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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문화로 만나는 통일이야기’ -통일교육에 매진한 한 해를 돌아보며<연재> 정연진의 ‘원코리아운동’ 이야기(77)
정연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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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31  12: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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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풀뿌리통일운동 AOK(액션원코리아)가 국내외에서 통일교육 사업에 매진한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4년간 이어온 AOK 역사교실이 밑바탕이 되어 순수히 회원들의 힘으로 ‘원코리아 한얼 아카데미’가 진행됐다. 두 차례 각각 6회, 5회에 걸친 연속 강좌였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서울시 지원 평화통일교육 공모사업 15개 단체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일반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AOK가 실시한 평화통일 교육 프로그램은 ‘영화와 문화로 나누는 통일 이야기’로 이름 지어졌다.(미국에서의 통일교육은 다음에 쓰기로 한다) 인문학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분단의 근본적인 문제와 남북의 현재를 짚어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려 했다.

총 다섯 마당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분단을 직시하고 분단 트라우마를 도출하는 가운데 민족 공통성을 발견해 통일공감을 형성해 나간다’는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도표1> AOK한국의 ‘2019 통일교육 다섯 마당’ 개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첫째 마당으로 김대실 감독의 방북 다큐가 중심이 된 ‘분단 바로보기’, 둘째 마당은 북 영화 상영을 중심으로 한 ‘남북 바로보기’, 셋째 마당은 억눌린 역사의 진실을 찾는 ‘분단 트라우마의 도출과 치유’, 넷째 마당은 역사와 문화에서 찾는 ‘민족공통성 발견하기’, 다섯째는 ‘우리는 다시 하나 -통일공감 확산을 위한 통일교육 토론회’로 이어졌다.

7개월에 걸쳐 서울시에서 18회, 지역에서 5회에 걸쳐 23차례 프로그램을 성료했다. 연말에 서울시에서 주최한 성과발표회에서는 통일교육 부분에서 AOK한국이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교육의 매개체로는 지금까지 LA 폭동, 일본군 성노예, 사할린 징용피해자 등 역사에 억눌린 약자들의 아픔을 끊임없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온 재미영화인 김대실 감독의 영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람이 하늘이다> <철조망 600리> 그리고 분단과 남북 바로보기

역시 영화라는 매체는 마음의 장벽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김대실 선생님의 근 70년만의 북녘 여행을 다룬 <사람이 하늘이다 People are the Sky>는 우리로 하여금 분단의 현실을 마주 대하며 우리가 왜 통일된 조국을 실현해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다큐멘터리이다.(2015년작, 상영시간 90분)

영화에서 감독은 감내하기 힘든 크나큰 슬픔이었던 남편과의 사별 이후 해방직후 어릴 때 떠나온 고향인 황해도 신천을 찾아 북녘 여행에 나선다. 한 교육 참여자의 후기를 인용하자면, 이 영화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철저한 고증을 하면서도 인간적인, 매우 감동적인 다큐”이다. ‘고향’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개인적인 스토리에 한국 현대사의 희귀한 영상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들을 적절히 녹여낸 수작이다.

<사람이 하늘이다> 다큐는 해방을 전후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이야기하며 분단의 민낯을 비춘다. 또한 남과 북 곳곳에서 감독의 종횡무진한 인터뷰는 남북 주민들의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며 민족의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게 하여 통일 코리아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바로 그 가치는 영화의 제목에 투영된 셈이다.

   
▲ 5월 12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상영과 좌담을 가진 <사람이 하늘이다> 상영후 참석자들이 함께한 모습.(두 번째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김대실 감독) [자료사진 - 정연진]
   
▲ 서울 시민청에서 <사람이 하늘이다> 상영후 좌담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 - 정연진]

서울 시민청 상영에 이어 AOK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과천시, 세종시, 부천, 수원, 거창 상영으로 이어졌고 이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한다는 적극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11월에는 서울 광진구 청년층을 대상으로 영화 상영을 가졌고 장차는 더 넓은 청년층에게 영화 상영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려고 한다.

AOK한국 회원들은 작년부터 김대실 감독의 아홉 번째 영화이자 분단에 관한 두 번째 작품인 <철조망 600리>의 제작을 도왔는데, 이 다큐의 취지는 ‘한국인들이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을 통해 분단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걸어온 역사를 반추하고 우리가 창조해야할 미래는 무엇인지’ 가늠해 보자는 것이다. 이 다큐는 왜 우리는 70여년동안 남북을 갈라온 저 철조망을 당연시 여겼는가, 또한 철조망 넘어 우리는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지를 묻는다.(2019년작, 상영시간 30분)

   
▲ <철조망 600리> 홍보 사진. 김대실 감독이 철조망으로 가득한 접경지역을 걸어가는 장면. [사진 제공 - 미디어 길]

영화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이유는 남쪽 DMZ 접경지역 촬영에 이어 북을 방문해 북쪽 접경지대까지 촬영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 시민권자 방북 금지가 연장되었기 때문에 그 계획이 아직까지 실행되지 못하고 있어 못내 안타깝다. 신년엔 그 소망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동영상] 두 영화의 제작 취지와 배경에 대한 김대실 선생님과의 인터뷰

AOK는 국내외 동포들이 함께 통일 열망을 결집하는 시민운동으로 출발한 것만큼 해외동포들이 방북 경험을 나누는 강연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북에 묘목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 동포 김정희 씨의 강연, 미국에서 평화협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재미 평화활동가 이금주 씨가 평양에서 실시간 카톡을 한 이야기, 그리고 재미 언론인 로창현 기자의 생활밀착형 북녘 체험담은 각기 강렬한 임팩트와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북녘 사회 변화의 다채로운 측면을 조명해 주었다. 아울러 남북교류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해외동포의 막중한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새로운 인식과 각오를 다지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 북에 묘목보내기 운동을 설명하고 있는 재불동포 김정희, 미주 평화캠페인을 북에 알리고온 보스턴 활동가 이금주, ‘현직기자가 본 오늘의 북한’을 주제로 방북강연 중인 로창현 기자.(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 정연진]

6월과 7월에는 둘째 마당 ‘남북 바로 보기’는 조중 합작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상영과 좌담, 그리고 북한 만화영화 중에 장수한 작품인 <령리한 너구리>를 청소년들과 함께 보고 대담을 나누었다. 그러는 가운데 북녘 동포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식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남과 북의 차이점과 같은 점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위는 <령리한 너구리> 유튜브 캡쳐와 조중합작 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아래는 청소년이 함께하는 <령리한 너구리> 상영후 좌담. [자료사진 - 정연진]


분단 트라우마의 극복과 남북 공통점 발견하기

이어서 8월 셋째 마당에서는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키며 한국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분단 트라우마의 실체를 짚어보았다. 식민과 분단, 전쟁과 국가폭력으로부터 초래된 트라우마, 어찌보면 트라우마 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승만 정권의 국가폭력을 규명한 한홍구 교수, 분단 트라우마의 원인과 치유 방안에 대해 강의한 김귀옥 교수, 또한 강은미 교수의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 상영과 여성 관점에서의 서사는 21세기 분단과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를 직시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통일교육 프로그램에 꼭 포함시켰으면 하는 주옥같은 강연들이었다.

   
▲ 위는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 해설과 여성을 주제로 트라우마 극복과 치유를 위한 구술사 작업을 이야기한 강은미 교수(현수막 가운데)와 참석자들. 아래는 김귀옥 교수의 트라우마 도출과 치유를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자료사진 - 정연진]

흔히들 통일을 이야기할수록 대립과 갈등이 증대되므로 남북간 평화만 강조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종종 이러한 논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현 상황이 갑갑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왜냐면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평화는 분단극복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10월에는 ‘민족공통성 발견’을 주제로 하여 북의 혼인제도를 알 수 있는 영화 <우리의 향기> 상영과 민족공통성에 대한 강연이 두 차례 있었는데 여기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민족과 통일의 관계’에 대해 강의한 이병수 교수는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우리가 통일을 특정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체제와 이념을 하나로 만드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분단구조가 만든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보다 나은 상태로 남북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동태적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통일과 평화는 결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 있어 제도의 통일에 앞선 소통과 치유, 통합을 지향하는 ‘사람의 통일’이 중요하다는데 방점을 찍는다.

   
▲ 위는 통일공감 확산을 위한 통일교육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는 참석자들. 아래는 ‘통일공감 나도 한마디’ 이야기 한마당에 참여하고 있는 토론자들. 이기묘 AOK대표, 최창준, 김련희, 이희종, 장김은희, 김응규 토론자. [사진 - 정연진]

11월 다섯 마당의 프로그램을 총 정리하는 통일공감 교육 토론회에서는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과 방안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서승 교수의 분단의 아픔과 통일공감 강연에 이어 건국대 박재인 연구교수는 분단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소재로 한 콘텐츠 제작에 어린이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연극 모델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형제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들판에 어느날 분단선이 생기면 그 이후 어떻게 될까?”와 같이, 분단과 그 결과를 상상하게 하는 상황을 주고 어린이들이 연극을 직접 구상하고 참여하게 하는 방법은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신선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어진 통일공감 확산을 위한 통일교육 토론회에서는 교육계, 노동계, 시민운동계, 북녘동포의 입장 등 다양한 시각에서 실천 방안의 의견 제시로 2019년 AOK한국 평화통일 교육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6월 과천 6.15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과천시민강당에서 가졌던 <사람이 하늘이다> 상영과 좌담회. 올해 서울시 이외의 지역에서 상영회를 더 광범위하게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자료사진 - 정연진]

아쉬운 점도 많았다. 지역 곳곳에서 풀뿌리 통일운동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AOK의 취지는 서울시 지원을 받다보니 활동의 범위가 서울시민들에게 국한되고 마는 한계도 있었다. 모든 아쉬움은 새해의 과제로 넘긴다.

풀뿌리 역량을 키우는 통일교육으로 새로운 활로를

[동영상] AOK한국의 ‘영화와 문화로 만나는 통일이야기’

2019년은 희망과 긍정으로 시작했던 연초의 기대감과는 달리, 북미관계가 막히자 남북관계의 숨통까지 끊겨버리는 실망과 좌절의 한 해였다.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 ‘운전자’론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의 족쇄에 사로잡혀 당사자로서의 성실한 수행에는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풀뿌리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해답은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 밖에는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즉 분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틀이 확장되는 만큼,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보폭도 넓어질 것이다. 결국 우리 민족의 통일 역량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통일 열정과 에너지, 자각과 자존감의 결합이 될 것이기에.

풀뿌리 시민의 역할과 힘을 키워나가기 위해 배움과 나눔을 통해 통일노력을 구체화하고 가시화 해 나가야겠다.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관 위주의 통일정책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스스로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하고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일 조국으로 가는데 풀뿌리 시민은 결코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분단의 상처로부터 치유와 회복을 도모하고, 화해와 통일 과정에 스스로 참여해 통일 이후의 미래까지 준비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척자형’ 통일시민교육으로 민족의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야겠다는 각오로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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