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실은 혁명이란 아무도 죽이지 않고 살리는 일이다 (노신) |
자유
-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글이다.
‘북쪽바다에 거대한 곤이라는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다. 곤이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대붕(大鵬)은 한 번의 날갯짓으로 9만 리 창공을 날아갈 수 있다. 대붕은 바다에서 태풍이 일어날 때 남쪽 바다를 향해 날아간다. 물가의 참새가 비웃으며 말했다. 저 놈은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떨어져서 숲 풀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다닌다. 이것도 날아오르는 대단한 기술인데, 저 놈은 도대체 몇 리를 날아가려 하는 것인가?’
대붕은 태풍이 일 때 그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야 자유롭게 창공을 날 수 있다.
태풍은 대자연의 큰 이치로 일어난다. 우주의 기운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태풍은 인간 세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왕과 귀족들, 독재자들을 쓸어버렸던 많은 혁명들이 우주 차원에서 보면 태풍으로 나타날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서울에서 큰 물난리가 났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는데, 물길에 집을 짓고 살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대붕의 자유는 이 태풍을 타고 날아오르는 것이다. 참새의 자유는 태풍을 피해 숲 풀 사이로 날아다니는 것이다.
우주는 언제나 제자리를 바로 잡으려는 큰 운동을 한다. 그래서 공자는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했다.
대붕은 하늘에 순응하는 존재다. 그래서 그는 대자유(大自由)를 얻는다.
우리는 대붕으로 살아야 할까? 참새로 살아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대붕으로 살겠다고 말할 것이다. 이 세상의 태풍을 피해 숲 풀 사이로 도망가면서. 노신은 그런 사람들을 ‘자기 상투를 잡고 위로 잡아당기며 하늘로 오르려는 부류들’이라고 비웃었다.
우리 사회에 큰 태풍이 일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며 온갖 특권을 누려온 외세와 결탁한 수구 세력들을 청산하려는 큰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최근에 얼마나 많은 정치인, 지식인, 교육자, 언론인, 법조인, 관료들이 교묘한 언사로 태풍을 피해 숲 풀로 도망가는 자신들을 변명하는 것을 보았는가!
우리는 이 세상의 태풍을 타고 날아올라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이 더럽고 사람이 싫다면서 이 세상을 냉소하며 사는 사람들도 참새로 사는 것이다.
그들은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롱 포로롱 날아다니며 사는 게 별 게 있느냐며 대붕들을 비웃는다.
김남주 시인은 대붕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자유인이 된 고상한 영혼이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이다/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제 자신을 속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