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연말연시를 맞아 분석 글 몇 편을 시리즈로 기재하고자 한다. 

첫째, 12월 연말에는 ① 북이 밝힌 ‘새로운 길’, ‘새롭다’는 그 의미를? ② 북미관계, 그 파국을 막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둘째, 2020년 1월 연시에는 북 신년사를 분석해내고자 한다.(※ 올해는 북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분석으로 대체한다.) ③북은 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나? ④ ‘사실상’ 2020년도 북 신년사는 ‘자력’이다.
 
양해를 구하고,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북 신년사 하면 떠오르는 형상이 하나 있다. 북은 해마다 매년 1월 1이면 어김없이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발표한다. 당해 연도 주요 정책 방향과 주요 사업 계획을 전략적으로 밝히고 결의하는 장으로. 이후 신년사 관철을 위한 각 조직별 학습모임, 각 시도별 군중대회 등이 개최된다. 

북에 있어 신년사는 이렇듯 한 해를 출발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기준점이다. 그런 만큼 올해 경자년 새해에도 (북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발표될 것이라 여겼고, 특히 ‘새로운 길’과 관련하여서는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가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측을 뛰어넘는, 아주 낯선 풍경이 발생했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발표되던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은 것이다. 2020년은 참 낯선 풍경으로 북 대면 시작을 그렇게 한다. 

그래놓고 북 신년사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우선 발표형식은 ‘신년사’, ‘축하문’, ‘신년 축하연(경축야회) 연설’, ‘노동신문 사설’, ‘공동사설’ 등 여러 명칭과 형식으로 사용되어왔으나, 가장 많이 사용된 범용사례가 신년사였다.  

다음으로는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은 해도 있었다. 정권수립 이후 1956년 ‘8월 종파사건’이 벌어진 이듬해인 1957년에는 생략되었고, 두 번째 생략은 1987년이었다. 1986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제8기 1차 회의 시정연설이 신년사로 대체되어진 것이다. 

이렇게 딱 2번, 신년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년사 미발표는 그 만큼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나서는 문제의식도 ‘그럼 왜 북은 그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을 2020년도에 연출했을까?’이다. 

제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러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한다면, 그 원인은 분명 있을 것이다. 마땅히 찾아야 할 이유도 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이번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 채택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북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글은 바로 그 의미-북이 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는지를 찾아나서는 시론 성격의 분석 글이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왜였을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읽혀진다. 하나는 정세의 엄중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인민의 총의가 모아졌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함이다. 

먼저 첫 번째 요인이다. ‘정세의 엄중함’과 관련하여서는 북은 2020년 정세를 1957년도와 같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설명하자면 2020년도도 1957년도와 똑같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을 만큼 정세가 엄중하다는 것 같은데, 그럼 1956년도에 도대체 어떤 일이 발생했기에 1957년도에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 하였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연결된다. 

아시다시피 1956년은 북 정권수립 이후 전대미문의 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이라는 권력투쟁이 그것인데, 처음 핵심쟁점은 노선상의 투쟁이라기보다는 중공업-농업·경공업 동시발전노선을 둘러싼 경제발전전략에 대한 이견이 결국에는 당시 당 내부에 존재하고 있었던 각 분파들의 권력투쟁으로 비화되어졌다. 

결과는 이 사건을 잘 수습한 김일성 주석이 이를 계기로 수령중심의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당내 권력투쟁이 그렇게 결속되어졌다하여 결과도 수령중심의 유일사상체계가 곧바로 안착될 것이라는 확신을 해내지 못할 때였고, 그러니 김일성 주석도 그 여파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해 연도 국정운영을 확실성 있게 추진해 나가지 못할 정도로 국내정세가 엄중했다는 말이다. 

그럼 2020년은? 

북은 2019년 12월 31일까지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마지막 시간’을 미국에게 주었으나, 미국은 이에 대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북은 2020년 정세전망을 함에 있어 기간 핵보유를 통한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에서 승리로 결속될 수 있는 일정한 성과가 2019년에는 내오고, 이를 바탕으로 2020년도는 미국과 협상과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음 논의단계로 진행시켜 나가고자 했던 전략에 부득불 차질이 생겨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정세총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이렇듯 1957년과 2020년도는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분명 같지만, 엄연한 차이도 존재한다. 그것도 대단히 중요한 차이, 즉 엄중함의 요인이 1957년은 대내적이었다면 2020년은 대외적이라는 사실. 

구체적으로는 1957년은 김일성 주석의 권력적 기반이 불확실성하여 생긴 대내적 요인이라고 한다면, 2020년은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와의 대결이 장기전을 띌 수밖에 없는 전략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득불 미국과 ‘싸우는 한 해’로 설정할 수밖에 없고, 그 대결이 단기간에 걸쳐 끝나는 ‘속전’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장기성’을 띌 수밖에 없다는 그런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타개책도 다음번에 쓰여 질 <④‘사실상’ 2020년도 북 신년사는 ‘자력’이다>에서 보다 상세히 상술되겠지만, 기존의 대화와 협상방식보다는 고강도의 핵전력 강화[*고강도의 핵전력 강화라 함은 북은 이미 2017년 11월 29일에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 즉 고체연료 ICBM, 다탄두 전략무기(다탄두 ICBM), 핵탄두 SLBM, 북이 이미 선포해놓고 있는 ‘태평양상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선보이는 것]로 대미압박을 지속해 미국으로부터 반드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이번 제7차 당 전원회의는 누가 뭐래도 사실상 핵보유 길로 가겠다는 것이고, 그 길은 종국적으로는 승리의 길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험난한 길임을 북도 알고 있기에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되는’그런 상황인식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호사가들은(분단 적폐세력들은) 이 형식적 일치성만 보고 2020년도에도 1957년과 똑같이 데자-뷰(Deja-vu)되고 있음만을 최대한 부각하려고 한다. 

왜? 그때와 같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할 정도까지 되었으니, 지금의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위기에 봉착했겠냐며 그 불안정성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 말이다. 

비례해 당연히 이번 신년사 미발표보다 더 중요한 제7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전달해내고자 한 북의 전략적 의도를 읽어낼 생각도, 읽어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반대편에는 또 다른 오독도 있다. 친여 성향의 대북전문가들과 청와대 등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인식범주이다.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방식이다. 제7차 당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를 기간 조성되어진 정세와 맥락적으로 이해하려하기보다는 그 내용 중 보고 싶은 내용만 발췌하여 “우리의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데만 착목하여 미국과의 대화여지를 남겨두었다는 등 그런 정세분석법이 그것이고, 그 뒤에 오는 “우리의 장엄한 정면돌파전을 정치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담보할데 대하여”라는 의미는 의도적으로 뺄셈(인식)한다. 

다시 말하면 북이 생각하고 있는 이번 정세인식의 본질은 미국의 ‘대조선립장’에 따른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정세를 인식해 미국과의 대응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이라는 방식으로 이행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새로운 계산법’으로 접근해오도록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치외교적, 군사적 수단을 쓰겠다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데도 이를 보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제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주체의 정세관을 오독하지 말아야만 생겨나는 비례로 북미 대결전의 본질도 이해하게 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론도 찾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두 번째 요인 문제이다. 북은 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전체인민의 총의가 모아졌다’는 의미에서의 대외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느냐의 문제이다. 

다음과 같은 북의 고민에서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수령십(sulyeong-ship)의 원래 본질은 팔로우십(followership), 펠로우십(fellowship), 리더십의 입체적 결합이다. 

그런데도 마치 수령십을 개인독재로 인식해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위로부터 내리먹이는 리더십으로 오해, 해서 이번 제7차 당 전원회의는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충격요법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어떻게? 바텀-업(bottom up) 방식인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팔로우 성격이 부정당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정세인식을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바텀-업 방식에 근거하고 있음을 대외에 과시해 이번 당 전원회의의 결정이 김정은 위원장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전체 당원과 인민의 한결같은 염원과 정세인식을 반영하고 있음을 선포하고자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는 못한 것이라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략된 것이다. 1957년과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제7차 당 전원회의로 대체할 것을 미리 계산해 연말에 개최했고, 규모도 사상유례가 없게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북)이 얻고자 했던, 또는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보다 분명하다.

수령-당-대중의 일체성에 근거한 정세인식임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 ①채택된 결정서가 김정은 위원장 개인 생각이 아님을 강조하고, ②그 연장선상에서 수령-당-대중을 분리하여 접근하려는 적대세력들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③결과적으로는 전당-전군-전민이 똘똘 뭉쳐 현재의 정세국면을 똑같이 인식하고, 미국과 장기전으로 싸우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비록 (승리로) 가는 길 험난하다하더라도 “우리의 전진을 저애(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강조, 필자)으로 뚫고나가자”는 총적 구호 아래 전체인민 모두가 합심해 한 손에는 ‘자력갱생’, 또 다른 한손에는 ‘핵전력 강군화’로 2020년 정세를 맞받아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장 그들다운 방식으로 그렇게 결의해내고자 했던 것이다. 

해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경자년 새해 북은 신년사를 발표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안한 것이고, 발표하지 않음으로 인해 더 강력한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다.

그럼으로 일각에서(분단적폐 세력 등) 분석해내고 있는 것처럼 김정은 수령체제가 불안정하여 신년사를 채택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은 매우 잘못된 거짓 분석이고, 의도된 분석에 다름 아니다. 또한 친여 인사들이 분석해내고자 했던 ‘대화의 여지’ 운운도 자신들의 평화경제, 한반도 평화와 번영정책 기조가 아직 유효함을 알려내려는 소망사고(wishful thinking)에 다름 아니다. 

둘 다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북 이해방식이다. 인식에 대한 대전환과 방법론을 180° 전환할 때만이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정책은 성공한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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