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혁명이란 아무도 죽이지 않고 살리는 일이다 (노신)

 

 자유 
 -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글이다. 

 ‘북쪽바다에 거대한 곤이라는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다. 곤이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대붕(大鵬)은 한 번의 날갯짓으로 9만 리 창공을 날아갈 수 있다. 대붕은 바다에서 태풍이 일어날 때 남쪽 바다를 향해 날아간다. 물가의 참새가 비웃으며 말했다. 저 놈은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떨어져서 숲 풀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다닌다. 이것도 날아오르는 대단한 기술인데, 저 놈은 도대체 몇 리를 날아가려 하는 것인가?’

 대붕은 태풍이 일 때 그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야 자유롭게 창공을 날 수 있다. 

 태풍은 대자연의 큰 이치로 일어난다. 우주의 기운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태풍은 인간 세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왕과 귀족들, 독재자들을 쓸어버렸던 많은 혁명들이 우주 차원에서 보면 태풍으로 나타날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서울에서 큰 물난리가 났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는데, 물길에 집을 짓고 살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대붕의 자유는 이 태풍을 타고 날아오르는 것이다. 참새의 자유는 태풍을 피해 숲 풀 사이로 날아다니는 것이다. 

 우주는 언제나 제자리를 바로 잡으려는 큰 운동을 한다. 그래서 공자는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했다.  
 
 대붕은 하늘에 순응하는 존재다. 그래서 그는 대자유(大自由)를 얻는다. 

 우리는 대붕으로 살아야 할까? 참새로 살아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대붕으로 살겠다고 말할 것이다. 이 세상의 태풍을 피해 숲 풀 사이로 도망가면서. 노신은 그런 사람들을 ‘자기 상투를 잡고 위로 잡아당기며 하늘로 오르려는 부류들’이라고 비웃었다. 

 우리 사회에 큰 태풍이 일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며 온갖 특권을 누려온 외세와 결탁한 수구 세력들을 청산하려는 큰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최근에 얼마나 많은 정치인, 지식인, 교육자, 언론인, 법조인, 관료들이 교묘한 언사로 태풍을 피해 숲 풀로 도망가는 자신들을 변명하는 것을 보았는가!  

 우리는 이 세상의 태풍을 타고 날아올라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이 더럽고 사람이 싫다면서 이 세상을 냉소하며 사는 사람들도 참새로 사는 것이다.
 
 그들은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롱 포로롱 날아다니며 사는 게 별 게 있느냐며 대붕들을 비웃는다. 

 김남주 시인은 대붕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자유인이 된 고상한 영혼이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이다/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제 자신을 속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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