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북한이 신년사를 대신해 발표한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도를 '병진노선 회귀'라고 정리한 일부 기관과 언론의 해석에 대해 '사회주의강국 건설에서 자력갱생 정면돌파전'을 강조한 본래의 뜻을 오독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정목 4.27시대연구원 국제분과 팀장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운동 6.16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교육관에서 한국진보연대와 4.27시대연구원이 공동주최한 '2020년 북 신년사 해설, 토론회' 발표를 통해 "정면돌파전은 '경제·핵병진노선'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경제건설 집중노선'을 유지하면서 이미 높아진 핵과학기술 능력으로 충분히 전략무기들을 생산,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7기 제5차전원회의 보도에서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며,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 것"이라고 한 언급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즉, 정면돌파전이란 더 강화된 자립적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기본방향으로 견지하면서, 지난 2년간의 대화와 협상 방식이 아니라 강력한 외교, 군사적 공세로 미국과의 관계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경제부문을 중심으로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도 "이번 전원회의 결과는 북이 지난 2013년 항구적 전략적노선으로 천명한 병진노선을 5년간 '단번 도약'을 통해 2018년 핵무력 완성을 빛나게 완성했다고 한 현실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며, "병진노선으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이 경제전선이며, 기본전선의 승리는 강력한 군사적 공세로 담보할 것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변경 수행되는 조건에서 경제력과 정치·군사력문제의 상호관계를 새롭게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의 영도력'을 높여가는 것이 필수적인데, 나흘간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이 보도문으로 신년사를 대체해 당의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정면돌파전에 대한 당적 의지를 힘있게 과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를 통해 2013년 3월 전원회의가 제시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 빛나게 관철되었으며,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도 지난 2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이화여대 통일학대학원이 공동주최한 '2020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전망 토론회' 발표에서 '경제·핵병진노선 회귀'라는 일부 언론의 평가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미 2년전 병진노선의 한 축인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다른 한 축인 사회주의 경제발전을 추진할 것을 언급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또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강도적인 행위들로 하여 우리의 외부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고있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고..."라고 한 언급에서도 드러나듯 병진노선은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고 했다.

결국 "전원회의 이후 북한의 국가전략은 '경제·핵병진노선'의 회귀가 아닌 핵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력갱생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극복하는 '정면돌파전'"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분석자료에서 황 교수가 인용한 대목을 근거로 사실상 병진노선 회귀라고 하면서 "병진노선 회귀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것은 2년만에 전략노선을 재수정하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 및 대외적 파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들은 '정면돌파전'에 대해 지난해 북이 여러 차례 언급한 '새로운 길'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2019년 신년사에서 밝혔던 '새로운 길'이 2020년 '정면돌파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김 국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갈 수 도 있다는 단서가 나왔고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과정이 (새로운 길의) 계기가 되었으며, 4월 당 제7기 제4차전원회의가 끝나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 기한'과 함께 한번은 더 미국과 협상을 해 보겠다고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12월 백두산 등반으로 최종 결심을 하고 연말 나흘간의 당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길'에 대한 결심을 전당적으로 조직화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했다.

무엇보다 '정면돌파전'은 지난 2년간 확인한 본심으로 볼 때 미국은 핵담판이나 협상을 통해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자강력으로 타승해야 할 대상'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한 결심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손 팀장은 "'새로운 길'이라는 단지 군사적 대책만이 아니라 국가적 운명을 걸고 70년간 쌓아온 국가의 모든 정치, 경제, 군사력을 총 집결시켜 결판을 보겠다는 총력전"이며, 김정은 위원장이 2차례 당, 정, 군 간부와 함께 전개한 백두산 백마 등정은 이같은 총력전을 전개하겠다는 결의와 구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진보연대 주제준 정책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한 언급과 관련, "2020년 한반도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또 지속화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올해 2월 한미군사훈련 재개와 대북제재 해제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올해 평화협정체결운동과 대북적대정책 철회 활동, 대중적인 반미투쟁 전면화와 미군없는 한반도 사업, 국가보안법폐지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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