 관심사와 욕망을 갖고 있으며, 북한 여자들은 모여서 수다 떨고 마실 다니고 쇼핑 정보 교환하는 평범한 아줌마들이다. 불법을 저지르는 악당이 있으며, 불의를 참고 넘기지 못하는 정의감 넘치는 사람이 있다. 북한 특권층 자녀가 누리는 혜택은 우리 특권층 자녀들의 그것과 차이가 없으며, 권력을 위한 암투도 존재한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와 똑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니, 당연히 살아가는 모습도 서로 닮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실을 드라마가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준다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잘 알려준다. 그래서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런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측면에서 이 드라마가 갖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북한의 모습은 지극히 편향적인 모습이었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와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체제와 관련된 무거운 주제에 가려져서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부각된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사랑의 불시착이 단순히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묘사했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한 진실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드라마이기에 작위적이고 포장된 모습이고 실제 북한의 모습과 동떨어진 이미지일 수 있다. 여전히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설정도 분명히 보인다. 작위적인 설정이 거슬리는 것도 있고 완성도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효과는 긍정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남북 간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불신을 허물고,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사랑만 불시착할 것이 아니라, 대치하고 있는 남북 간의 정세도 연착륙으로 훈훈하게 풀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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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20-01-11 10:05:34
한겨레 한민족에게 지워진 분단이라는 반갑지 않는 무거운 짐을 언제나 벗어버리고 살 수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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