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건물 외벽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유학생 이지현 씨 문제해결을 위해 외교부가 적극 나서라는 기자회견이 30일 외교부청사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인 유학생 이지현(32살)씨가 시내 문화관광청 건물 외벽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사고 직후 이지현씨의 부모가 부산에서 현지로 날아가 사고수습을 위해 애를 썼지만 급기야 현지에서 스페인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와 무성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 되면서 열흘이 넘도록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외교무청사 앞. 부산에서 급거 상경한 고인의 가족, 지인들과 서울에서 소식을 접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 면담을 요청하고 스페인 당국에 강력한 항의의 목소리를 전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이지현 씨는 지난 12월 20일 2시 45분께(현지시간) 문화관광청 외벽에서 떨어진 석재 파편에 머리를 맞아 그날 오후 4시 사망했으며, 한국시각으로 21일 새벽, 비보를 접한 부모들이 급히 출국해 35시간이 지난 22일 오후 6시 10분 스페인에 도착해서 마드리드 주정부 관리들과 처음 만났다.

올해 3월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딸의 비보에 접한 이성우 범민련 부산연합 의장과 한경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놀란 가슴으로 마드리드에 도착하여 현지 관리들에게 △사건의 경위와 조사보고 내용을 설명해 줄 것 △고인과 유가족, 한국정부에 스페인 정부와 미드리드 주정부 명의의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 △유가족의 장례결정에 따라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 정부 관리들은 딸의 시신을 확인하려면 장례업체를 지정해야 한다며 수순을 밟을 것을 종용했고,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도착한 마드리드 주정부 산하기관인 법의학연구소의 관계자들도 장례업체를 지정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항의가 계속되자 판사의 영장이 나오고 다섯시간이 지나 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23일 오후 3시 마드리드 주 정부 국제국장, 문화관광청사 관리책임자,  건물 보험회사 담당자 등과 면담한 결과, 이들은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 배상을 받고 싶으면 소송을 해라. 자연 재해이므로 배상은 못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고, 그날 저녁 경찰을 만나 사고경위를 들으려고 했지만 경찰은 비공개원칙이라며 면담을 거절했다.

사망의 원인이 된 석재 파편과 증거자료에 대해서는 이미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 그걸 찍은 사진도 보여주지 않았다.

24일 오전 9시 30분. 스페인 주재 한국대사관 대사와 면담을 하고 마드리드 주지사에게 서신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며, 25일은 성탄절 휴무라서 만날 수 없었고 이때부터 국내 언론에서 이지현씨의 사망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26일 저녁 7시 주지사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그를 대리한 주지사실 차관과 국제국장을 만났으나 그들도 역시 "가족이 요구하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위로를 드린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27일부터 이지현씨의 부모는 '내딸의 죽음에 대해서 스페인 정부는 책임있게 행동하라'는 1인시위에 돌입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외교부에 전달한 요구서한을 통해 대한민국 외교부가 빠른 진상규명과 시신운반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또 우리 외교부가 나서 스페인 정부와 마드리드 주정부에도 △문화관광청 외벽에서 떨어져 이지현 씨 사망의 원인이 된 석재파편을 폐기했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즉시 증거물을 찾아 보전하는 등 책임있는 진상조사를 할 것 △공관 건물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것 △피해자의 명예로운 장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유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을 스페인 당국에 요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