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한마디로 북미관계의 교착 상태가 한반도 정세 전체를 지배한 한 해였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로 끝나자 이상 기류에 휩싸였으며, 6월 말 극적인 판문점 정상 회동으로 관계회복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일었으나 3개월여 만에 열린 스톡홀름 실무협상마저 결렬로 끝나면서 곧바로 질곡의 늪에 빠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연말을 시한으로 ‘새로운 길’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했으나 미국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이 분위기 탓에 남북관계도 사진 한 장 못 찍을 정도로 경색 국면을 거쳐야 했으며, 민간통일운동은 아예 북측에 손조차 내밀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을 맛봐야 했습니다.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한반도 환경을 둘러보며, 통일뉴스가 ‘2019년 한반도 10대뉴스’를 선정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북미 판문점 정상 회동 (6월30일)

▲ 전격적으로 이뤄진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트럼프 대통령이 MDL을 넘는 ‘깜작 월경’ 후 두 정상이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전격적으로 회동한 역사적인 순간은 다소 돌발적으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화답하자 이틀 만에 ‘역사적 사건’으로 비화된 것. ‘김정은-트럼프’의 군사분계선(MDL) 악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MDL을 넘는 ‘깜작 월경’도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에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만남도 이뤄졌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북미 두 정상은 실무협상이 2-3주 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리한 공방 속에 3개월 후인 10월 5일 스톡홀름에서 열렸고 곧 결렬되었다. 아무리 ‘역사적 사건’일지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2.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27-28일)

▲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

‘세기의 담판’이라 불린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결렬’로 끝났다. 싱가포르 1차에서의 ‘원칙적 합의’에 이어 2차에서는 향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큰 틀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속설을 뒤집었다. 결렬 이유로 대북 제재를 두고 ‘완전 해제 대 부분 해제’가 맞서며 진실 게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시간 미 하원의 ‘코언 청문회’를 의식해야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는 세기적 광경을 보여주었지만 노딜(no deal)을 겪어야 했다. 이후 북한이 ‘연말 시한’으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촉구하면서, 북미 갈등이 첨예화하기 시작했다.

3. 올스톱 남북관계

▲ ‘무관중’으로 치러진 평양 남북전.

지난해 남북 정상은 세 차례나 만났지만 올해에는 한 차례도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정상만이 아니라 장관급이든 실무급이든 전무였다. 민간 차원의 교류도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북측이 거부한 것이다, 모양만으로 봐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다름없었다. 그 출발은 ‘하노이 노딜(no deal)’이었고, 그 이유는 이른바 ‘역할론’이었다. 남측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이 지속되면서 남북관계는 간단없는 ‘악화일로’를 걷었다. 10월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남북전은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이는 최근 남북관계를 여실히 반영했다.

4. 시진핑 방북(6월20~21일)과 북러 정상회담(4월25일)

▲ 시진핑 방북에 이은 북중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0-21일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2018년 세 차례의 만남과 2019년 연초 만남에 이은 것으로 다섯 번째 만남이었다. 두 정상은 △긴밀한 전략적 의사소통 △두터운 호상 이해와 신뢰 △고위급 내왕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 심화 등에 합의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4월25일 푸틴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신뢰구축 등을 이야기하며 북한 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로써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

5.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10월5일)

▲ 결렬된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판문점 북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3개월여 만에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월5일 스톡홀름에서 마주했다. 사전 분위기는 좋았다. 미국 측에서 볼턴 보좌관 해임에 이어 ‘새로운 방법’이 나왔고, 북한 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켜세웠기 때문. 그러나 맥없이 결렬됐다.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고 했으며,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을 가져갔다며, 양측의 입장이 달랐다. 이후 대화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미가 연합공중훈련계획 연기를 발표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

6. 북한 노동당 두 차례 전원회의 (4월10일/12월28일-)

▲ 북한 노동당 중앙위 5차 전원회의.

2019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명한 북한은 2월 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자 40일간의 숙고 끝에 4월10일 당 중앙위 4차 전원회의를 열고 ‘새로운 투쟁방향과 방도’로 ‘자력갱생 전략’을 선언했다. 그리고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북한은 12월28일 5차 전원회의를 열고 30일 현재 진행 중이다. 4차 전원회의 이틀 뒤 김정은 위원장은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게 ‘연말 시한’으로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오라고 촉구했다. 5차 전원회의에서는 ‘새로운 길’을 비롯한 당과 국가, 군사, 경제 등 제반 분야에서 전략적 방침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2020년 신년사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들어 당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당 전원회의가 북한의 대내외 전략결정에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7.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유예 및 연장 유지 (8월22일-11월22일)

▲ ‘지소미아 완전종료 12시간 긴급행동’에 돌입한 아베규탄시민행동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보복조치를 취하자 이에 한국 정부가 8월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유예조치로 대응하면서 한일 간 갈등이 첨예화됐다. 그러자 미국 정부의 반발이 거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고위 관리들은 잇따라 한국 정부의 발표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한국 정부가 ‘국익이 동맹에 우선한다’는 ‘국익 우선론’을 표명하는 둥, 한미 동맹관계에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결국 일본이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하면서 한국이 마감일 하루 전 조건부 연장 결정을 하면서 한숨 돌렸다.

8.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공방

▲ 제11차 SMA 2차 협상 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중공동행동과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한미 방위비 분담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2월 한국이 50억 달러 비용이 드는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해 5억 달러 정도만 지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증폭됐다.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한국의 국력 신장 등이 그 이유였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양국 간 기존 합의를 강조하면서, 50억 달러는 “근거 없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버티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 대다수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더라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나와 주목을 끌기도 했다. 1년 내내 논란을 빚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끝내 해를 넘기게 됐다.

9.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공방 (10월23일-)

▲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일 년 내내 올스톱된 남북관계는 결국 금강산 문제를 둘러싸고 터졌다. 10월 말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나서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 북한은 “우리가 책임지고 금강산을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밝혔음에도 남측이 대북제재를 이유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나서지 않는데 대한 불만과 압박의 표출로도 해석되었다. 이후 남북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물 철거 문제 방식을 둘러싸고 ‘문서교환 방식 대 실무회담’으로 공방을 벌였으며, 북측은 강제철거를 시사하기도 했다.

10. 중국·러시아,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제출 (12월16일)

▲ 유엔 안보리 회의 장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12월16일 제출했다.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북한의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 △해외 북한 모든 노동자들 송환 조항 해제 △남북 철도·도로 협력 사업 안보리 제재 면제 등.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면서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또한 결의안도 안보리 통과 가능성이 적은 상태이다. 하지만 미국 측의 대북제재 단합된 목소리, 말로만 있던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 등을 넘어 중-러가 처음으로 결의안을 공식 제출함으로써 국제적 차원의 대북제재에 균열의 조짐이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다.

(추가 : 12월31일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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